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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휘 Nov 15. 2024

#72 비속어

2024년 11월 15일 금요일 갑진년 을해월 계미일 음력 10월 15일

쓰는 사람도 많고 안 쓰는 사람도 많은 그것. 습관처럼 내뱉는 사람도 있고 쓰는 게  익숙하지만 이미지 관리로 안 쓰는 사람도 있고 내뱉는 것 자체가 어색하고 낯선 사람도 있는 그것. 듣길 꺼려하는 사람도 있고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하는 사람도 있는 그것. 난 내뱉는 게 어색한 편이다. 도저히 입에 안 붙는다고 해야 하나. 잎에 붙여서 좋을 게 없는 표현들이긴 하니 애써 붙이지도 않겠지만 말이다. 가끔, 아주 가끔 쓰긴 하는데 들어본 사람은 얼마 없을 거다.


타인이 사용하는 비속어에 대해서는 상황과 맥락에 따라 입장이 달라진다. 감탄사나 수식어로 사용되는 비속어는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부정적인 감정이 담겨 있는 비속어는 싫어한다. 누가 사용하든 그것은 나로 하여금 거부 반응을 야기하며, 그것은 그 사람 자체를 거부하게 만든다. 그 거부감은 무의식 저 아래 어딘가에서부터 나오는 것이라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아마 그 날카롭고 부정적인 말들이 나를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더라도 나의 무의식은 그걸 나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여 방어하고자 하는 것 같다.


누군가의 비속어 사용이 나로 하여금 그 사람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게 한 사례가 몇 번 있었다. 대체로 상황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그 사람으로 하여금 비속어를 내뱉게 한 것 같다. 뭐, 그럴 만한 상황이었다는 건 이해하면서도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아주 오래전부터 내 안에 내재되어 있지만 억누르고 있는, 덕분에 긍정적인 감정들도 어느 정도 함께 억눌려 버린, 나의 만성적인 불안과 공포가 자극받는 느낌이다. 나의 그런 감정이 그 상황에 대한 감정이 아니라 그 사람에 대한 감정이 되지는 않길 바라지만, 이 또한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닌 것 같다.


감탄사나 수식어로서 사용되는 비속어에 대해서는 별생각 없는 것으로 보아 비속어 그 자체의 문제보다는, 그것을 사용할 때 나오는 그 뉘앙스의 문제인 것 같긴 하다. 강하게 터져 나오는 말들. 그게 날카롭게 내리 꽂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게 나에게 내리 꽂히지 않게 방어를 하는 거겠지. 상대가 더 이상 비속어를 내뱉지 않는 순간에도, 최소 몇 분 동안은 그 방어적인 상태가 유지되는 편이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레 해소되기 전에 그 상태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아직 찾지 못했다. 누군가 그 답을 찾는다면 공유해 주길 바랄 뿐이다.


부정적인 뉘앙스가 담기지 않은 비속어는 오히려 인간적인 느낌이 들어 나쁘지 않다. 너무 많이 쓰는 것도 썩 좋지 않기야 하겠지만 조금 정도는. '거 참 뭐시깽깽한 일이다' 하는 정도의 뉘앙스로 내뱉는 정도는 있을 수 있는 일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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