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거나 혹은 따뜻하거나
사실 4월은 그리 따뜻한 달이 아니었다.
무엇이, 언제부터, 4월을 따뜻하게 기억하게 했는지. 왜 자꾸 4월에 추우면 배신 당하는 기분이고 속상한 건지. 따뜻해서 봄이 오는 건지 봄이 와서 따뜻한 건지도 모르고 살면서-
왜 4월이면 뭔가 시작될 것만 같아 가슴이 종종 울렁거리고, 꽃을 보면서 바보같이 엄마미소를 지으며 넋을 놓는지. 봄비가 내리면 추워지는지 따뜻해지는지도 매번 잊어버려놓고. 대체 4월이 뭐길래, 이렇게 또 금방 가는지-
2011년 4월의 끝자락에 썼던 글을 우연히 읽으며- 그 때의 난, 그러니까 스물세살의 난, 지금보다 더 성숙했었나 하고 생각했다.
4월이 사실은 그리 따뜻하지 않은 계절이라는 걸 그간 잊고 살았다. 바람 타고 풍겨오는 따스한 봄냄새에, 몽글몽글 피어나는 새싹과 꽃들에 속아 서둘러 옷장정리를 하고는, 4월의 변덕스런 날씨에 다시 두꺼운 옷을 들춰내곤 했었던 것이다.
그래도 4월은 엄연한 봄이다. 드문드문 밀고 당기지만 따뜻한 빛이 있고, 때때마다 피어나는 꽃을 바라보는 설렘이 있고, 너도나도 울렁이는 마음이 있다.
봄이 매일 따뜻하지 않다 하여 서운해하지 말자. 봄은 원래 그런 애였다. 그래도 좋지 않은가. 앞으로는 더 따뜻해질 날들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몇 주 뒤면 덥다고 또 툴툴거릴 우리들이니까.
밀고 당기고 썸타는 4월을 얼른 즐기자.
금방 사라져버리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