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여행기 4
멕시코시티에서 7시간을 기다린 끝에 다시 비행기를 타고
브라질 상파울루까지 10시간가량을 날아갑니다.
목적지인 포르투알레그리까지 가려면
상파울루에서 비행기를 다시 한번 갈아타야 합니다.
상파울루 공항에 도착해서 국내선으로 갈아타야 하기 때문에
입국심사를 하고 짐을 찾아서 부치고 보안검사도 다시 한다고 합니다.
이 모든 걸 2시간 안에 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비행기가 20분 정도 늦게 도착했습니다.
뛰어갑니다.
비행기 좌석도 맨 뒤라 내리는데 더 늦어졌습니다.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국제공항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습니다.
몰려 있는 사람을 향해
“Excuse me, I have a connecting flight in one hour.”
을 연발합니다.
사람들은 저의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흔쾌히 길을 비켜줍니다.
꼬리에 꼬리를 물은 줄을 빨리 지나 입국심사를 마칩니다.
이제 다음 단계, 짐을 찾아서 국내선 터미널로 가야 합니다.
그런데 짐이 안 나옵니다.
이런 땐 내 짐이 항상 맨 마지막에 나오죠.
짐을 받아 들고 국내선 터미널을 향해 뜁니다.
숨이 차서 더 이상 못 뜁니다.
사람무리를 헤치고 지나가며 외치는 말은 이제
in one hour이 아니라
40 minutes입니다.
겨우 국내선 터미널을 찾은 것 같은데
그다음에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헤매다 행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다들 친절히 어디로 가라고 대답해 줍니다.
그런데 제각각 다른 대답입니다.
포르투알레그리 행 비행기가 7시 40분 출발인데
지금 시간이 7시 4분입니다.
빨리 가면 탈 수 있을 것 같은데...
땀범벅이 되어 체크인 카운터에 도착합니다.
안 그래도 36시간 동안 비행기를 탄 몸이라 꼬질한데
이제는 러닝머신에서 최소 30분은 뛴 것처럼 땀까지 흘리고 있습니다.
자, 그래도 일단 목적지에 도착하기만 하면 돼.
여기 짐 빨리 체크인해 주세요, 저는 비행기 타러 달려갈게요.
그런데 체크인 카운터에서 안된다고 합니다.
방금 전 체크인이 끝났으니 2시간 후에 있는 다른 비행기를 타라고 하네요.
휴…
그렇게 열심히 뛰었건만!!!
그러게 비행기 예약을 왜 이렇게 해준 거야?
아니면 짐이라도 빨리 내보내던가!
화가 났지만 어쩔 수가 없습니다.
비행기 티켓팅을 다시 하고 보딩패스를 새로 받습니다.
여유가 생긴 김에 화장실에 가서 세수를 합니다.
냉수를 한 모금 들이키고 정신을 차립니다.
그래, 차라리 잘 됐지 뭐
스스로를 위로합니다.
천천히 보안검사를 마치고 게이트 앞 의자에 앉아 숨을 돌리려는데
건너편에 아는 얼굴이 보입니다.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가는 일본에서 온 동료입니다.
인사를 하자 반갑게 맞아줍니다.
그도 36시간 동안 혼자여서 심심했나 봅니다.
덕분에 나도 말동무가 생겨 외롭지 않게 목적지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