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잡다니 May 01. 2018

괜찮아 외로워도 돼

외로움을 이기는 아주 간단한 방법



유난히 잔인했던 4월이 지났다. 끊임없이 바빴지만 지독히 외롭기도 했다. 사람들을 만날 때도, 누군가를 떠올릴 때도, 새로운 여행을 준비할 때도 마음이 분주한 동시에 외로웠다.


인간은 원래 절대적으로 고독한 존재라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외로움은 상대적일 때가 많다. 누군가가 곁에 있다가 없을 때, 혹은 다른 이에겐 있는 것이 내겐 없을 때, 또 어떤 이의 마음이 내 마음과 같지 않다고 생각할 때 우린 보통 외롭다고 느낀다.


사람들은 대부분 외로울 때 그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노력한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나거나 더 바삐 움직이거나 무언가를 자꾸 꾹꾹 눌러 더한다. 허나 외로움은 병이 아니다. 치료하고 고쳐야할 문제가 아니라 그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수많은 감정 중 하나이다.


슬플 땐 울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화가 날 땐 참는 것보다 화를 내고 푸는 것이 효과적이듯이 외로울 때는 더 철저히 쓸쓸해지기를 추천한다. 무언가를 자꾸 더할 생각 하지 말고 그냥 스스로를 내버려둬야 한다. 그래 내가 과연 어디까지 외로울 수 있나 보자 하고 끝까지 기다려보는 거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억지로 듣고 내 이야기를 꾸역꾸역 털어놓기 보다, 새로운 인연을 찾아 정처없이 헤매기 보다, 괜히 죄 없는 이를 원망하고 미워하며 못살게 굴기보다 고요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어두운 밤도 좋고 따사로운 햇살 아래서도 좋다. 시끄러운 거리도 괜찮고 조용한 서점이나 카페도 괜찮다. 어딘가 낯선 곳으로 떠나거나 혹은 늘 누군가 함께 북적였던 아주 익숙한 곳을 혼자서만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그곳에서 오직 나를 생각한다. 다른 누군가의 나, 어떤 곳에서의 나, 누군가가 바라는 나의 모습이 아니라 그냥 지금 내 모습 있는 그대로를 가만히 떠올린다. 내가 행복할 때, 내가 슬플 때, 내가 뿌듯할 때, 내가 억울할 때, 내가 화가 날 때 등 오롯이 나의 감정들에 집중한다.


그리고 그런 나를 스스로 다독인다. 나지막이 자기 이름을 부르며 괜찮다고 말해본다. 외로워도 돼. 이상한 거 아니야. 누구나 외로워서가 아니야. 설령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안 외롭고 나만 외로운 것이어도 괜찮아. 외로운 건 나쁜 게 아니야. 외롭다고 마음에도 없는 행동을 하고 누군가에게 상처 주는 일이 나쁜 거지. 외로운 감정은 지극히 당연하고 아주 착한 감정 중 하나니까.


이렇게 중얼거리다보면 어느 새 혼자인 것이, 무언가 조금 부족한 것이, 남들이 뭐라뭐라고 비웃는 것이 아무렇지 않아진다. 아니 장담할 수는 없지만 꽤 많이 나아진다. 누구나 혼자라는 게 받아들여지고, 내게 없는 것도 있지만 있는 것도 많구나 깨달아지고, 세상 어느 누구도 내가 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


외로워도 괜찮다.

아니 외로우니까 참 괜찮다. 이렇게 한 번씩 외로운 덕에 진짜 나를 마주할 수 있으니까.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으니까.


온전히 나로 살 수 있으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