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 비행기

2025년 11월 19일 수요일 을사년 정해월 임진일 음력 9월 30일

by 단휘

비행기는 날지 않는다. 비행기를 타는 것에 대해 누군가 물어볼 때마다 하는 말이다. 사실은 그냥 타고 싶지 않을 뿐이지만 말이다. 아예 타본 적이 없는 건 아니다. 다만 자발적으로 타본 적도 없다. 언젠가 제주도로 가는 수학여행 참석 여부 가정통신문에 불참이라고 적어 냈다가 담임교사 상담 후 내 의지와는 관계없이 끌려갔던 적도 있다. 그렇게 강제로 참여하게 할 거면 가정통신문에서는 왜 물어보는 척하는 건지.


얼마 전에 센터 청년들과 대화를 하다가도 비행기 이야기가 나왔는데, 놀이기구를 잘 못 타는 사람들이 비행기도 꺼려한다는 말을 들었다. 이착륙 시 심장이 몸 밖에 있는 듯한 붕 뜬 느낌이 거부감을 야기한다나. 그건가. 그런 것도 있을 수 있겠다. 비행기를 타본 게 아주 오래전이라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비행기표를 예매하고 공항에 가서 어쩌고 저쩌고 하는 그 일련의 과정에 대한 거부감도 크다.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유독 더 복잡해 보인다. 그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까지 저 너머로 날아가고 싶진 않은 것 같다. 그게 어디든 말이다. 해외라면 거부감이 더 커진다. 말도 통하지 않고 주변에 아무것도 아는 게 없는 그 무력감까지 더해지니 말이다. 그리고 그 너머에서 물건을 잃어버린다면 되찾기 힘들다는 예기불안 같은 것도 있다.


그래서 웬 비행기냐고?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다. 그저 나를 제외한 가족들이 당일치기로 제주도에 다녀온다는 모양이다. 언제 갔다 언제 오는지, 가서 뭐 하는지는 들은 바가 없지만. 하여간 난 역시 그걸 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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