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1 극단적 본질주의자

2025년 11월 27일 목요일 을사년 정해월 경자일 음력 10월 8일

by 단휘

사람을 사람으로 보려하지 않는 이들은 왜 그러는 걸까. 상대를 있는 그대로의 존재로서 바라보지 않고 그 사람이 가진 특성 중 하나를 크게 부풀려 마치 그게 그 사람 자체인 양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게 MBTI일 수도 있고 성별일 수도 있고 나이대일 수도 있고 분류는 다양하지만 그 분류가 전부인 것처럼 이야기한다.


《사람을 안다는 것》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인생을 살면서 저지르는 커다란 오류 하나는 문화가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이고, 또 다른 오류 하나는 문화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문화뿐만 아니라 인간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것이 그렇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MBTI를 상대에 대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수단이라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 상대를 판단하려 해서는 안된다. 물론 난 이성적 사고와 감성적 사고를 마치 양립할 수 없는 것마냥 양극단에 두고, 내향과 대비되는 외향과 내성과 대비되는 외향을 구분하지 않아 내향=내성으로 취급하는 등의 오류때문에 그걸 싫어하는 게 크지만. 그렇게 갱갱한 분류 체계를 가지고 상대를 본질주의적으로 판단하려고 하니 더욱 갱갱한 거다.


그들은 도저히 말이 통하지 않는다. 누군가 자신이 알고 있는 유형 체계와 맞지 않으면 그 상대를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하기도 한다. "당신은 이 유형의 사람인데 왜 이렇게 행동하지 않는가"에 대해 직접적으로 의문을 표하는 사람도 본 적 있다. 그리고 난 그런 반응이 싫어서 MBTI 같은 건 모른다고 하고 만다. 그런 식으로 상대를 판단하는 것도 싫고 그런식으로 상대로부터 판단되는 것도 싫다.


하지만 때로는 극단적 본질주의자와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할 때가 있다. 나는 그와의 사적인 대화를 최대한 피한다. 반박을 하고 싶은 말들이 너무 많지만 적당히 흘려 넘긴다. 그러면 또 그 사람은 그 편협한 사고로 "단휘 님은 I라서 맣이 없으셔" 한다. 역시 별로 상종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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