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4 나의 시간

2025년 12월 16일 화요일 을사년 무자월 기미일 음력 10월 27일

by 단휘

고등학교 2학년쯤이었던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의 이점을 느꼈다. 일찍 일어나면 아무도 나를 방해하지 않는 시간을 두어 시간 정도 확보할 수 있다. 대학생 때는 그 시간에 과제를 하곤 했다. 생각이 깊게 흘러가도 그것을 중단할 자가 없으니 머리 쓰는 일을 하기 적당한 시간이었다.


밤에는 생각보다 그게 쉽지 않다. 야행성 인간이 참 많으니 말이다. 자정이 다 되어 가는데 내 방 문을 벌컥 열더니 "뭐야, 벌써 자잖아? 에잇..." 한다거나. 저녁 이후의 시간은 늘 예측 불허다. 불확실성의 영역. 그 시간대에 중요한 것을 넣어둘 수는 없다.


하루 종일 방에서 지내던 시절엔 얘기가 좀 달랐다. 일찍 일어나면 나의 시간을 보내다가, 한두 시간 가족을 마주쳐야 했으니 말이다. 차라리 모든 가족 구성원이 집을 나선 후에 일어나는 편이 이득이었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지 않는 삶을 살게 되었다. 고립은둔청년 지원사업에 참여하면서도 오전에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그 시간까지 일어나서 이동할 자신이 없다며 신청을 안 하는 경우가 많았고 말이다.


지금은 다시 아침 시간을 확보하는 편을 택했다. 역시 나의 시간을 어느 정도 확보하는 편이 좋다. 하루에 두어 시간이면 충분하다. 나머지 대부분의 시간은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며 살아가고 싶다. 다만, 상호작용할 만한 사람과 상호작용하며 살아가고 싶다. 어떤 사람들은 상대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야기한다. 그런 사람이 중심을 이루는 집단은 너무 힘들다. 선택할 수 있는 거면 좋을 텐데.


사적 관계는 좀 더 마음에 맞는 사람을 가까이 두고 그렇지 않은 사람을 멀리 하며 조정할 수 있지만 공적 관계는 다른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업무 때문에 이직하는 경우보다 사람 때문에 이직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333 감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