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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휘 Sep 10. 2024

#8 이름

2024년 9월 10일 화요일 갑진년 계유월 정축일 음력 8월 8일

이름이 갖는 의미는 얼마나 클까. 그 어떤 이름으로 불린 들 어떤가 싶다가도, 그래도 난 역시 이름에 대해 큰 가치를 두는 편인 것 같다. 누군가와 통성명을 했을 때 이름에서 오는 느낌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비슷한 이름이라면 좋은 첫인상으로 시작하고, 꺼려하는 사람과 비슷한 이름이라면 좋지 못한 첫인상으로 시작하는 경향이 있기도 하다. 꺼려하는 사람과 비슷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당사자 입장에서는 불합리한 영역이긴 하다. 요즘은 최대한 그런 선입견을 갖지 않으려고 하는데, 그러다 보면 때로는 한참 대화를 나누면서도 상대의 이름을 모르기도 한다.


언제부터였을까, 이름의 뜻에 관심이 많았다. 아마 고등학생 때였던 것 같다. 소소하게 끄적이는 학생 때의 짤막한 소설들. 난 그 인물들에 아무 이름이나 짓고 싶지 않았다. 옥편을 찾아가며 그 뜻을 생각하며 이름을 지었다. 이을 승丞 자에 클 태泰 자를 쓰는 남승태라던가, 말미암을 유由 자에 참 진眞 자를 쓰는 하유진이라던가. 사실은 붉을 단丹 자에 빛날 휘輝 자를 쓰는 정단휘라는 이름도 처음부터 내가 쓰려고 만든 이름이 아니었고, 사신을 모티브로 구상했던 이야기의 「주작의 수호자」에게 지어 주었던 이름이었다는 건 여담. 푸를 벽碧 자에 참 진眞 자를 쓰는 「청룡의 수호자」 이벽진과 함께 다니는 녀석이었는데 말이다. 진이라는 글자가 들어가는 이름은 대체로 참 진眞 자를 쓰는데, 빛날 희熙 자에 참 진眞 자를 쓰던 희진이라는 친구의 영향이 큰 것 같다.


그렇다. 일부 친구들 이름의 한자도 알고 있다. 이름의 뜻이 궁금해질 만큼 관심이 가는 친구에게는 물어보곤 했다. 빼어날 수秀 자에 솥귀 현鉉 자를 쓰는 수현이를 알게 된 중학생 때쯤부터 그랬던 것 같다. 가만, 고등학생 때쯤부터 이름의 뜻에 관심을 가진 줄 알았는데 어쩌면 생각보다 더 오래된 일이었을 수 있겠다. 워낙 본성적으로 차별과 편애가 심한 녀석이라 이를 좀 자제하기 위해 요즘은 막 물어보고 다니지 않는데, 그럼에도 작년부터 청년공간에서 만나온 사람들 중에도 두어 명 정도 이름의 뜻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긴 하다. 뜻을 들었던 사람은 그보다 더 많긴 한데, 아무래도 내가 관심 없는 이의 이름의 뜻 따위야 기억할 리가 만무하다.


청년공간 같은 데서 one-of-them으로 만난 사람일수록 이름의 뜻은커녕 통성명조차 하지 않고 대화를 나누는 경우가 많다. 워낙 사람을 잘 기억을 못 하다 보니 관심 없는 상태에서 들으면 어차피 까먹을 거, 애초에 물어보지도 않는 것이다. 대화를 좀 나누고 함께 시간을 보내다가 그 상대에 대해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그제야 이름을 궁금해한다. 이름도 모른 채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쩌면, 이름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사람이 어떤 이름을 가지고 있었든 뭐가 달라졌을까. 그러면서도 역시, 좋은 이름을 가진 사람은 괜히 더 좋다.


"당신의 이름은 무슨 뜻인가요?" 이 또한 나름 괜찮은 스몰토크 주제인 것 같기도 하다. 어딘가의 나 아我 자에 수풀 림林 자를 쓰는 아림 씨는 작명소에서 지었는데 어감 좋은 이름을 지은 후 한자는 끼워 맞춰진 거라고 했지. 어딘가의 날 비飛 자에 용 용龍 자를 쓰는 비용 님은 Flying-Dragon이라니 뭔가 엄청나 보이는 이름이다. 붉을 주朱 자에 근원 원原 자를 쓰는 주원이라는 이름은 의역하면 태양이 된다는데, 이런 이름에 얽힌 소소한 이야기들이 얼마나 흥미로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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