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동겸 Jun 18. 2016

Day 12

그랜드 캐년 문턱

오늘 탄 거리: 115km (Grand Canyon Caverns ~ Williams)  
총 이동 거리: 939km


전날 너무 늦게까지 술을 마셔서 그런지 일어났을 때 멍했다. 오늘은 그랜드 캐년으로 가는 관문격인 Williams라는 마을로 가는 날. 계속 그랜드 캐년이 가까워지는 건 느껴지는데 참 멀고도 멀다.


Mike와 아침을 먹고 서로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미네소타로 오면 재워주겠다는데 야구 구경이나 하러 갈까 고민된다. 어쨋튼 산뜻한 순풍을 받으며 출발. 7시라 도로 위에 사람이 거의 없다.


이제 도로 사진은 자제하려고 한다

양 옆으로 잔디가 깔려있는 것을 보니 확실히 사막은 벗어난 것 같다. 이 동네에는 목장이 되게 많은데 소나 말한테 개짖는 소리를 내면 처다보거나 도망가곤 한다. 사람이 디지털 세계로부터 벗어나면 순박해지는 건지 이렇게 놀면서 혼자 웃고 다닌다. (그냥 미쳐가는 것일지도)


개 짖는 소리 내면 쳐다본다

Seligman이라는 동네서 부리또로 점심을 때우고 처음으로 Interstate 고속도로를 타러 갔다. 대형고속도로를 웬만해서는 피하려고 했지만, Seligman에서 Williams로 갈 수 있는 길이 여기 뿐이기에 어쩔 수 없이 이쪽으로 가야한다.


루트 66 사인
그만 먹고 싶은 부리또
표지판이 뭔가 내 얘기를 하는 것 같아서 찍었다

적어도 대형고속도로 이기에 길은 깨끗할 줄 알았는데 큰 착각이었다. 별의별 쓰레기로 뒤덮힌데다 포장도 뒤집어져 있었다. 거기다가 속도제한은 시속 75마일. 한 120km 정도 될 것 같다.


차도 많은데다 길도 거지같은 I-40 고속도로

쓰레기 피하랴 옆에 지나가는 트럭 신경쓰랴 60km 동안 정신적으로 완전히 녹초가 되었다. 앞으로 무슨 수를 써서라도 Interstate 고속도로는 피해야겠다. Williams를 도착해 재빨리 짐을 풀고 밥을 먹었다.


그렇게 눕자마자 잠에 들었는데, 밤에 입돌아갈 정도로 추워져 깨버렸다. 너무 추워서 세탁실에 피신을 하고 핸드폰을 만지작 하는데, 갑자기 경비가 들어왔다. 나보고 홈리스(노숙자)냐고 묻는다. 투숙객인데 추워서 왔다니까, 캠핑하는 사람 중 한 명이 노숙자가 세탁실에 숨어있다고 신고했단다. 나는 상황은 설명했고 서로 어이없어서 웃음이 터졌다. 수염을 2주 동안 안 밀고 피곤에 쩔어 있으니 노숙자처럼 생기긴 한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Day 1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