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단휘 Nov 20. 2024

#77 식사

2024년 11월 20일 수요일 갑진년 을해월 정사일 음력 10월 20일

뭐라도 먹어야지, 하면서도 식사를 챙겨 먹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음식을 준비하고 섭취하고 정리하는 그 모든 과정이 번거롭다. 번거로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돈을 써야 한다. 하지만 요즘 물가는 엄청나다. 별 것도 아니어 보이는 것이 만원을 그냥 넘긴다. 메뉴판에 적힌 금액들을 보면 무언가 먹어야지 하던 마음도 싹 사라진다.


대학교 3학년 언저리에는 학교에서 천 원 조식이라는 것을 운영하여 아침 식사를 잘 챙겨 먹는 편이었다. 1교시 수업이 있든 없든 8시까지 학교에 가서 그날의 일정을 체크하고 8시 30분에 학생회관 1층에서 아침 식사를 한 뒤, 1교시 수업의 유무에 따라 행선지를 결정했다. 오전 수업 위주로 공강일 없이 평일 내내 분산되어 있는 시간표를 선호하여 대체로 1교시 수업이 있긴 했다. 그런 시간표는 빠르면 11시, 늦어도 15시에는 수업이 끝나 오후 시간을 확보하기 좋았다는 건 여담.


코로나가 유행하며 학생식당을 이용할 수 없게 되자 아침을 챙겨 먹는 일이 쉽지 않아 졌다. 아침부터 식사를 준비하는 건 정말 번거로운 일이다. 그나마 무난하게 준비해 먹을 수 있는 게 라면인데, 뜨거운 것을 잘 못 먹는다거나 하는 특성 때문에 라면을 끓이는 것부터 다 먹고 정리하는 것까지 한 시간 정도 잡아야 한다. 아침에 일아나 하루를 시작하고 오전 일정을 위해 나갈 때까지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지 않다면 아침 식사를 챙겨 먹기 어렵다. 학생 때는 어떻게 그렇게 꼬박꼬박 챙겨 먹었는지 모르겠다. 고등학생 때는 집에서 아침 식사를 하는 게 나 밖에 없기도 했는데... 어떻게 했지?


점심 식사는 늘 애매하게 느껴진다. 무언가 하다 말고 중간에 애매하게 끊고 나가서 식사를 하고 와야 하는 느낌이라 대학 다닐 때부터 썩 즐기지 않았다. 급식이 나오던 시절에는 그럭저럭 잘 먹었지만, 그 이후로는 주로 아침과 저녁만 챙기고 점심은 자주 거른 것 같다. 수강신청을 하기 전 시간표를 짤 때부터 이미 나의 시간표에는 점심시간이 고려되어 있지 않았다. 요즘도 시간이 애매해서 점심 식사를 자주 거르는 편인데, 그래도 아침 식사와 점심 식사 중 하나는 하려고 하고 있다.


무언가 프로그램에 참여하다 보면 저녁 시긴도 애매해진다. 분명 몇 개월 전에 청년기지개센터 권역 면담에서 하반기 계획 중 하나로 '하루 두 끼 이상 꼬박꼬박 챙겨 먹기' 따위를 적어 놓았는데 어느 순간 잊힌 무언가다. 잘 먹고 다녀야 뚠실해질 텐데 쉽지 않다. 목표 체중에 도달하지 못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게이너 섭취하며 7kg 늘렸던 게 게이너 다 먹으니까 다시 2kg 줄어든 것도 섭취량 부족 때문이겠지. 간단히 섭취할 수 있으면서도 저렴하고 건강한 식사는 없을까. 그게 늘 의문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