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9일 화요일 갑진년 을해월 정해일 음력 10월 19일
통각까지는 아니고 미묘하게 남아 있는 근육통을 느끼며, 역시 난 이런 감각을 좋아하는구나 싶다. 거슬리는 곳 없이 몸이 가벼운 상태도 좋지만 기분 좋은 근육통이 남아 있는 걸 즐긴다. 다리에 느껴지는 이 감각이 나로 하여금 어느 정도 거리는 걸어 다니게 만든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부하가 하체에 몰려 있다는 점? 빠르게 걸음으로써 다리에 부하를 주는 것처럼, 일상생활에서 상체에 부하를 줄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으려나 싶기도 하고.
이 감각을 처음 즐기게 된 건 작년 가을의 일이다. 그전까지는 운동과 담을 쌓고 지내는 녀석이었으니 근육통 같은 걸 즐겼을 리가 있나. 청년이음센터에서 자조모임 형태의 동아리 활동이 시작될 때 운동 동아리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아직도 그런 감각을 즐기지 못했을 것이다. 당시 그곳에는 문화예술 동아리, 음악 동아리 등 다른 동아리도 몇몇 기획되고 있었지만, 큰 고민 없이 운동 동아리를 선택했다. 언제까지나 체력도 근력도 없는 녀석으로 취급받고 싶지는 않았는데, 그 당시의 나는 혼자서는 운동을 꾸준히 할 것 같지 않았다.
운동 동아리 기획 단계에서 여러 종목을 조금씩 경험해 보는 것과 하나의 종목을 집중적으로 하는 것 중 후자를 선택했다. 누군가 전신 운동에 균형 감각이나 유연성 등 다양한 영역이 쓰인다는 스포츠 클라이밍에 대해 이야기했던 게 떠오르기도 하고 해서, 이 참에 그걸 해보자 싶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동아리 활동이 시작된 이후에, 클라이밍을 마치고 후들거리는 다리로 계단을 올라 밖으로 나오는 감각은 꽤나 괜찮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스스로에게 해를 가해 발생하는 통각은 사회적으로 문제시되지만 운동을 하여 발생하는 근육통은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매우 합법적인 통각이다. 스스로를 아무리 혹사시켜도 대체로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클라이밍을 하며 볼더링 문제를 푸는 재미도 있지만 근육통이 가진 이런 특성 또한 내가 동아리 지원금으로 클라이밍 정기권을 이용하는 동안 매일같이 클라이밍장으로 향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였다. 어느 순간 그 감각을 즐기게 되어 버린 것이다.
지금 나에게 느껴지는 이 감각은 아마 주말 이틀 동안 서울둘레길 세 코스를 돌고 어제 집까지 걸어서 귀가한 여파일 것이다. 걷는 것도 하체에 부하가 가해지고 클라이밍도 전신 운동이긴 하지만 하체에 좀 더 집중되어 있는 운동이다 보니, 자극을 가할 만한 게 하체에 집중되어 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역시 일상적으로 상체에 자극을 가하는 방법은 잘 모르겠다. 대체로 뭔가 좀 본격적인 느낌. 적절한 수단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