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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다니 Jul 28. 2017

나는 매주 그곳에 간다.

홍대입구 1번 출구에는 특별한 무언가 있다.



6시 땡 하고 퇴근길 지하철에 몸을 싣고 아니 몸을 끼워넣고 홍대입구로 향한다. 파도처럼 정신없이 쏟아지는 사람들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 빠져나오면 포장마차의 냄새가 내 허기진 배를 어김없이 유혹한다. 수업을 들으러 가기까지 남은 30분이라는 애매한 시간 동안 나는 이곳에서 끼니를 때우기로 결심한다. 그러기를 벌써 네번째.


사람들로 북적이는 홍대입구역 1번  출구 앞에는 항상 두 개의 포장마차가 나란히 있었다. 하나는 지하철역 입구 바로 앞에 있었고 하나는 살짝 길 건너편에 위치해서 나는 잠깐의 망설임 끝에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입구 바로 앞에 있는 포장마차로 향했다. 처음은 그렇다 치고 맛 검증을 위해 건너편의 다른 포장마차를 이용해볼 법도 한데, 나는 네번 연속으로 같은 포장마차에서만 배를 채웠다.


그 이유를 오늘에서야 완전히 알게 되었다. 첫째, 일단 맛있었다. 소시지, 핫도그, 닭꼬치, 오뎅 등 종류별로 먹어보았는데 모두 맛있었다. 물론 내 입에 맛없는 음식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기대 이상의 훌륭한 맛이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오뎅국물이 끝내줬다. 더운 여름 날씨에도 벌컥벌컥 들이켰으니 말이다.


둘째, 정말 친절하셨다. 따스한 아주머니의 미소와 계산을 하며 감사 인사를 전하시는 목소리엔 언제나 진심이 묻어났다. 게다가 아저씨는 내가 꼬치를 먹을 때마다 슬쩍 지켜보시다가 먹기 편하도록 꼬치의 끝을 항상 손수 잘라주셨다. 죄송스러우면서도 감사한 마음에 늘 입가에 미소를 장착하며 꼬치를 먹었다.


셋째, 유난히 깨끗했다. 길거리 음식은 주로 여유가 없는 바쁜 이들이 찾기 마련이라 양념이나 국물이 떨어져있는 것이 늘 익숙했다. 그런데 이곳은 내가 떨어뜨린 양념이 민망해질 만큼 항상 깨끗했다. 손님이 가고나면 늘 곧바로 정성스레 상을 닦으셨던 것이다. 게다가 쓰레기조차도 항상 정갈하게 버려져 있었다.


이러한 포장마차에서 네 번의 식사를 거치고 나니 정말 애정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이곳은 단순히 음식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정성을 선물하는 곳이었다. 마케팅 교육에서 늘 고객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배웠는데, 이곳이야 말로 내게는 정말 최고의 현장학습 장소였다.


평범함과 특별함은 정말 한 끗 차이다. 그런데 그 한 끗 차이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인지 잘 깨닫지 못할 때가 많다. 가위야 손님들에게 셀프로 맡겨도 되고, 상이야 어차피 더러워지는데 조금 몰았다 닦아도 될 일이다. 하지만 여긴 정말 남달랐다. 이러니 음식이 유난히 맛있게 느껴지는 이유도 기분탓이 아니라 진짜 정성스레 재료를 준비해 만드셨을 거란 믿음이 간다.


오늘도 어김없이 꼬치를 먹다가 나는 그동안 그렇게 특별해지길 원하면서 과연 내 삶에 얼마나 정성을 기울여 살고 있었는지 돌아봤다. 끈기가 없어 늘 이것 조금, 저것 조금 하다 말고 끝까지 제대로 파지도 않았으면서 성공한 이들을 부러워만 하진 않았는지. 귀찮아서 그냥 포기해버린 일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특별함은 우연히 얻어 걸린 복권이 아니라 수없이 갈고 닦아 만드는 보석이라는 걸, 오뎅굴물을 홀짝이며 떠올린 진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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