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4일 목요일 갑진년 을해월 임오일 음력 10월 14일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상대의 말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다. 특정 대상에게만 발생하는 현상은 아닌 것 같고, 그저 대화가 길어질수록 놓치는 부분이 생기는 듯하다. 다른 무언가를 하면서 듣고 있던 것도 아니고 오로지 그 대화만 하고 있었음에도 어느 순간 놓치더라.
상대가 나에게 무언가를 물어봤는데 나는 상대의 질문을 인지하지 못하고 상대는 나의 대답을 기다리며 침묵이 이어지기도 한다. 일상에서 존재하는 자연스러운 침묵인 줄 알았는데 나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더라. 때로는 '어떻게 생각해?'나 '너는 어때?' 같은 질문 자체는 들었는데 그 앞의 내용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다시 물어보곤 한다. 말이 안 들린 건 아니고 분명 연속적으로 청각 정보가 들어오긴 했는데 뇌가 그것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무언가 문제가 있던 것 같다. 왜 그런 일이 발생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언젠가의 이야기에 대해 길고 장황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상대의 말을 온전히 이해하는 경우는 사실 많지 않다. 높은 확률로 중간에 내용을 놓쳐, 어느 순간 '무슨 맥락에서 저런 이야기로 흘러간 거지' 하고 쫓아가지 못한다. 내가 인지한 내용만으로 조합했을 때 정보가 모자라기 마련이다. 뒤에 나오는 내용에서 내가 놓친 부분을 유추할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들었지만 듣지 못한 무언가가 되어 버린다.
때로는 제대로 들었고 무슨 말인지 인지했는데, 생각을 하던 도중에 잊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질문에 대한 답을 떠올리다가 약간 사고가 다른 방향으로 틀어질 경우, 원래의 질문이 무엇이었고 내가 어떤 대답을 하려고 했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사적인 대화 자리에서뿐만 아니라 학교 다닐 때 교사든 교수든 나에게 답해보라고 했을 때도 이런 일이 종종 발생하곤 했다.
이런 나의 특성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이랑 대화를 할 경우에는 내가 놓치는 부분이 있어도 상대가 이해를 해주고, 내가 놓친 부분에 대해 물어보면 다시 이야기해주기도 한다. 다만, 그렇지 않은 사람과 대화를 하다가 이런 일이 발생할 경우에는 내가 상대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는다는 오해를 야기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그 정도 인간관계에서 나의 특성에 대한 구구절절한 설명을 하고 싶지는 않다. 결국 대화의 일부를 흘려보내며, 부분적으로만 소통하게 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자주 있다.
특정 대상에게만 발생하는 현상은 아니라고 했지만 유독 이런 게 심한 상대가 있기는 하다. 그것은 그 사람의 말투에서 비롯된 부분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높낮이 변화도 별로 없고 중간에 강세가 들어가지도 않고 미들템포로... 연기할 때 좋겠다. 저기에서 발성만 잘하면 딱 연기 기본 베이스인데, 발성이 약해서 잘 안 들리는 건가. 흥미로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