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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겸 Jun 15. 2016

Day 11

Grand Canyon Caverns


오늘 탄 거리: 102km (Kingman ~ Grand Canyon Caverns)
총 이동 거리: 824km


고도가 1000m 가까이 되는 덕분에 기온이 35도 이상 잘 안 올라간다. 10시 전에 거리를 다 뽑을 필요가 없어졌다는 뜻. 그래서 오늘은 좀 여유롭게 6시쯤 맥먹핀 하나 먹으면서 시작했다.


언제나 그렇듯 시작은 역시 직선. 이제 10일이 지나니 마음도 편해졌고 무엇보다 몇 십 km동안 이어지는 직선 거리에서 딴 생각을 하는 습관이 들었다. 딱히 하나를 오래 고민하진 않지만, 이런저런 잡생각이 많이 들게 된다. (지금 하늘에 있는 새가 몇 마리일지, 이곳이 100년 전에도 이 모습이었을지 등)


이제 슬슬 그 사진이 그 사진 같은...
그래서 주유소에서 이런 것도 찍었다



그렇게 딴 생각을 한 두 시간 하다 보니 다시 오르막 길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정도는 어제에 비하면 껌이다. 가뿐히 올라가는 도중 처음으로 반대쪽에서 오는 자전거 여행객을 봤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뉴욕시에서 여기까지 왔다고. 완전히 나랑 반대다. 서로에게 건투를 빌며 인사를 나누고 다시 떠났다. 10일만에 처음으로 자전거 여행족을 볼 줄이야.


덕분에 힘을 좀 얻어 열심히 올라갔다. 살짝살짝 그랜드 캐년스러운 지형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랜드 캐년까지 남은 거리를 알려주는 표지판도 나온다. '아, 내가 진짜 여기까지 왔구나' 싶기도 하다.


산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더니
점점 높아진다
그랜드 캐년 근처에 온게 느껴진다


그렇게 Grand Canyon Caverns까지 계속 갔다. 이곳은 동굴/캠핑장인데, 동굴은 미국에서 가장 큰 건식 동굴이라고 한다. 투어를 참여해 한 바퀴 둘러봤는데, 크기에 압도당하는 기분. 크기때문에 무섭다고 느껴진다면 이해하려나. 웃긴건 그 동굴 안에서 하룻밤 묵을 수도 있다는 것. 가격은 500달러다. (여담의 여담으로 이곳에서 결혼식까지 할 수 있다.)


Grand Canyon Caverns 앞 슈퍼
엄청 크다
1850년도에 동굴로 떨어져 죽은 밥캣
500달러를 내면 여기서 잘 수 있다

그렇게 투어를 마치고 캠핑장에 나오니 누군가가 혼자 오토바이를 타고 온다. 혼자 여행을 하다보니 심심해서 모든 사람들에게 말을 거는 습관이 들었는데, 마침 혼자 왔길래 어디로 여행하냐고 물었다.

Mike라는 친군데 미네소타에서 사는데 한 달짜리 휴가를 내고 '그냥 떠도는 중'이라고 했다. 한 달짜리 휴가라니...(물론 난 백수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그가 나홀로 여행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위스키를 병째로 들고다니면서 혼자 밤마다 마신다는 고백을 했다 ㅠㅠ. 그래서 혼자 온 사람들 끼리 한 잔 하기로 했다.


처음 보는 사람과 그것도 미네소타라는 머나먼 동네에서 온 사람과 무슨 이야기를 나누겠냐 싶었는데 생각보다 말이 잘 통했다. 여행하면서 본 것들부터 도날드 트럼프까지... 별의별 이야기를 다 하다가 11시쯤 잠 들었다. 문화는 달라도 결국 사람끼리는 다 통하는 것 같다. 참 신기하다.


술 마셔서 빨간게 아니라 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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