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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 Nov 05. 2024

누구를 위해 울리는 벨인가

캐나다 학교에서 종을 울릴 때

제일 처음 실습을 나갔을 때도, 지금 맡고 있는 반을 시작했을 때도 캐나다에서 선생님으로 일하면서 가장 어색했던 것은 다양한 벨이 울리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이었다. 


학교의 시작을 알리는 벨

학교가 시작하기 전 모든 아이들은 학교 건물 밖에서 기다리다 학교의 시작 벨이 울리면 그제서야 학교 건물안으로 들어올 수가 있다. 그리고 한 5분 정도 후 또 다른 벨이 울린다. 아침 조회 벨이 울리며 캐나다 국가가 재생되고 아이들은 반에 있던지 복도에 있던지 그 자리에 서서 국가가 끝날 때까지 기다린다.


나에게 왜 학교의 시작벨이 어색하게 느껴지는가 생각해보니 나의 어린시절 학생때 조회 종이 울리기 전까지 누구든지 학생이라면 학교 정문이 열린 이후 자유롭게 학교에 등교할 수 있었음이었다. 또한 학교에서 벨이 울리기 전까지 등교를 완료해야한다는 개념이 머리에 있기 때문이었다. 


학교 시작벨이 울리면 그제서야 모든 출입구가 열리며 아이들은 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 나는 캐나다 고등학교에 실습을 가거나 가르쳐본적이 없어서 아직 캐나다 고등학교에선 어떻게 학생들이 건물에 들어오는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초등학교- 중학교(K부터 8학년까지)는 학생들은 각 반대로 지정 받은 출입구가 있으며 그 출입구 문 앞에서 아이들은 기다리다 시작벨이 울리면 건물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 


선생님들과 학교에서 일하는 각종 사람들은 (카운셀러, 스피치 테라피스트, 리조스 티처, 오피스 크락 등등) 일을 시작하기 전 모두 카드나 fob을 받으며 모든 출입구에 있는 카드 리더기에 사용하여 출입이 자유롭다. 이렇게 시작벨이 울리는것에 가장 큰 베네핏을 얻는 것은 선생님들이 맞다고 생각한다. 교장들도 모두 이 시작벨이 울리기전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오면 안된다는 것을 많은 학부모들과 학생들에게 알려줄 때 가장 큰 이유로 "선생님들이 수업을 시작하게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장할 수 있는 권리"를 보호하기 위함을 이야기 한다. 



아침조회를 알리는 벨

그리고 나면 또 다른 벨이 울린다. 그 벨은 전교생 아침 조회 중 알림사항을 말하는 벨이다. 이 모든 벨이 아침에 울리고 나면 학생들의 시간이 움직인다. 선생님들은 전체 아침 조회를 하기 때문에 따로 조회를 준비하지 않아도 되고, 전체 조회 시간에 생일자, 큰 이벤트 등을 알리고 축하하기 때문에 학교 전체의 분위기가 더 따뜻하게 만드는 것도 있다. 


초등학교는 이후 Recess 시간 전까지 벨이 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중간 중간 계속해서 벨은 울린다. 벨이 울리면 모든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조용히 경청하고 벨이 울린 이후 말하는 알림을 듣기 위해서 최선을 다 한다. 수시로 울리는 벨은 학교 오피스 (교무실이 없는 캐나다 학교라 어떻게 설명해야할지..)에서 학교 전체에 전할 알람이 있거나 한 교실에 있는 선생님이나 교실 아이들에게 알림을 전달해야 할 때 사용된다. 그렇기에 킨더가든에서부터 아이들은 알림벨이 울리면 모두 조용히 경청하는 습관을 연습한다.



Recess 벨

50분 수업하고 10분 휴식하는 한국의 초등학교 시간표와는 다르게 (적어도 내가 초등학교 다닐땐 그랬던 기억이 있다) 캐나다의 초등학교는 모든 게 담임 선생님의 재량에 들어간다. 음악/도서관/체육 등 중요 교과 외의 시간은 교장/교감이 조정해 시간표를 나눠주지만 그 외의 모든 수업시간은 선생님들에게 달려있다. 선생님의 재량에는 휴식과 화장실을 사용하는 시간도 포함되어있으며 저학년들은 간식시간까지 선생님 재량에 들어간다.


하지만 학교 전교생이 비가오나 눈이오나 해가 뜨거우나 (야외활동 적합하지 않은 날씨 제외) 학교 건물 밖으로 나가 놀이터나 공터에서 휴식(이라 쓰고 놀이라고 하는게 맞지 않을까)시간을 제공한다. 그 시간을 recess라고 부르고 이 시간에 모든 학생들은 벨이 울리는 동시에 학교 뒤나 건물 옆에 있는 놀이터/공터에서 휴식시간을 갖다 다시 돌아온다. 


당번제로 선생님들은 돌아가며 이 시간에 아이들을 supervising하며 다치는 학생이나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은 없는지 지켜보기도 한다. 또한 Recess 벨은 시작할 번, 끝날 , 두번이 울린다. recess 스케쥴도 학교마다 천차만별로 시간, 길이, 등이 다르다. 


Dissmissal 벨 - 학교 모든 수업이 끝남을 알리는 벨

학교 모든 일정이 끝나면 울리는 벨은 학생들에게도 선생님들에게도 해방을 알리는 벨이 된다. 학생들은 학교에 들어올 때와 똑같이 벨이 울리기 전 학교 건물을 나갈 수 없다. 부모가 픽업하는 경우에도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들을 마지막 벨이 울리고 나서 픽업하려고 한다. 부모가 학교 끝나는 시간보다 일찍 픽업하려면 학교 오피스에 전화해서 알리고 부모가 직접 학교 오피스에 들어와 건물안에 들어왔음을 사인하고, 아이를 픽업하고 또 사인 아웃 해야한다. 


오피스에서 부르는 벨

학 교실에 달려있는 인터콤에 전화받는 소리나 "삐-"하는 소리가 나면 그 즉시 교실에 있는 아이들은 모두 정숙한다. 이유는 오피스에서 선생님을 부르거나, 교실에 있는 아이를 호출하거나, 또는 중요한 전달사항이 있기 때문이다. 


오피스에선 각 반에 있는 인터콤에만 연결이 가능하기도 하고 전체 학교 인터콤에 연결을 가능하기도 하다. 여기서 좀 더 재미있는 사실은, 선생님도 반에 있는 인터콤 버튼을 이용해 오피스에 호출을 요청 할 수도 있다. 각 반에 선생님들이 전화기를 가지고 있는 학교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이다. 그러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대부분의 모든 학교의 반에는 각 교실에서 오피스를 호출 할 수 있는 버튼이 있으며 호출 후 오피스가 응답하면 그대로 인터콤에 바로 용건을 말해 소통할 수 있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인터콤은 작고 기계로 되어있는게 아니고 그냥 벽에 달려 있는 큰 스피커가 끝이며, 버튼이라고 해도 투박하게 "call" 버튼만 있는 스위치이다. 


인터콤 스튀치. PRiV는 아무도 방해할 수 없고, Call이면 오피스에 호출 할 수 있다. 


각 교시를 알려주는 벨

초등-중학교에선 각 교시를 알리는 벨이 울리지 않지만 고등학교에선 각 교시가 끝남을 알려주는 벨이 울린다. 이유는 초등-중학교에선 담임 선생님이 본인 반의 스케쥴을 결정, 수정, 조정하기 때문에 교시가 끝나는걸 알리는 벨이 있을 필요가 없다. 그렇지만 고등학교는 학점제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각 교시에 따라 교실을 바꿔야하기 때문에 교시가 끝나고 시작함을 알리는 벨이 울릴 필요가 있다. 





나에겐 새롭게 다가왔던 캐나다 초등학교에서 울리는 벨에 대해서 설명해봤다. 매일 매일 학교에서 벨을 듣고 있으면 내가 힘든 날을 보내고 있을 때는 나에게 구원이 되어주기도 하고, 나에게 아쉬움을 남겨주기도 한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벨은 항상 그들을 구원해주는 벨이 되는 것 같다. 내 큰 목표 중 하나는 아이들에게도 벨이 울리는게 아쉬움이 남을만큼 끝내주게 재미있는 수업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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