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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겸 Jun 14. 2016

Day 9

사막 횡단...2

오늘 탄 거리: 90km (Las Vegas ~ Searchlight)

총 이동 거리: 601km


오늘도 역시나 약 70km 동안 아무것도 없는 사막을 지나야 한다. 덕분에 새벽 3시에 일어났다. 목표지는 Searchlight라는 언덕 위에 있는 작은 마을. 모텔이 40달러라고 들었다.


새벽 3시의 라스 베가스. 아무도 없다.

웬만해서는 겁을 안 먹는데 라스 베가스 뒷 골목을 새벽 3시에 자전거 타고 돌아다니자니 좀 무섭다. 어두 컴컴한 골목에서 나를 보더니 갑자기 유턴한 차도 있었는데, 사실 난 날 치고 가기라도 할 줄 알았다. 그냥 마침 그때 유턴한 거였다.


Henderson에서 맞이한 아침

어쨋튼 어찌어찌해서 라스 베가스를 벗어나 Henderson이라는 옆동네 도시로 들어갔다. 동네 마실 나온 아저씨랑 옆에 붙어서 같이 탔는데, 역풍이 한창 불 때라 의지상실할 때쯤 등장해 파이팅을 넣어주었다. 본인도 Searchlight를 몇 번 가봤는데, 바람이 좀 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역시나 불길한 기운이...


아니나 다를까 Searchlight로 가는 93번 국도를 타니 바람이 미친듯이 불었다. 내리막길이 오르막처럼 느껴지고 평지는 오히려 뒤로 밀려나갈 정도였다  사막지대인데다가 골짜기 사이로 길이 지나가니 정말 제대로 서있기 조차 힘든 수준으로 강풍이 나를 사방으로 흔들어놨다. 웃긴게, 양옆과 앞에서는 부는 바람이 뒤에선 단 한 번도 안 불더라.


Searchlight로 가는길. 오늘도 어김없이 직진이다.

그렇게 세 시간 정도 갔는데 보통이었으면 도착했겠지만 역풍때문에 아직 25km나 남았다. 계속 강풍을 맞으니 정신도 없고, 이러다가 10시까지 못 도착하고 또 타죽을까 해서 히치하이킹을 시도했다. 살기위한 최후의 수단이었다.  그런데 여기는 이상하게도 내가 엄지를 내미니 다른 차선으로 바꿔서 피해간다.(2차선 도로였는데 안 쪽으로 다 들어가더라)

그렇게 30분이 지났나 반대쪽 차선에서 차량 한 대가 유턴을 해서 내게 왔다. 근데 하필 포르쉐 Boxter. 자전거는 커녕 내 짐도 다 못 넣을 차다. 고맙다는 말만 하고 보내드렸다.


히치하이킹이 여기서는 불가능하다 싶어 그냥 다시 Searchlight를 향해 미친듯이 밟았다. 바람때문에 앞도 잘 안 보였지만 살겠다는 의지로 쉬지 않고 밟았다.

그렇게 두 시간 좀 넘게 가니 Searchlight에 도착했다. 감격의 눈물이 찔끔 흘렀다. 10시밖에 안 됐지만 바로 모텔에 가서 주인 아주머니에게 방을 달라고 했다. 다행히 아무말 없이 주셨다.

이런 길에서 바람을 직빵으로 몇 시간 동안 맞았다
그리고 도착한 Searchlight(및 맥도날드)

마침 맥도날드가 있어 그나마 고향에서 먹던 음식과 가장 비슷한 식사(빅맥)를 할 수 있었다. 오늘이 특히나 감격스러운 이유는 바로 사막 구간을 거의 다 끝냈다는 것. 내일도 아직 남긴 했지만, 적어도 70km 동안 아무것도 없는 구간은 없(는 것 같)다. 난생 처음 911도 걸어보고 히치하이킹도 하게 한 지긋지긋한 사막. 이젠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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