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e, Think, and Wonder 하버드 대학교 추천 사색 루틴
See, Think, and Wonder 이란 북미 교육학에선 생각보다 많이 사용되는 교육 활동이다. 교실에서 학생들과 함께, 선생님들의 연수교육 과정에서, 더불어 교사 자격증을 따는 과정 중에서도 계속해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활동이다.
내가 처음 이 STW를 접했을 땐 내 두 번째 실습이었다. 초등 음악교육을 전공했기 때문에 역시나 실습도 초등 음악 교실이었고 실습을 봐주는 선생님은 내가 나 스스로를 선생으로서 생각하도록 매일매일 새로운 도전과제를 줬다. 매일매일 레벨 업 하는 그 7주가 쉽지 않았던 건 사실이지만 도전해 보라고 매번 새로운 숙제를 주는 선생님은 내게서 포텐셜을 봤다고 나중에서야 말했다. 그 선생님에게서 배웠던 가장 큰 교육법 중 하나는 학생들이 스스로 답을 찾게 도와주는 게 선생님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그 선생님은 STW를 내게 알려주며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도 친절히 설명했다. 처음 이 활동을 접했을 때 새롭게 눈이 뜨이는 기분이었다. 매일매일 내가 하던 행동이 STW로 정의가 되는 게 신기했던 그 모든 기분을 감히 정의할 수 있는 단어를 내가 찾을 수 있을까. 도전한 자만이 알 수 있는 그 성취감과 해냈을 때의 감동을 다시 새로이 느끼는 시간이었다.
'본다'는 행위를 생각했을 때 우리는 쉽게 '누구나 볼 수 있는데 그 연습을 왜 해?' 라 질문할 수 있다. 이 연습과정에서 본다는 행위는 아무런 생각도, 본인이 지식도 접목하지 않은 채 날것의 그대로 보이는 것만을 걸러내는 작업이다.
두 사진을 '보기만'한 것을 적어보자. 이 SEE라는 스텝에서는 여과 없이 보이는 그 모든 것을 서술하면 된다. 그래서 영어로 가장 첫 문장의 시작은 무조건 "I see..."로 시작한다. 한국어로 해보자면 "나는 ____을 보고 있다." 정도가 되지 않을까. 직접 예시를 들어보겠다.
왼쪽 사진
- 아이들은 무언가를 줍기도 하고, 어떤 아이들은 움직이지 않는 게 보인다.
- 어른들은 모두 다른 방향을 보고 있으며 아이들에게 눈길을 주고 있는 어른이 없는 게 보인다.
- 땅이 흙으로 되어있고 평평하지 않은 게 보인다.
- 아이들도 성인들이 반팔과 긴팔을 다 입고 있는 게 보인다.
- 뒤에 나무들이 보이긴 하지만 건물들이 더 많이 보인다.
- 아이들 남녀 성비 구별이 어렵게 보인다.
- 건물들이 녹슨 게 보인다.
오른쪽 사진
- 어린아이들과 아이들이 보인다.
- 아이들이 모두 몸을 움직이는 게 보인다.
- 어른들은 아이들을 바라보기도 하고 있으며 사진을 찍는 모습도 보인다.
- 땅이 자잘한 자갈이 깔린 게 보인다.
- 뒤에 나무들이 보이며 상점도 보인다.
- 남자아이들과 여자아이들이 섞여 있는 게 보인다.
- 성인 남녀 성비가 다양하게 섞여 있는 게 보인다.
- 사람들이 모두 반팔이나 반바지를 입고 있다.
'왼쪽 사진은 아프리카계 아이들 같다.'라던가 '오른쪽 사진의 사람들은 공원에 있는 게 보인다'라는 말은 이미 머릿속에서 본인이 알고 있는 지식과 합쳐져 나온 결론을 도출한 것이기 때문에 이 'SEE' 스텝에 적합하지 않은 문장들이다.
사람들은, 아니, 우리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판단할 수 있는 사고 체계를 가지고 있으며 우리가 상상한 것보다 이상으로 매 순간 한 번 본 것에 많은 판단들을 내리고 결론을 도출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 '보기'단계를 꾸준히 연습해보지 않는다면 본인의 판단과 생각을 지금 보고 있는 그 날 것에 계속 대입시킬 수밖에 없으며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편협한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감히 이 과정을 정의 내려보자면 '보기' 단계는 생각, 이성, 그리고 감정을 내려놓고 보이는 현실 그대로를 직시하고 겸혀히 받아들이는 사색의 가장 첫 번째 단추이다. '객관화'를 하기 가장 적합한 방법이며 이 객관화를 하기 위해 오히려 본인의 생각과 판단을 여과하는 과정에서 자신과의 사투를 벌이는 아이러니함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을 연습했으니 이제 생각하는 단계로 넘어간다. 나는 이 단계가 사색하기에 들어가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이 생각하는 단계는 이제 내가 알고 있는 것들과 판단할 수 있는 사실들을 추합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왼쪽 사진
- 사람들이 입은 옷을 보니 날씨가 오락가락하는 지역에 살고 있는 것 같다.
- 건물들이 오래된 것처럼 보인다.
- 개발도상국 혹은 발전도중국 나라 중 하나로 보인다.
- 보수가 잘 된 건물들도 있고 녹슨 건물들도 보이는 게 빈부격차가 있을 것 같이 보인다.
- 아이들이 모두 원색이나 눈에 더 잘 띄는 색의 옷을 입고 있는 게 그에 관련된 문화가 있어 보인다.
- 아이들의 머리카락이 짧은걸 보니 머리를 짧게 깎는 게 더 대중적인 것 같다.
- 아이들이 놀다 카드가 흩날려서 바닥에 떨어진 건 아닐까, 그래서 다시 줍고 있는 듯하다.
오른쪽 사진
- 비눗방울들이 잘 날리는 걸 보니 바람이 좀 부는 날인 것 같다.
- 아이들이 입은 옷들을 보니 계절은 여름인 것 같고, 그림자를 보니 해가 잘 비추는 날인 것 같다. (선글라스 낀 사람도 있음)
- 뒤에 숲이 우거지고 옆에 '크림'이라 적혀있는 게 아무래도 공원에서 모여있는 것 같아.
- 사람들이 대부분 모노톤의 옷을 입고 있고 아이들도 색이 진하거나 원색인 옷을 입고 있지 않은 걸 보니 서양권 사람들이 있는 공원인 것 같다.
- 자갈도 잘 깔려있고 사람들이 여유롭게 바닥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걸 보니 주말인 것 같다.
생각하기란 더 많은 추론, 판단,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는 사색하는 시간이다. 이 과정을 통해 내가 본 것에 대한 생각, 판단, 그리고 결과를 가져오는데 내가 발견한 것은 이 시간을 통해 정말 '내 생각이 참인가'에 대한 질문을 계속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앞서 한 '보기'에서 완전히 생각을 배제하는 훈련을 했기 때문에 더욱이 내가 '생각하는 것'이 참인가에 대한 여과작업을 추가해서 할 수밖에 없는 과정이라 생각이 든다.
이 학습 루틴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마지막 스텝에 있다고 난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대부분 질문하지 않고 바라보고 판단한 것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이 있다. 하지만 생각 한 후 궁금해하지 않는다면 과연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앞서 벌써 두 번이나 봤던 사진들을 보고 내 궁금증을 적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 왼쪽과 오른쪽의 사진들이 각각 찍어진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 두 사진 모두 아이들이 행복해 보이는데 그들이 '행복하다'는 걸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 과연 오직 문화, 지역, 인종의 차이만이 이 두 사진의 차별점을 만들었을까?
- 어째서 어떤 나라는 더 가난하고 어떤 나라는 더 부자일까?
- 공원이란 것은 부유층의 전유물일까?
이 와 같이 질문하는 단계에선 사실 더 무궁무진하게 다양한 분야를 생각해 볼 수 있고 그를 통해 학습자들은 사실 더 동기부여를 갖게 된다. 본인이 한 질문에 답을 찾고 싶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특히나 더 어린 학년의 학생일수록 본인의 질문에 답을 찾고 싶어 하기 마련이다.
사실 이 STW 학습활동이 사용되는 시기는 아이들이 학습을 시작하기 전이다. 이 활동을 통해 배울 주제를 관통하는 작품, 사진, 영상, 혹은 음향 등을 보고, 생각하고, 궁금해하는 것으로 학습 활동의 문을 연다. 내가 가르치는 교실에서도 동일하게 학습을 시작하기 전 웜업으로 사용되는 활동이다. 내가 관찰한 바로는 이 활동을 했을 때와 하지 않았을 때 아이들의 학습 동기부여는 확연히 다르다. STW를 하고서 시작하는 수업은 아이들이 더 열과 성을 다해 배우고 싶어 하고, 더 알고 싶어 하는 의지가 보이는 반면, STW 활동을 하지 않은 경우 아이들의 집중력이 더 떨어지는 걸 몸소 확인했다.
하지만 내가 이 활동을 좋아하는 이유는 학습의 동기부여나 집중력보다 더 본질적인 능력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사색하기'를 연습하면 컸다. 책을 읽은 후, TV쇼를 본 후, 영화를 본 후, 어떤 상황을 마주한 후, 내 부모님은 매번 내 생각을 이야기해보라며 궁금한 걸 적어보라며 STW와 비슷한 활동을 계속훈련시켰다. 그렇기에 내가 생각하는 '사색하기'란 보거나 경험한 것에 생각을 더 하고 그 위에 살을 더 입혀 완전히 내 것이 되게 한 후 그 모든 과정을 통해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 적용, 혹은 질문하는 행위이다. 앞서 예시를 들며 보여준 '보기'와 '생각하기'의 과정은 이미 내가 정의하는 사색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내게 예기치 못한 상황이 닥쳤을 때나 너무 당황해서 말이 나오지 않을 때 '보기'와 '생각하기'를 적용해보고 있다. 결국 그 두 단계를 통해 나의 생각은 확장되고 '궁금해하기'를 너머 더 깊은 사색에 들어서는 것이다. 나는 이 모든 과정을 통해 내 생각이 확장되는 것을 직접 경험했다.
성인이 되어 교육학을 전공하며 알게 된 것은 이 '사색하기'라는 것은 비판적 사고를 하기 위한 가장 근본이 되는 힘이라는 것이다. 비판적 사고란 것이 북미 교육에서 아주 중요한데, 이는 비판적 사고를 하지 못하는 사람은 좋은 시민이 될 수 없다는 전제를 가지고 교육목표가 세워졌기 때문이다. 이 학습활동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대학생까지 모두 할 수 있는 활동이며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에겐 이 활동을 통해 어떤 것이 '생각(thought, statement)' 또한 '질문 (question)'인지에 대해 알려주기도 한다.
글을 마치기 전 가장 중요한 부분을 하나 추가하고 싶다. 이 STW 활동은 참/거짓을 가릴 수 있는 답을 정해놓고 하는 활동이 아니며, 혹시나 아이들이나 학생들과 이 활동을 해보고 싶다면 아이들의 모든 답에 맞았어, 틀렸어라는 피드백보다는 '그건 생각이야', '그건 추론이야' 등 더욱 히 구체적으로 피드백을 주며 맞다 틀리다에 초점을 맞추기보단 각 STW의 단계에 맞는 가이드를 주는 것이 더욱 정확하게 이 활동을 하는 방법이다. 또한 활동지를 만들어서 적는 것도 방법이지만, 포스트잇 등을 사용해서 활동을 해보는 것도 추천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