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9일 월요일 갑진년 계유월 병자일 음력 8월 7일
지하철과 버스 중 무엇을 더 선호하는가. 일상적인 스몰토크 주제 중 하나다. 나의 경우에는 압도적으로 지하철을 택한다. 서울 버스는 너무 복잡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버스정류장이 어디에 있는지 찾는 것부터가 일이다. 버스 전용 차선 쪽의 정류장과 그렇지 않은 정류장은 무슨 차이가 있기에 같은 이름을 가지고도 서로가 보이는 곳에 따로 존재하는가 싶기도 하고. 언젠가 강남역에서 버스를 타야 했을 때에는 그 주변에 버스 정류장이 참 많다고 느꼈다. 몇 개 노선씩 정류장을 나눠서 조금만 가면 다른 정류장이 나오는 건, 워낙 사람이 많고 복잡하니 타고자 하는 버스 노선에 따라 사람들을 분산시키기 위함일까.
지하철은 버스에 비해 직관적인 느낌을 받았다. 이름과 숫자가 적힌 채 존재감을 과시하는 ××역 N번 출구로 들어가면 지하철 플랫폼으로 이어진다. 문을 여닫는 타이밍도 명확한 편이라 타고 내리기 수월하다. 요즘 버스도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어릴 때 탔던 버스는 하차벨을 누르는 걸 깜빡하면 버스 정류장에 사람이 없을 경우 해당 정류장에서 멈추지 않고 지나쳐 가버리곤 했는데 말이다. 그리고 지하철은 버스에 비해 지금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는지 좀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는 것 같다. 바깥의 풍경만으로는 아무것도 판단할 수 없는 나에게 버스는 저 앞의 전광판에 집중하지 않으면 내릴 곳을 놓치기 쉽다. 그에 비해 지하철은 현 위치와 노선도가 더 많은 곳에 붙어 있어 어디에 서 있든 찾기 쉽다.
어디에 '서' 있든, 이라고 했다. 나는 대중교통에 앉아 있는 것보다 서서 가는 걸 더 선호한다. 특별한 이유는 없는데 서 있는 편이 더 기분이 좋다. 가만히 앉아 있는 걸 잘 못 버티는 성격이라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 가만히 수업 듣는 걸 못 견뎌서 그나마의 합법적인 움직임으로서 끄적이던 것을 주변에서는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라고 착각했던 것이 스쳐 지나간다. 하여간 지하철은 빈자리가 있어도 서 있는 것에 대해 별 신경을 안 쓰는 것 같은데, 버스는 그런 상황에서 뭔가 눈치 보인다. 요즘은 서서 가는 구역이 만들어진 버스가 몇 있어서 그런 걸 탈 경우는 나을 거라고는 하더라. 하지만 내릴 곳에 대한 긴장 때문에 역시 버스를 혼자 타는 건 여전히 잘 못 하겠고, 같은 정거장에서 내릴 일행이 있는 경우에만 탈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최근에 일경험에 참여하며 2~3만 원 나오던 교통비가 훌쩍 뛸 것 같아 기후동행카드를 결제했는데, 모바일 티머니 인식률이 조금 떨어지더라. 그래서 지하철 타러 들어갈 때도 가끔 몇 초씩 지연되는 경우가 있었고, 심하면 1분이 넘는 시간을 개찰구 앞에서 버벅거리기도 했는데, 버스에서 그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어떨까. 탈 때도 내릴 때도 꽤나 번거로울 것만 같다. 지하철에서는 그래도 나만 조금 지체될 뿐이지만 버스의 경우 뒤에 사람들이 기다릴 것이며 버스 기사도 내가 성공할 때까지 계속 내 쪽을 신경 쓰게 될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굳이 실물 카드를 구입해서 사용하는 걸 선호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지하철을 타고 이동할 때, 그 소음 속에서 사유하는 시간을 좋아한다. 멀리 이동할 경우에는 그곳에 서서 책을 읽곤 한다. 읽으려고 쌓아두기만 하고 언젠가의 미래로 미루고 있던 녀석들을 하나씩 꺼내든다. 방에 가만히 앉아 책을 읽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지하철에서는 어렵지 않게 읽힌다. 독서실 같은 정적인 공간보다 카페 같은 데서 공부가 더 잘 된다는 사람과 비슷할 수 있겠다. 정작 나는 카페 음악 때문에 그곳에서 집중을 잘 못해서 이게 맞는 비유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하여간 지하철 타는 시간이 늘어나니 읽을 책 대기열이 조금씩 짧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