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4일 화요일 을사년 병술월 정축일 음력 9월 15일
익숙한 사람과의 우연한 만남을 즐긴다. 그게 동아리방이든 청년공간이든 기지개센터든, 어디라도 좋다. 언젠가 적당한 바에서 늘 같은 요일 같은 시간대에 한 잔 하고 있는 것에 대한 로망을 가진 적 있는데, 그거랑 비슷한 것 같다. 늘 가던 시간에 늘 가던 곳에 가면 누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고, 아무튼 나는 나의 시간을 보낸다.
때로는 하려던 게 있었지만 잠시 내려놓고 오늘의 만남을 즐기기도 한다. 하려던 것은 꼭 해야 할 경우 밤을 새워서라도 할 수 있지만 (물론 난 밤을 새우면서까지 뭔갈 하는 걸 즐기지 않는다)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건 함께 있는 순간에만 가능한 일이니까 말이다. 상대에 대한 우호도가 높을수록 하려던 것을 덮어두는 경향이 있다. 내 일을 미뤄 가면서까지 상호작용할 마음이 안 드는 사람이라면 적당히 인사만 하고 내 할 일을 한다.
누군가와 만나기로 약속을 잡고 만나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우연한 만남도 상당히 즐기는 편인데, "이 사람을 만나면 어떤 이야기를 하지?"에 대한 긴장감이 없다는 게 마음이 편한 것 같기도 하고. 약속을 잡고 만날 경우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고 무엇을 먹을지 신경 써야 할 부분이 꽤 있다. 물론 난 대체로 상대에게 떠넘겨 왔지만.
어제는 오래 알고 지낸 청년 분을 만났다. 3년 전 말랑말랑모임터에서 비롯된 인연이니 내 인맥치고 꽤나 오래되었다.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옛날 생각이 나더라.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사람과 리플리 증후군에 대한 이야기는 길게 하지 않겠다. 내가 느낀 바를 어디까지 이야기해도 되는 걸까.
구성주의적 관점에서 모든 현실은 개인의 사고를 거쳐 주관적 현실로 존재한다고 본다. 그 누구도 객관적 현실을 묘사할 수 없다. 하지만 내가 느낀 바를 주관적 현실로서 언급하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이 몇 명 있었다. 대표적으로 내가 내 친구랑 장난치고 있는 데 와서는 뒷조사를 하고 정보를 캐내다 급발진하던 사람. 작품 배경 설명하느라 지어낸 대화에 대해 자기 얘기 아니냐고 주장하면 내가 뭐라고 해야 하나. 와, 새삼... 난 아직도 그 사람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