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여행기 3
양 어깨에 가방을 하나씩 매고 멕시코시티 공항 밖으로 나갑니다.
멕시코시티 공항은 도시 한가운데 있어
공항 밖 길 하나만 건너면 북적이는 차들과 시장이 있습니다.
짐이 무거워서 멀리는 못 가고
공항 근처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볼까 합니다.
재미있는 건, 오래전 멕시코 친구가 한 명 있었어요.
그때 그 친구가 멕시코 돈이라며 동전을 종류별로 하나씩 줬었는데
그걸 이번에 찾아서 가져왔지 뭡니까.
10페소, 5페소, 2페소, 1페소, 50센트.
총 18.50페소입니다.
그땐 그 친구가 못 미더웠는데
십몇 년 지난 지금 저에게 이런 기쁨을 주네요.
공항 근처 시장에는 포장마차 같은 노점이 많습니다.
노점상은 주스, 과일, 타코 등 여러 가지를 팝니다.
멕시코에 왔으니 현지 타코나 하나 먹어볼까?
배는 전혀 고프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냥 지나치기에는 뭔가 아쉽습니다.
한 타코 노점상이 지나가는 저에게 치노(chino)라고 외칩니다.
말을 걸어주는 게 반가워 웃어줍니다.
타코 하나에 얼마냐고 물어보니 하나에 20페소라고 합니다.
나는 18.50페소밖에 없다며 가진 돈을 손바닥에 펼쳐 보여줍니다.
그랬더니 웃으면서 알았다는군요.
접시에 타코를 하나 받았습니다.
두 장의 얇은 또띠야 위에 구운 소고기와 감자튀김이 있습니다.
그 옆에는 구운 미니 양파가 하나 있네요.
타코를 받기는 했는데 어떻게 먹는지 몰라
대뜸 옆에 있는 커플에게 말을 겁니다.
아는 스페인어 단어를 총집합합니다.
커플은 다행히 친절하게 먹는 방법을 설명합니다.
타코에 여러 가지 살사나 야채를 취향껏 얹어 먹으면 된다고 합니다.
매운 빨간색 살사, 더 매운 초록색 살사, 그리고 오이, 고추 등등
여러 가지를 조금씩 내 타코에 얹어 먹어봅니다.
이방인이 타코를 먹는 게 재미있는지 이 커플은 식사를 마친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내 옆에 서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줍니다.
저도 신이 나서 계속 말을 붙여봅니다.
너네 타코는 얼마나 자주 먹니?
한 번에 몇 개까지 먹을 수 있니?
이들은 타코를 매일 안 먹고,
여자는 한 번에 2개, 남자는 3개 정도 먹는다고 하네요.
여자가 오이에 라임을 짜고 그 위에 소금을 쳐서 먹어보라고 합니다.
그대로 합니다.
라임의 상큼함과 소금의 짭짤함이 만나 오이에 아삭함을 더해줍니다.
정말 맛있습니다.
오이를 먹는 새로운 방법을 배웠습니다.
커플과 작별인사를 하고 타코를 마저 다 먹고 공항으로 돌아옵니다.
이상한 나라에 온 엘리스가 된 기분
저는 이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