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10일 화요일 갑진년 병자월 무신일 음력 11월 10일
정리가 잘 되어 있는 방에 대해서는 논할 것도 없고, 정리가 영 되어 있지 않은 방의 주인 중 일부는 혼돈 속의 질서를 주장한다. 언뜻 보기엔 정리가 되지 않은 것처럼 보여도 나름의 질서가 있어 본인은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고, 각각의 물건들은 있을 자리에 있다는 것이다. 나로선 그게 왜 되는지 신기할 따름이지만 말이다.
나 역시 상당히 엉망인 방에서 살아가고 있다. 의식적으로 관리하지 않는다면 방의 상태라는 것은 늘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기 마련이다. 집에 있는 나는 높은 확률로 의식적인 관리를 할 수 없는 컨디션으로 존재하며, 그렇기에 내 방은 대체로 높은 엔트로피 상태로 존재한다. Zoom 화면을 켜야 하는 요즘도 화면에 나오는 부분만 적당히 치워 놓았을 뿐이다. 아니, 치운 게 아니다. 그마저도 커다란 쿠션과 인형으로 가려 놓았을 뿐이다.
어떤 물건이 필요할 때 그것이 방 어딘가에 있다는 건 확실한데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것이 서랍에 있는 경우에는 각각의 칸에 무엇을 넣는지가 대략적으로 정해져 있어 어느 칸에 있는지 찾는 게 어렵지 않다. 문제는 그렇게 어딘가의 내부에 있는 게 아니라 유동적으로 이동 가능한 곳에 놓여 있는 경우에 발생한다. 어딘가에 올려놓은 (혹은 내려놓은) 물건은 찾기 쉽지 않다. 내 방에 침대가 있었다면 아마 침대 옆으로 떨어지거나 밑으로 밀려 들어가는 물건들도 많았을 것이다. 다행히 물건이 손에 닿지 않는 곳으로 끼여 들어갈 일은 거의 없지만, 눈에 보이는 모든 곳이 그 물건이 있을 수 있는 후보지다.
분명 방에 수납공간이 적지 않은데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바닥에 굴러다니는 녀석들이 너무 많다. 어느 정도는 욕심이 많은 탓일 것이다.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처분을 주저하다가 늘 포기하지 못한다. 그리고 거실에 굴러다니는 주인 없는 물건에 대한 소유욕을 드러내는 경우도 종종 있다. 방에 책장이 이미 두 객가 있는 상태에서 거실에 있는 책장을 일부 처분한다는 말에 그 책장을 내 방에 들여오기도 하였으니 말이다. 그 책장 들여오면서 수납공간이 늘어나 상대적으로 나아진 부분도 있긴 하다. 다만, 좁게 끼여 있던 녀석들이 조금 널널하게 분산된 느낌이라, 여전히 방은 꽉 찬 느낌이고 갈 곳 잃은 물건들도 여전히 존재한다.
물건 하나 찾기 위해 이불을 집어던지고 이곳저곳을 살펴보며 때로는 정리의 필요성을 느끼지만, 늘 무엇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건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꾸준히 엔트로피를 감소시키는 작업을 해주어야 하나 싶기도 하고. 날 잡아서 정리를 한 후 그것을 유지하려고 하면 어느 순간 유지하지 못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매일 꾸준히,라는 느낌으로 조금씩 상태를 완화시키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을 것 같으면서도 말이야 쉽지. 때로는 방에서 핸드폰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소리의 방향을 잘 인지하지 못하는 나의 특성과 더해져 전화를 걸어봐도 핸드폰을 찾는 데 오래 걸리더라. 때로는 수신음이 끊길 때까지 찾지를 못 한다. 어떻게든 해야 될 것 같긴 한데, 대체 정리라는 건 어떻게 하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