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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겸 Jun 14. 2016

Day 10

Out of the frying pan into the fire

오늘 탄 거리: 121km (Searchlight ~ Kingman)

총 이동 거리: 722km


어느때와 같이 새벽 3시에 일어나 자전거에 올라탔다. 오늘은 엄청난 고도를 올라야 하는 날. 1600m의 고도상승이 예정되어 있다. 지리산을 자전거 타고 오르는 셈.


동네가 완전 산 한 가운데인지라 새벽길은 완전히 암흑이었다. 자동차도 5시 전까지는 딱 한 대 지나갔고 불빛이라곤 오로지 내 전조등뿐이었다. 바퀴 굴러가는 소리와 함께 방울뱀 소리가 옆에서 계속 들려왔는데, 굉장히 묘한 기분이었다. 마치 꿈 꾸는 기분이랄까.


완전히 암흑인 길을 달렸다
6시쯤 되니 해가 뜬다

해가 뜰 때 쯤 이미 신나게 산을(Searchlight는 산 정상쯤에 있다) 내려가고 있었다. 무려 1000m의 고도차가 나오는 내리막길이었다. 그 바로 뒤에 이만큼 그대로 올라가야된다는 생각이 마음 속에 있었기에 그리 즐겁지만은 않았다.


그렇게 한 한시간 정도 내려가니 Bullhead City에 도착. 카지노 도시다. 사실 여기 주변에 있는 곳은 전부다 카지노 도시라고 봐도 좋다. 심지어 Searchlight에도 엄청 후진 카지노가 있었으니.


Bullhead City
아리조나로 들어왔다

그리고 대망의 오르막길 시작. 이 언덕 하나만 해도 고도차가 1000m가 넘는다. 참고로 남산이 200m남짓 나온다. 시작부터 엄청난 경사로 출발하는데 언덕이 끝이 없다. '이쯤 되면 끝나겠지' 싶어서 열심히 올라가면 오르막이 더 있다. 역시 대륙의 스케일은 차원이 다르구나...


약 2시간 넘게 언덕을 오르니 드디어 정상. 경치 하나는 끝내 준다. Golden Valley라는 산골짜기 사이 평지에 위치한 동네다. 산으로 뒤덮여 있는 한국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풍경.

한국 생각하니 한식이 땡긴다. 김치맨이라 그런지 김치를 10일이 되도록 안 먹으니 너무 먹고 싶다. 그래서 찾아본다. Golden Valley는 그래도 이 시골 바닥에서 그나마 좀 큰 마을이기에 희망을 걸어보지만... 있을리가 있나. 그렇게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언덕을 내려왔다.

저 뒤 희미하게 보이는 곳에서 올라왔다
뒤를 돌아보면 경사가 어마어마 하다
사막에서 벗어나는 느낌
Golden Valley로 떨어지는 길
Coffee break

끝난줄 알았지만 아직 언덕 하나가 남았다. 오늘의 목적지인 Kingman으로 넘어가는 최종 관문. 그래도 아까 올랐던 1000m짜리 언덕보다는 훨씬 나았다. 거의 다 왔다는 생각에 신나게 달리는데...


대형사고가... 짐받이가 부러졌다. 짐이 바퀴에 걸려 아예 탈 수가 없는 상태. 목적지까지는 약 10km 이상의 거리. 핸드폰도 안 터진다. 후... 그런데 어쩌겠나. 고속도로 한 가운데서 히치하이킹 할 수도 없고. 한 손엔 자전거를 다른 한 손엔 짐가방을 들고 언덕을 걸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두 시간이 지났나. Kingman에 있는 자전거 샵을 어찌어찌 물어보면서 찾아왔다. 근데 내 자전거에 맞는 짐받이가 없단다. 그래도 한 2km 거리에 월마트가 있다.


월마트까지 땀 뻘뻘 흘리면서 자전거를 끌고가니 거기는 짐받이 자체를 안 판다. 이런... 후... Kingman에 자전거 샵이 딱 한 군데 더 있다. 5km 떨어진 지점. 열 받을대로 받았지만 지금 당장 짐받이가 없으면 여행 자체가 힘들어지니 부랴부랴 끌고 갔다.


이곳 역시 짐받이가 없지만... 주인 아저씨가 울기 직전인 내 얼굴을 보더니 어떻게 뭐 하나 만들어 주시겠단다. 그리고 한 30분 동안 끙끙 대더니 새로운 짐받이를 하나 장착해주셨다. 온탕 냉탕 왔다갔다 했지만(사실 냉탕만 내내 간 것 같지만) 결국엔 해피엔딩.


아 물론 여기서 끝나면 다행이겠지. 텐트 폴이 부러져서 15만원 주고 산 텐트지만 한국 브랜드라 교체용 폴을 여기서 구할 수 없기에... 월마트에 다시 가서 텐트를 구경했다. 종류가 다양할 줄 알았는데 선택권이 거의 없었다. 그렇게 해서 고른 아동용 2인 텐트. 대각선으로 누우면 딱 맞는다. 17달러 짜리라 설치한지 1시간 만에 텐트폴에 근이 갔지만 월마트까지 가기 귀찮다. 그냥 테이프로 감고 자야지...


17달러짜리 월마트표 아동용 텐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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