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1일 목요일 갑진년 을해월 기축일 음력 10월 21일
안경을 쓰고 가야지, 해놓고 두고 나가는 일이 벌써 거의 일주일째 벌어지고 있다. 걸리적거린다고 안 쓰고 있다 보니 자꾸 깜빡한다. 보일 건 다 보이다 보니 더 그러는 것 같다. 짝눈이 심한 편이라 안경을 꼭 써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어느 순간 훅 갈 거라는 말을 들은 지 10년이 넘은 것 같은데, 여전히 안경을 쓰는 습관이 안 들었다. 시력이 좋은 쪽 눈에만 의지해서 살아가서 좋을 게 없을 텐데 말이다.
마지막 건강검진에서 측정한 나의 교정시력은 좌 0.7, 우 1.0이었다. 교정시력과 나안 시력이 둘 다 궁금하긴 했지만 안경을 쓰고 가면 교정시력만 측정해 주더라. 대학생 때의 나안 시력 검사 결과가 남아 있어 확인해 보니 그 당시 기준 좌 0.1, 우 1.2였다. 지금은 이보다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어찌 되었건 확실히 오른쪽 눈에 많이 의지하고 있다. 왼쪽 눈은 단지 원근감과 입체감을 위한 보조 수단일 뿐, 실제적으로는 오른쪽 눈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몇 살 때부터 안경을 썼는지는 명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언젠가 써놓은 글에서도 어렴풋한 기억을 쫓아가며 끄적였을 뿐이다. '지금 쓰는 안경은 대학교 4학년 때 큰맘 먹고 구입한 제품'이라고 했는데, 이건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펀딩 중독증' 상태일 때 텀블벅에서 펀딩 했던 것이다. 안경마저도 텀블벅이냐고? 그렇게 됐다. 나는 늘 말하지만 자금의 여유가 되었다면 소비와 지출이 꽤나 큰 녀석이었을 것이다. 소박해 보이는 건 여유 자금이 없기 때문일 뿐. 그걸 알기에 많이 벌고 과소비하기보다는 적당히 벌어서 적당히 필요한 데에 써야지 하는 마음도 있다. 물론 지금은 그 '적당히'를 못 벌고 있지만.
하여간 매일 그렇게 두고 가기만 하지 말고 잘 쓰고 다녀야 하는데, 보일 게 다 보이다 보니 완전히 잊어버리곤 한다. 지금도 안경을 쓰지 않은 왼쪽 눈만으로는 화면에 쓰고 있는 글씨가 보이지 않지만 양쪽을 다 뜨고 있으면 무리 없이 읽히니까 말이다. 시력이 안 좋으면 안경이 불편해서 집에서는 안 쓰고 있다가도 나갈 땐 보기 위해서라도 안경을 쓴다는데, (물론 시력이 많이 안 좋으면 잘 때 빼고 늘 필수라고도 하지만) 난 그게 잘 안 된다.
몇 시간 쓰고 있는 정도로는 괜찮은데 너무 오래 착용하면 코받침에 닿는 부분에 염증 반응이 생긴다는 점도 내가 안경을 잘 안 쓰게 되는 데 한몫하는 것 같긴 하다. 어느 정도까지 괜찮고 어느 정도부터 문제가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며칠 정도 하루 종일 쓰고 있다 보면 그렇게 된다. 어떻게든 조치를 취하는 게 좋을 것 같다가도 언젠가의 미래로 계속 미루기만 한다. 코받침에 붙이는 실리콘 제품도 있고 하다는데, 언젠가 또 불만이 커지면 그때 가서 찾아보겠거니 하고 미래의 나에게 떠넘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