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6일 금요일 갑진년 임신월 계유일 음력 8월 4일
스페셜리스트(Specialist): 특정 분야에 전문적이고 깊은 지식을 가진 자.
제너럴리스트(Generalist): 다양한 분야에 폭넓은 지식을 가진 자.
몇 해 전인가, 스페셜리스트가 되어야 하는가 제너럴리스트가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한창 유행처럼 나오던 때가 있었다. 한 우물만 깊게 파는 것과 다양한 분야를 두루두루 잘 아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나은가 하는 이야기다. 두 가지를 합쳐 다양한 분야도 알면서 자신만의 전문 분야가 있는 T자형 인재가 되어야 한다는 말도 있고, 스페셜리스트와 제너럴리스트는 분명하게 구분되는 양자택일이 아니라 상대적인 것이니 무엇이 되려고 강박적으로 노력하기보다는 자신이 가진 역량을 기반으로 그 스펙트럼 상의 적절한 위치를 찾아야 한다는 말도 있다.
나는 그것들이 스펙트럼으로 존재한다는 말에 동의한다. 그리고 양극단에 있지만 않다면 스펙트럼 상의 어느 위치에 있든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지나치게 한 분야만 파게 될 경우, 편협한 사고에 갇히게 될 위험이 있다. 다양한 분야를 아우를 경우, 그 모든 분야에 어느 정도 깊이가 있다면 만능이겠지만 현실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시간과 노력은 한정되어 있으니 이도저도 아닌 잡캐가 될 위험이 있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나 또한 한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쳐 있는 경향이 있다. 세상에는 나의 흥미를 끄는 분야가 너무 많고, 이제 와서는 무엇을 내세우고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 알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어느 분야라도 명확하게 나아갈 길을 정한다면 나를 구성하는 다른 분야들을 그 분야에 맞게 스토리텔링해가며 내세울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그 어떤 분야를 선택하기를 주저한다.
요즘은 서울시 청년 마음건강 지원사업으로 매주 정해진 시간에 상담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그곳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새삼 많이 느꼈다. 확실히 정말 다양한 분야를 건드리며 살아왔구나. 그리고 새삼 내 분야를 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를 알게 되었다. 내가 마주한 다양한 분야 중 나에게 소질이 있는 무언가. 이번 주, 상담 4회기째가 되었을 때 상담사가 그것을 언급했다. 그리고 어쩌면, 늘 부정하고 외면해 왔지만 그 분야야말로 내 분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연한 두려움에 시작하지 못하고 있지만, 시작만 해낸다면 어떻게든 잘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여전히 깊이와 넓이의 적정선은 잘 모르겠다. 스펙트럼상의 적절한 위치는 개인차가 있을뿐더러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달라질 수 있는 것 같은데, 그래서 더 어려운 일이다.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무언가를 조율해 가는 것. 어쩌면 삶은 조율의 연속이고, 이것은 우리가 조율해야 할 것들 중 하나로 평생 안고 가야 할 문제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