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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휘 Sep 08. 2024

#6 밤샘

2024년 9월 8일 일요일 갑진년 계유월 을해일 음력 8월 6일

일을 하거나 놀다 보면 밤을 새우거나 늦은 새벽까지 깨어 있다가 잠드는 일이 있다. 때로는 자정을 넘기지 않으려 하지만 어느 순간 보면 순식간에 훌쩍 넘어 있다. 체질적인 건지, 일찍 자는 건 의식적으로 하지 않으면 아무리 오래 루틴화되어 있다고 해도 흐트러지기 쉽다. 분명 늦은 밤보다 이른 아침을 선호함에도 불구하고 늦게 자는 게 일찍 일어나는 것보다 수월하다.


쉬운 길을 놔두고 어려운 길을 가는 건, 글쎄. 늦게까지 깨어 있는 건 쉽기야 하지만 점점 효율이 떨어지는 게 느껴진다. 왠지 정신이 좀 멍한 느낌. 그날 일찍 일어나서가 아니라, 점심쯤까지 늦장 부리다가 일어난 날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생산적인 일을 할 수가 없다. 마감에 치여 밤샘 작업을 하게 될 경우, 한 시간이면 할 것을 몇 시간이고 끌게 되기도 한다. 결국 쉬운 길을 선택하면 나의 절대적인 시간을 많이 잃게 된다. 이를 피하기 위해 밤샘을 경계한다.


대학생 때는 과제를 하다가도 시간이 늦으면 현재 진행 상황과 다음에 할 것에 대해 간단히 주석을 남긴 뒤 그대로 자러 가는 편이었다. 그 시간 이후로 그걸 붙잡고 있는 게 얼마나 무의미한지 어느 순간 깨달았던 것 같다. 그러다가 그게 깨지기 시작한 건, 아마 코로나가 한창 유행하던 시기였던 것 같다. 그땐 삶의 루틴이 전체적으로 깨져 있었고, 2020년 1학기에 학점이 떨어지고 2학기에 더 떨어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뒤로 하루 루틴을 되찾고자 하는 시도는 몇 번 했으나, 과제와 이것저것에 치여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내야 했던 그 시절과는 달리 적당히 시간을 보내도 큰 무리가 없는 미취업 졸업생에게 그 동기부여는 쉽지 않았기에 시간의 흐름 속에서 다시 흐트러지곤 했다.


친구와 놀다 보면 늦은 시간까지 떠들기도 하고 일정을 소화하다 보면 늦은 시간까지 밖에 있기도 하지만, 요즘은 최대한 시간을 지키려고 한다. 이제는 아무리 막차가 있어도 23시 넘어서까지 밖에서 놀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원활하게 하루를 마무리하려면 21시 반, 거리에 따라 길어봤자 22시까지가 밖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최대치인 것 같다. (내가 자꾸 시계를 본다면 그 자리가 지루해서가 아니라, 너무 늦어지지 않기 위함일 수 있다.)


하루 루틴이 잘 잡혀 있을 때 6시쯤 하루를 시작한다고 하면 아침형 인간이 어쩌고 하는 소리를 하며 그런 체질의 사람이니까 가능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가끔 있다.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나의 가족들과 마찬가지로 야행성에 가깝고, 일찍 일어나는 것보다 늦게까지 깨어 있는 게 더 쉽다. 단지 체질과 성향이 안 맞아서, 체질을 성향에 맞춰 가는 것뿐이다. 체질과 성향이 잘 맞았다면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쪽이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쪽이든 그 일치하는 방향으로 편하게 갔겠지만, 그게 잘 맞지 않아 의식적으로 조정할 뿐이다.


작업을 할 때 조금만 더 하면 끝날 것 같다는 감각을 경계한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나에게 내일이 있고, 다음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지. 오늘 더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언젠가의 미래로 미루는 한이 있더라도, 쉬운 길을 선택하기보다는 나의 의지를 쫒는다. 오늘을 잘 마무리하고 쾌적한 내일을 맞이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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