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단휘 Oct 09. 2024

#37 경의중앙선

2024년 10월 9일 수요일 갑진년 갑술월 병오일 음력 9월 7일

매일 점심, 경의중앙선을 타고 일경험 참여 기업에 출근한다. 13시부터 18시까지 근무라 집에서는 12시 조금 넘어서 느긋하게 나가도 충분하다. 12시 28분 차가 제 때 오는지 연착되는지에 따라 업무 시간 20분 전부터 2분 전까지 도착 시간에 편차가 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출근 시간을 넘길 정도로 연착된 적은 없지만, 사람들이 경의중앙선을 꺼려하는 이유를 새삼 느끼고 있다. 아, 참고로 2분 전에 도착하는 아슬아슬함을 피하기 위해 평소에 타던 것 직전 열차를 타고자 한다면 12시 2분 차를 타야 한다. ...배차 간격 이게 맞아?


사실 출발지가 왕십리역인 만큼 꼭 경의중앙선을 타고 가다가 환승하지 않아도 무방하긴 하다. 2호선이나 5호선으로도 갈 수 있다. 다만 경의중앙선을 탈 경우 소요 시간이 압도적으로 짧다. 2호선이나 5호선을 탈 경우에는 환승을 위해 꽤나 돌아가야 하기에 10분 이상 더 걸린다. 대신 도착 시간이 조금 더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소요 시간은 짧지만 도착 시간이 불안정한 녀석과 소요 시간은 길지만 도착 시간이 안정적인 녀석 사이에서의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경의중앙선을 타는 것과 소요 시간이 비슷한 버스 경로가 있긴 하지만 그것은 논외로 한다.


일경험을 시작하고 첫 주에는 출퇴근 경로를 여러 가지로 탐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에는 그래도 안정적인 게 낫지 하고 2호선을 타고 다녔는데, 어느 순간 경의중앙선으로 넘어왔다. 아마 그 시작은 평소보다 조금 늦게 나와 2호선을 타고 가기에 시간이 간당간당했던 날이었을 것이다. 갈 수 있나, 하고 지도 앱을 통해 확인해 보니 2호선을 타면 13시 조금 넘어서 도착하는데 경의중앙선을 타면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던 것이다. 급한 대로 경의중앙선을 타려고 했는데 당역통과 열차를 세 대쯤 마주친 것 같다. 선로 공유라는 개념을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어찌 되었건 늦지 않게 도착하였고, 시간 맞춰 타러 온다면 경의중앙선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시간 맞춰 간다고 해서 경의중앙선도 시간 맞춰 오는 건 아니라는 건 나중에 깨달았지만.


혹자는 경의중앙선 타는 친구랑은 약속도 잡는 게 아니라는 농담을 던지곤 한다. (이 말을 듣는다면 "그게 농담 같아요?"라는 반응을 보이겠지만.) 그만큼 연착이 많이 되어 약속 시간에 맞춰 나오지 못한 친구를 기다려야 할 확률이 높다는 말이다. 공교롭게도 나의 일경험 첫 주에는 28분에 오기로 한 경의중앙선 열차가 28분 정도에 잘 도착하여 문제를 느끼지 못했다. 이제는 본성을 드러냈는지(?) 30분이 넘어서야 도착하는 일이 종종 있지만. 그래도 일단 심각하리만치 연착되는 경우를 마주하지는 않아 그럭저럭 타고 다니고 있다.


경의중앙선을 정기적으로 타고 다니는 게 이번이 처음이라고 생각했는데, 옥수역 환승 통로가 너무 익숙하다. 언젠가 자주 다녔던 것 같은데 언제 어디를 가느라 이곳을 지났는지는 도저히 기억나지 않는다. 3호선 노선도를 훑어보아도 목적지가 어디었는지조차 떠오르지 않는다. 뭔지 모를 그런 내적 친밀감도 내가 2호선이나 5호선이 아닌 경의중앙선을 출퇴근 수단으로 선택한 데 한몫했을 수도 있고. 하여간 고립 청년으로서 살아가는 동안에는 교통비가 얼마 안 나오고, 지난 1년 동안에는 센터 프로그램 참여하러 다닌 교통비가 거의 전부였는데, 일경험 시작하면서 기후동행카드 결제해서는 잘 타고 다니고 있다. 출퇴근만 해도 정기권 금액을 넘어서서 무조건 이득이더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