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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휘 Sep 07. 2024

#5 배움

2024년 9월 7일 토요일 갑진년 임신월 갑술일 음력 8월 5일

볼더링(Bouldering): 낮은 높이(주로 5m 내외)의 인공 암벽에서 바닥에 매트를 깔고 진행. 시작 지점부터 끝 지점까지 정해진 홀드만 이용하여 도달하는 길을 찾는 종목.
리드(Lead): 높은 높이(주로 15m 내외)의 인공 암벽에서 로프가 연결된 하네스를 착용하고 진행. 정해진 시간에 누가 더 높이 올라가는지, 완등 시 누가 더 빨랐는지 경쟁하는 종목.
스피드(Speed): 높은 높이(주로 15m 내외)의 인공 암벽에서 로프와 연결된 하네스를 착용하고 진행. 동일하게 구성해 놓은 벽에서 같은 루트를 먼저 오르는 사람이 승리하는 종목.


스포츠 클라이밍에는 세 가지 종목이 있다. 볼더링, 리드, 스피드. 그 중에서도 나는 볼더링을 가장 선호하는데, 아무래도 신체 활동도 좋아하지만 기본적으로 문제 푸는 걸 좋아하는 성향이 어느 정도 영향을 준 듯하다. 그리고 시간을 신경쓰지 않고 내 템포대로 나아갈 수 있는 종목이라는 게 마음에 든다. 물론 근지구력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시간을 쓸 수 있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언젠가는 리드 클라이밍도 배워 보고 싶긴 했는데, 마침 기회가 닿아 4회기짜리 리드 클라이밍 강습을 받게 되었다. 한 때는 몇 개월 동안 정기권을 끊어 가며 볼더링을 하러 다녔는데 개인 사정으로 더 이상 정기권을 끊지 못하고 어쩌다 한 번씩 일일권으로 놀러 가는, 그 와중에 안 간지 너무 오래된 시기였다. 선호 종목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스포츠 클라이밍을 하게 된다는 두근거림도 있었고, 클라이밍을 안 한지 너무 오래 되어서 실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로 가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어차피 대부분의 수강생은 클라이밍 자체에 경험이 없으니 매우 기초적인 부분부터 다룰 거라 아무래도 상관 없는 부분이었지만 말이다.


스포츠 클라이밍의 종류라던가 경사도에 따른 벽의 이름 등의 이론 설명은 대체로 아는 내용이었다. 설명을 들으며 무심코 혼잣말처럼 대답을 내뱉기도 하면서도, 사람들과 모여 앉아 설명을 듣고 있는 시간이 좋았다. 별다른 상호작용이 없는 그저 들을 뿐인 강의였지만, 함께 하는 그 느낌이 좋았다. 생각해보면 학생 때도 대면 강의를 더 선호했고, 요즘도 온오프라인 병행으로 진행되는 행사에 참여할 경우 가능하면 오프라인으로 참여하려는 경향이 있긴 하다.


8자 매듭과 옭 매듭을 배우고, 카라비너 클립에 로프를 거는 방법을 배우고, 선등과 후등을 배우는 등 이것저것 알차게 배웠다. 그리고 생각했다. "맞아, 나 이런 거 좋아하지." 새로운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 그것을 즐기다보니 그렇게 다양한 분야에 대해 얕고 넓은 경험과 지식을 갖게 된 거겠지. 사실 요즘 같은 세상에 매듭법이나 확보법 같은 것들은 검색하면 다 나오는 내용이기에 이렇게 직접 찾아가서 배우지 않아도 알고자 하면 얼마든지 알 수 있겠지만, 난 이렇게 누군가에게 직접 배우는 시간이 너무 좋다.


직접 가르친다는 건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서 그 이상의 무언가도 함께 전해지는 것 같다. 그 무언가가 학습자로 하여금 유의미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것은 항상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자도 전할 의지가 있고 학습자도 받을 의지가 있는 순간에만 전달된다. 그러고보면 교육학에 관심을 갖고, 교직 이수를 신청하게 된 것도 그 무언가에 대한 두근거림이 한 몫 했던 것 같다. 완전히 잊고 있던 감각을 새삼 다시 느낀다. 언젠가 가르치는 입장에서의 즐거움도 다시 느낄 수 있는 날이 올까,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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