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과거로

브라질 여행기 2

by 단이

아에로멕시코의 드림라이너 보잉 787-8을 타고

멕시코시티까지 14시간 가까이 날아갑니다.

인천에서 멕시코시티까지 가는 노선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비행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그게 여정의 끝이 아닙니다.

멕시코시티에서 7시간 기다렸다가

다시 10시간 비행을 해 브라질 상파울루까지 갑니다.

그리고 2시간 안에 짐을 찾아 터미널을 바꿔 다시 체크인을 해서

브라질 국내선을 타고 포르투알레그리까지 2시간을 더 날아갑니다.


14+7+10+2+2=35


집에서 떠나 목적지의 호텔까지 가는 시간을 고려하면

거의 40시간은 걸릴 것 같습니다.

비행기가 제대로 운행한다면 말이죠.

제발 연착이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아에로멕시코는 처음입니다.

태평양 위를 지나가는 것도 처음입니다.

창밖은 밤바다라 옆에 용이 날아다닌다고 해도 보이지 않을 것 같습니다.


기내에서 잠을 거의 자지 못하고

칵테일을 홀짝이며 겨우 시간을 때워

멕시코시티에 도착했습니다.

한국에서 17일 오전 11시 40분 비행기를 탔는데,

멕시코에는 17일 오전 10시 35분에 도착했습니다.

와, 1시간 가까이 과거로 왔네요!


14시간 비행을 마치고 난 나의 모습은 정말 꼬질합니다.

씻고 싶습니다.

그런데 다음 비행을 위해 7시간을 기다려야 합니다.

바깥은 26도.

덥지는 않지만 꼬질함이 더 악화하기에 좋은 온도입니다.


7시간 동안 공항에만 있지 않고 시내에 나가볼까 했는데

반갑게도 도착하는 사람들은 모두 입국심사를 해야 하네요.

어차피 공항 밖으로 나오게 된 거, 시내에 나가봅시다.

연결 편을 위해서는 다시 탑승수속을 해야 합니다.

다행히 부친 짐은 상파울루까지 연결이 된다고 합니다.


유심칩은 쓸모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비행기에서 유심칩을 미리 갈아 끼려고 패키지를 뜯어보니

유심칩을 여는 날카로운 핀이 들어있지 않더라고요.

로밍을 켜놓고 오길 다행이지,

유심칩이 있어도 사용하지 못하는 이 웃긴 상황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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