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I am what I eat

잘 먹고 잘 사는 삶

by Dani

코로나로 집에만 콕 박혀 있으니 무력감과 허무감이 찾아왔다. 내가 뭘 잘못해서 이러나 싶어 대상 없는 원망만 늘어갔다. 어릴 때부터 스트레스는 맛있는 음식을 잔뜩 먹는 것으로 해결했다. 그래서 이번에도 시리얼과 마카롱, 아이스크림, 과자, 초콜릿. 달달한 것들로 이 순간을 잊으려 했다. 내 감정을 다스릴 줄 모르던 열 다섯 때와 다를 바 없는 거다. 멋지고 반짝이는 스무 살이길 기대했는데 변한 것 없는 나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늘 ‘잘 먹고 잘 사는 삶’이란 무엇인지 고민해왔다. 어떻게 하면 적당량만 절제해서 먹을 수 있는지. 음식이라는 건 인생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 건지.


위의 그림은 초현실주의의 할아버지격으로 평가받는 주세페 아르침볼도(Giuseppe Arcimboldo)의 그림이다. ‘채소 기르는 사람’이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갖가지 채소가 모여 사람의 형태를 만들어내 눈길을 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이 그림 을 거꾸로 보면 평범한 채소바구니가 나타나는 것이다. 그는 과일, 야채, 꽃 등을 활용해 수많은 인물화를 만들어 냈다. 나는 주세페 아르침볼도의 재치 있는 그림을 볼 때면 철학자 포이에르바흐의 말이 떠오른다.


I am what I eat


내가 먹은 음식들이 나를 만든다. 같은 열량이라도 초코 케이크를 먹는 것과 미역국에 현미밥을 먹는 것은 다르다. 물을 많이 마시거나, 다양한 과일과 채소를 섭취하면 피부가 맑아진다는 이야기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주세페 아르침볼도의 그림은 포이에르바 흐의 말을 직관적으로 이미지화 한 작품일지도 모른다.







생활양식(life style, 生活樣式)은 한 개인이 살아가는 독특한 생활 방식을 말한다. 심리학자 아들러(Adler)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의미를 주는 삶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각기 독특한 생활양식을 발달시킨다고 보았다. 따라서 생활양식이란 개인이 어떻게 인생의 장애물을 극복하고 문제의 해결점을 찾아내며 어떤 방법으로 목표를 추구하는지에 대한 방식을 결정해 주는 무의식적인 신념체계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래서 인생을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내가 내 인생에 부여할 가치’가 필요하다. 나만의 생활양식을 만들어 후회 없는 삶을 살아야 한다.



브랜드 다노(DANO)는 온라인 PT서비스인 마이다노와 건강한 식단 전문 쇼핑몰 DANOSHOP, 다이어트를 돕는 어플리케이션과 관련 매거진까지 운영하며 웰니스(wellness)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130만 명의 고객이 선택한 이 브랜드 는 다이어트를 ‘습관성형’이라 주장한다. 내 몸에 나쁜 습관을 좋은 습관으로 성형해 지속 가능한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자는 거다.


이들은 ‘온전히 먹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했다. TV나 휴대폰을 보면서 먹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그 식사시간에 집중해 음식의 맛을 느끼는 식습관이다. 현대인들은 식사시간을 허기를 달래기 위해 허겁지겁 쑤셔 넣어야 하는 과제, 재미있는 예능에 곁들여지는 소스 정도로 생각한다.


식사는 이렇게 천대받아서는 안 된다. 어떤 음식을, 누구와, 어디에서, 얼만큼 먹는 지는 우리 인생에 있어 아주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위의 작품은 로코코 시대의 화가, 프랑수아 부셰의 그림이다. 아름다운 모든 것들을 사랑한 화가로 귀족들의 여유로운 아침식사 장면을 그렸다. 과거엔 검은 빵이나 감자가 가난한 최하층의 주식으로 상징되고, 하얀 빵이나 진귀한 해산물은 상류층의 음식으로 분리되었다. 음식에도 계급이 있어서 귀천에 따라 먹는 음식의 종류가 달랐다.


물론 지금도 일반인이 먹기에 부담스러울 만큼 값 비싼 식재료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신분제 사회처럼 계층이 다른 서로가 완전히 다른 음식을 먹지는 않는다. 돈을 아끼는 서민들이 무농약이 몸에 좋음을 알면서도 그냥 농약 채소를 사게 되는 차이 정도일 거다.



그런가하면 집에서 커피를 만들어 마시는 가격의 약 열 배를 내고 카페에서 커피를 사마신다. 단순히 음료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나눌 공간을 대여하는 것으로 계산하기 때문이다. 동네 중국집 짜장면의 몇 배를 내고 호텔 중국요리 전문점에 가기도 한다. 맛보다 그 곳의 서비스와 특수성에 가치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5000원짜리 백반을 먹고 10000원짜리 케이크를 후식으로 먹을 수 있다. 가끔은 월급의 절반씩이나 되는 비싼 코스요리를 먹고 싶을 수도 있고, 개인적 신념에 따라 채식 위주의 식단만을 먹을 수도 있다.


소득 수준이 먹는 음식을 결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사람이 선택하는 음식, 그를 구성하는 재료, 그릇, 그리고 식사 장소와 같은 부가적 가치에는 개인의 취향이 반영된다. 이 선택엔 고귀하고 천박한 것이 없다. 그저 자신의 취향이다.


중요한 것은 그 선택 이 과연 나의 삶을 지탱할 신념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무런 생각 없이 그저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를 따라간 것인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는 점이다.


내가 먹는 음식이 나를 만들고. 매일의 식사가 나의 인생을 만든다.


내가 부여할 나의 가치에 따르는 삶이 오늘날의 정신적 귀족이라 생각한다. 나는 나의 인생을 구성할 음식이, 나를 돌보고 치유하기 위해 사용하는 각종 제품들이 최대한 비폭력적이고 건강한 상품이길 바랄 뿐이다. 그리고 잘 먹고 잘 잘 수 있길 바랄 뿐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칼로카가티아의 시대를 멋지게 늙어가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