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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 Nov 28. 2023

청첩장 안 받으면 결혼식은 못가요

캐나다/북미의 결혼 문화

한국의 결혼 문화를 생각해보면 누군가가 결혼한다며 청첩장을 돌리면 가는 사람들도 못가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도 대부분 축의금으로 축하를 대신한다. 그런 한국의 결혼문화에서 자라온 나는 한국계 캐나다인 남편을 만나 2년 전에 결혼했다. 그리고 그 결혼준비를 하면서 엄청난 문화충격을 마주했다.


북미의 결혼문화는 한국과 굉장히 다르다. 일단 준비를 시작하는 단계부터 다르다.


프로포즈와 약혼


대부분 한국은 상견례라는 자리를 만들어 양가 부모님의 허락을 받고 결혼 날짜를 잡는게 일반화되어있다고 알고있다. 하지만 북미에서 결혼 준비의 시작은 달랐다.


양가 상견례를 할 필요는 없었지만 양 쪽 부모님께 전화드려 결혼 하려고 한다고 말씀드리고서 blessing을 달라고 말씀드렸다. 양쪽 부모님께도 가족으로 맞을 준비를 해달라고 말씀 드리는것과 같았다. 이후 알게됐지만 대부분의 북미/서양 남자들이 신부측 아버지께 은밀하게 blessing을 받아내더라 그래서 영화에서 미디어에서 비춰지는 서양 친구들이 프로포즈를 받으면 아무것도 몰랐다는 것처럼 너무 놀래하며 기뻐하는 거다.


양측 부모님께 축복을 받았으면 이제 정식 프로포즈를 해야된다. 프로포즈가 없으면 약혼도 없고 결혼 준비도 시작할 수 없다. 우리의 경우도 똑같았다. 우리는 이미 결혼을 약속했지만 남편이 당시 프로포즈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날짜를 잡을 수도, 식장이나 다른걸 준비할 수도 없었다. 그런거 없이 식장이랑 준비하고서 프로포즈 받으면 되지 않냐고 물어볼 수 있지만, 여긴 다른 문화였다. 아무리 양측의 부모님의 축복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신랑측에서 프로포즈를 3개월 있다 할지, 6개월 있다 할지, 아니면 1년 있다 할 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재촉도 할 수 없는 상태이다.


프로포즈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결혼 할 것을 약속하는 의미로서 신부에게 건내주면서 결혼해달라고 물어보는 행위이다. 다이아몬드 반지를 구하는게 또 다른 산이었다. 남편의 말에 의하면 다이아몬드에도 급이 있고 알 사이즈, 반지 사이즈, 원하는 스타일, 그리고 문제의 배송되서 본인 손에 들어오기까지 한 달이 걸렸다고 했다.


우리도 같이 반지를 보러 다녔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커플링을 보러다닌게 아니라 내 약지에 끼워질 약혼반지를 보러 다녔다. 그렇다고 해도 왜 이렇게 결정할 게 많은건지.. 남편이 일주일 내내 고민하고 찾아보고서 반지 주문을 넣었다고 약혼 한 후에 말해줬다.


내가 맘에든 스타일을 보고선 결정은 남편이 했다.


남편과 나는 2021년 6월 말에 약혼했다. 남편이 나에게 프로포즈한 날이 2021년 6월 말이란 말이다. 그럼 우린 언제 부모님께 blessing을 받았냐고? 우린 2020년 11월에 받았다. 장장 7개월의 간격을 가지고 남편은 내게 프로포즈를 했다. 이 경우에도 생각보다 빨리 프로포즈를 한 경우였다.


타임라인

2020년 11월 양가 부모님 허락(blessing)

2021년 4월 반지 주문

           5월 반지 받음

           6월 약혼


이렇게 나의 결혼준비는 이로서 시작됐다.


날짜, 식장, 그리고 테마


청첩장을 만들때 가장 중요한건 날짜와 장소라고 생각한다. 우리도 똑같이 날짜와 장소를 먼저 잡았다. 한국도 결혼식의 성수기와 비수기가 있고 "결혼식장"이라는 개념이 있기 때문에 그나마 날짜를 잡기가 그나가 쉽다고 생각이 들었다 왜냐면 내가 마주한건 허허벌판에 버려진 한마리의 양같은 심정이었기 때문이었다. 북미/캐나다의 결혼식 준비의 디폴트는 한국 기준의 셀프웨딩이다. 웨딩 플래너가 있는것도 아니고 결혼식장이 있는것도 아니라 코디네이터가 있는것도 아니었다. 사실 웨딩 플래너를 찾자고 하자면 찾을 순 있었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결혼식은 한국 문화가 섞여있는 결혼식이었기 때문에 그걸 이해하는 웨딩플래너를 매니토바에서 찾기가 어려웠다.


캐나다/북미에서 결혼 성수기라고 한다면 당연히 여름과 가을이다. 5월부터 10월 초정도까지가 결혼식의 성수기였다. 겨울에 결혼하는 커플은 정말로 몇명 되지 않는다. 성수기에 결혼하는 비용은 1천만원이 기본이다. 초대하는 손님이 50명 이내일 때 비용인거다. 우리는 그렇게 하룻뿐인 결혼식날에 돈을 많이 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우린 겨울에 결혼을 하자고 결정했다. 매니토바에 있는만큼 일 년 중 가장 추운날을 골라 결혼하자고 상의했고 합의했다. 그래서 우리의 결혼 날짜는 2022년 2월 19일이 됐다. 그리고 그날은 -25도 체감온도 -32도였다.


우리가 결혼하고자 하는 날짜에 맞춰 결혼식을 준비하기란 너무 촉박했다. 아무리 8개월이나 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워낙 느린 북미이기 때문에 결혼 준비를 다 할 수 있을까 걱정까지 됐다. 아래는 일반적으로 북미 사람들이 준비하는 웨딩 플래너 타임라인이다. 결혼식 18개월 (1년 6개월)전부터 준비하는 플래너이니 말은 다 했다.



나는 이 모든 걸 촉박한 시간에 준비해야했고 그래서 가장 중요한 장소를 찾아내느라 혈안이 되어있었다.  사실 북미는 어디서든 결혼 할 수 있다. 교회, 커뮤니티 센터, 학교, 공원, 호텔, 어디서든 결혼식을 올릴 수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어려웠다. 결혼식과 피로연을 따로 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우린 장소를 2군데를 알아봐야했다. 사실 결혼식은 우리가 출석하고 있는 교회에서 할 수 있기에 돈도 굳고 장소를 찾는것도 어렵지 않았지만 피로연장소가 문제였다. 적어도 6-8시간 정도 피로연을 하기 때문에 우린 가장 주차장도 넓고 사람들이 쉽게 찾을 수 있으며 음식이 맛있고 가격도 적당한 곳을 찾아다녔다. 우리는 3-4군데를 돌아다니며 장소, 가격, 옵션 등을 확인하고서 도시에 있는 호텔에서 결혼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의 가장 기본적으로 청첩장에 들어갈 수 있는 내용을 정리했다.


하지만 이건 내 오산이었다. 한국에는 없지만 북미엔 있는 문화가 있다. 본인 결혼식의 테마를 정하는거다. 테마를 정하면 그 테마의 맞춰 꽃들, 부트니어, 장식, 데코레이션 등 모든 색을 테마에 맞춘다. 이런걸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테마라는게 가을, 하와이, 보헤미안 등으로 정할 수 도 있었지만 그저 테마색을 말할 수 도 있었다.


아니 결혼식의 테마는 하얀색과 꽃 아니야?

응, 아니였다. 결혼식의 테마는 사람마다 천차만별이었고 피로연을 할 호텔을 예약할 때 만났던 코디네이터가 물어본 말에 난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런 아이디어는 결혼하는 부부가 같이 이야기 한다지만 대부분 신부가 더 디테일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길 바라는 그 눈빛을 나는 읽었다. 그래서 영어권 시트콤이나 드라마에 보면 웨딩 스크랩북이라는게 있는거구나.. 그걸 난 여기서 절실히 깨달았다.


웨딩 플래닝 스크랩북 샘플


나는 원래도 심플하고 털털한 사람이렸다. 뭔가 대답을 해야만 할 것 같은 위기감에 퍼뜩 떠오른건 결혼하는 교회의 분위기였다. 교회의 바닥엔 버건디 카펫이 깔려져 있고 의자는 골든 나무의자들이었다. 그래서 우리의 테마색는 버건디와 골드가 되었다. 피로연장의 데코레이션은 그에 맞춰 장식될 예정이었다.


피로연장의 옵션은 저녁식사, 식사 테이블과 식기들, 무대설치, 댄스플로어, 포토부스 등이었고 이외의 꽃다발, 꽃 장식, 게스트북, 등은 모두 우리가 또 따로 준비해야했다. 이 이야기는 2-3편에서 이어질거다.



Save the Date, 청첩장, 그리고 RSPV


산넘어 산이라고 누가 말했던가. 결혼식장도 정했고 피로연장도 정했는데 이젠 청첩장을 만들어야했다. 아직 2021년에 우리는 코로나로 락다운이었다 풀렸다 계속 왔다갔다 했던 시기였다. 그래서 애초에 우리는 50명 손님을 부를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첩장은 시급했다. 한국이라면 청첩장을 만드는 업체에 맡겼을텐데 그러기에 북미는 너무나 비싼 가격이 들어 우린 온라인 청첩장을 보내기로 했다. 한국만큼 엄청난 서비스가 있는것도 아니었고, 그렇게 온라인 청첩장을 많이 보내지도 않는 정서 탓에 나는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할까 고민했었다.


그래서 우리는 Save the Date을 먼저 보냈다. 작은 카드로 사람들에게 "우리 결혼식에 초대됬으니까 그 날은 우리 결혼식 날로 일정 다 빼놔-" 라고 말하는 카드였다. 우리의 손님들은 대부분이 로컬이었고 한국인이라곤 우리 양가 가족들 밖에 없었기 때문에 일부러 한국적인 카드로 만들었다.


그리고 우린 온라인 청첩장에 RSPV를 넣어 보냈다. RSPV는 Répondez s'il vous plaît의 약자로 Respond, if you please 라는 의미가 있다. RSPV는 단순이 참석합니다 안합니다를 말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저녁 식사를 대접할 때 주의해야하는 사항들, 알러지 관련, 그리고 댄스 노래 리퀘스트 등을 아우르고 있는 간단한 설문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1) 그래야 손님들 저녁식사 대접이 편하다. 2) 손님들이 어디 테이블에 앉을건지 자리 세팅을 결혼하는 부부가 어레인지 하기 때문이다.


그런 문화적 차이가 있기 때문에 캐나다 사람들은 주변에서 결혼한다는걸 알고있어도 Save the Date이나 RSPV를 받기 전까지 본인이 결혼식에 초대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모든게 결혼하는 커플에게 부담이 될것이란걸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글의 제목을 말하고 싶다.


청첩장 안 받으면 결혼식은 못가요!



타임라인

2020년 11월 양가 부모님 허락(blessing)

2021년 4월 반지 주문

           5월 반지 받음

           6월 약혼

           7월 결혼 날짜 확정

           8월 결혼식장, 피로연장 확정

                   Save the Date 보내기

           9월 온라인 청첩장/RSPV 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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