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8 자유 시간

2025년 11월 10일 월요알 을사년 정해월 계미일 음력 9월 21일

by 단휘

대략 19시부터 자유 시간...이라고는 하지만 그다지 자유롭진 않았다. 밖으로 나가는 것도 자유롭지 않았고 실내에서는 할 만한 게 별로 없었다. 노트북도 있고 하고자 하면 이것저것 할 수 있었겠지만, 무엇을 하면 좋을지 떠올리기가 쉽지 않았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면 좋을까. 그것을 매번 고민하는 게 싫어 루틴처럼 이땐 이런 걸 해야지 하고 러프하게 정해 놓았다. 하지만 일상 루틴을 벗어난 때에는 그게 작동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난 후에야 "늦기 전에 이걸 해야 하는데 그땐 이걸 해야 한다는 걸 떠올리지 못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빈둥거렸군" 하게 된다. 그렇다고 편하게 쉰 것도 아니었고. 일상 루틴을 벗어나는 시간이 길어지면 이런 쪽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


어디 멀리 이동하는 건 특히 그렇다. 지하철 이동 시간을 기준으로 잡아놓은 루틴들이 전혀 실행되지 못한다. 하루 정도는 빼먹어도 문제없지만 며칠 정도 빼먹기 시작하면 갱갱해진다. 그러다가 흐지부지되는 일도 많고 말이다. 이런 땐 이런 걸 하면 좋겠다 하는 일상 빅데이터도 낯선 환경에 며칠 머무르는 동안은 작동하지 않는다. 결국 뭔가 해야 할 게 있었던 것 같은데 떠올리지 못하는 녀석이 되어 버린다.


해야 할 것들이 약간 밀려 있다. 반드시 해야 할 것! 뭐 그런 건 아니지만 나와의 약속 같은 거 말이다. 누군가는 "그거 꼭 해야 하는 거 아니잖아요. 안 하면 뭐 어때요." 따위의 발언을 하겠지만, 그런 식으로 하다간 "반드시 살아야 하는 건 아닌데 왜 살아가지"까지 이어진다. 더 이상 방구석에만 존재하지는 않기 위한, 어떻게든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약속이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는 이들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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