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8일 금요일 갑진년 을해월 병자일 음력 10월 8일
나는 기본적으로 차별과 편애가 심한 사람이다. 오래전부터 그래 왔고,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한창 교직 이수를 하던 시기에 나중에 학생들 그렇게 대하면 안 된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이제 와서는 아무렴 어때, 하고 넘기고 있지만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친구는 애정과 관심과 이것저것으로 대하지만 상성이 안 맞는 존재는 최소한의 상호작용도 안 하려고 할 때가 많다. 요즘은 '저 사람은 물 속성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얼마 전에 누군가 자신에 대해 '을축일주라 그래'라고 하는 것을 보고 느꼈다. 나는 확실히 MBTI파보다는 사주파에 가깝다. 훨씬.)
사람을 대하는 게 다르다 보니 대상에 따라 정보를 전달하는 범위도 달라진다. 누군가에게 밝힌 정보를 다른 누군가에게는 밝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어느 정도로 이야기하는지 차이가 있다. 반드시 편하고 가까운 사람일수록 정보량이 많아지는 건 아니고, 여러 가지 상황과 맥락에 따라 결정되는 경향이 있다. 최근에는 나를 배제한 결정을 내렸으면 하는 마음에 (너무 자의식 과잉인가?) 나의 선택을 밝히지 않은 일도 있었다. 나 또한 모임 구성원의 영향을 받는 편이라 누구누구 모이는지 물어보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누군가가 있어서 참여하는 것보다 참여해 보니 그 누군가가 있는 편이 조금 더 좋을 것 같았다. 참여하는 사람이 아닌 본질적인 활동을 기준으로 자신이 진정 원하는 선택을 했으면 하는 것도 있고 말이다.
때로는 모두에게 밝힌 내용은 아니고 극소수에게만 밝힌 정보인데 어느 순간 여러 사람에게 퍼져 있는 것을 인지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비밀이라고는 안 했으니 말해도 되겠거니 하고 말을 했겠지만. 저 사람이 저걸 왜 알고 있지, 하는 생각은 썩 유쾌한 기분은 아니다. 그런 류의 이야기는 그냥 아무한테도 하지 말아 버릴까. 적절한 판단을 내리는 것은 늘 쉽지 않은 일이다. 때로는 내 근황조차 아무한테나 막 전달하지 않았으면 싶을 때도 있다. '요즘 이런 거 하신다면서요?' 하며 살짝 왜곡된 정보로 말을 걸어오는데 그걸 정정할 정도의 에너지를 소비하고 싶지 않은 상대에 대해서는 말을 적당히 무시하며 대화하게 된다. 차라리 근황을 모른 채 가볍게 인사만 하고 넘어갔으면 더 좋았을 것을.
아주 가끔은 대화를 하고 있는 그 순간까지도 이 사람에게는 어느 정도의 정보를 풀어야 할지 명확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경우도 있다. 상황을 생각하고 반응을 살피며 실시간으로 선택을 해 나간다. 이 사람에게 이 정보를 공개해도 될 것인가. 어디까지 밝혀도 될 것인가. 충분히 가까운 사람에게조차 늘 그런 고민의 지점이 있는 것 같다. 어떤 선택을 하는 게 나았을지는, 내가 선택한 것과 반대되는 선택의 결과를 알 수 없으니 늘 미지의 영역이지만 말이다.
글을 쓸 때에도 어떤 경우에는 특정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이 보든 모르고 있는 사람이 보든 위화감이 없는 내용과 표현으로 쓰려고 의식해서 쓰는 경우도 있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거짓말은 아니고 왜곡된 진실, 정도의 무언가일 수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