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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다니 Oct 18. 2017

외로우니까 사람인가요

당신의 관계는 안녕한가요?



운 좋게도 나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거절의 아픔을 크게 겪어본 일이 거의 없었다. 어찌 살면서 거절이나 거부를 아예 안 당해봤겠냐마는 어쨌든 큰 상처를 입은 기억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거절이 유난히 두려웠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 것처럼 거절의 아픔을 많이 경험해봤다면 좀 덜 두려웠을까. 이런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나의 방어기제 중 하나는 애초에 거절 받을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었다. 하여 누군가에게 먼저 연락을 걸거나 약속을 잡는 사소한 일조차도 결코 쉽지 않았다.


나는 늘 수동적인 인간관계를 맺어왔다. 그저 누군가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연락을 기다릴 뿐, 먼저 다가가는 일은 늘 내 역할이 아니었다. 고맙게도 이를 받아들여주고 이해해주는 이들이 있어 다행히 외롭진 않았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살다가 과연 언제까지 외롭지 않을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물론 꼭 외로워서 사람을 만나는 것은 아니지만 관계를 위한 노력을 해야겠다는 죄책감이 든 것이다. 이러한 내 모습을 무던히 깨고 싶었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라고,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라고 정호승 시인은 말했지만 누구도 평생 외로우려 하진 않는다. 끊임없이 타인을 통해 나의 존재를 확인하고 인정 받고 사랑받기를 원하는 것이 사람이니까.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돌아보니 별 것 아니었던 일은 많을지라도.


모든 일이 진행되는 순간엔 어느 것 하나 마냥 가볍고 쉽게 넘어가는 일이 없었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특히 관계의 문제에선 예외가 없었다. 무거운 관계일수록 나는 더 괴로웠다.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쉽고 가볍게 느껴지는 관계는 결코 오래가지 못했고, 그것이 내게 큰 영향을 미치지도 않았으니까.


관계의 문제에 봉착할 때마다 나의 방어기제는 늘 장애물이었다. 거절이 두려워 그저 시간을 방패 삼아 회피했다. 이런 내 모습에 누군가는 이유도 모른 채 상처를 받을 것이고, 하여 나를 원망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예 노력을 안 한 것은 아니다.


다만 내 '나름의' 노력이 통하지 않을 뿐


그래서 관계에는 균형이 중요하다. 나의 최선이 상대에게도 최선으로 느껴져야 하며, 나의 노력이 상대에게 충분히 어필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 균형이 계속 삐그덕거린다면 결국 관계는 무너진다. 하지만 누구의 탓도 아니다. 그저 서로 달랐을 뿐. 원망할 필요도 상처 받을 이유도 없다. 물론 쉽지 않겠지만.


나는 여전히 정답을 모른다.


정답을 안다해도 잘 해낼 자신이 아직은 없다. 어쩌면 평생 이런 나를 이해해줄 사람들과만 관계를 맺고 살아갈지도 모르겠다. 때론 그 관계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벅찰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 '나름의' 노력을 결코 포기하진 않을 거다. 적어도 내 노력을 알아주는 이들이 아직은 남아있을 거라 믿기에. 시간이라는 방패가 때로는 약이 된다는 걸 알기에.


공연히 오지도 않는 전화를 오늘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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