#285 아침 2

2025년 9월 24일 수요일 을사년 을유월 병신일 음력 8월 3일

by 단휘

아침에 집을 나설 때 꽤나 피곤한 상태로 나가 지하철에서 대체로 늘어져 있는 날이 있는가 하면 집 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부터 이미 쌩쌩한 날도 있다. 똑같이 전 날 퇴근 후 저녁 일정을 소화하고 집에 갔고 비슷하게 자정 무렵에야 잠이 들었는데 무슨 차이일까. 일어난 것도 똑같이 다섯 시 반 알람을 듣고 삼사십 분 정도 미적거리며 여가 시간을 보내다가 적당히 일어났고 말이다.


그거랑 별개로 요즘 아침은 뭔가... 뭔가다. 일어나서 집을 나설 때까지 두어 시간 동안 딱히 하는 건 없는 느낌이다. 옷 고르고 이것저것 부차적인 것을 포함해서 씻는 시간 삼십 분, 아침 식사 한 시간, 그리고 기타 나갈 준비 삼십 분 정도로 생각했는데, 아침 식사에 쓰고 있지 않은 그 한 시간은 어디로 사라지는 걸까. 그리고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건 보내는 거고, 어제 분명 오늘 오후부터 내일 아침까지 비가 올 거라는 소식을 들었는데 난 또 우산을 챙기지 않았다. 역시 2단 양우산을 튼튼한 걸로다가 하나 장만하면 좋을 것 같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의 상태는 편차가 큰 반면 저녁에 일자리 사업 출근을 마치고 회사를 나설 때의 상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저녁에는 꽤나 쾌적하고 편안한 느낌으로 기분 좋게 나온단 말이지. 내 미감과 취향이 보통의 사람들과 많이 달라서 나의 주관을 넣어서 만드는 것보다 적당히 레퍼런스 모아놓고 손 가는 대로 만드는 게 결과물이 좋아서 반쯤 무지성으로 작업하느라 회사에 있으면서 일을 하는 것 같으면서도 사실은 약간 머리를 비우고 회복이 이루어졌나.


내 방이 환기가 잘 안 된다는 것도 한몫했을 것 같다. 탁한 공기 속에서 수면을 취하고 일어난 아침이란 그리 쾌적한 것은 아닐 수 있다. 집 밖에서는 편하게 잠을 못 잔다는 사람도 많던데 나는 남의 집에서도 아주 잘만 잔다. 대부분의 남의 집은 내 방보다 편안했던 것 같기도 하다. 역시 방의 문제인가. 언젠가 나가서 살게 될 때는 창문을 열고 환기를 할 수 있는 곳으로다가 알아봐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284 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