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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겸 Jun 21. 2016

Day 13

그랜드 캐년 문턱...(진짜로)


오늘 탄 거리: 89km (Williams ~ Tusayan)
총 이동 거리: 1028km


불쌍한 아침

드디어 그랜드 캐년으로 가는 날. 90km만 가면 그랜드 캐년이다. 그런데 가기도 전에 문제가 발생했다. 그랜드 캐년에 있는 유일한 캠핑장(두 개가 있지만 샤워장이 있는 건 이곳뿐)이 자리가 하나도 안 남은 상태. 여태 인터넷이 안 되서 확인 안 하고 있다가 이런 봉변을 당했다.


캠핑장 직원에게 물어보니 그랜드 캐년 입구에 위치한 Tusayan 근처에서 텐트치고 자도 된다고 알러주었다. 그랜드 캐년 안에서는 지정 캠핑장을 써야하지만 밖에서는 법적으로 도로변만 아니면 아무데나 캠핑할 수 있다는 것. 덕분에 처음으로 야생에서 노숙을 하게 되었다.


Williams의 거리
장 보는 중

기분이 찝찝하지만 일단 캠핑용 음식을 슈퍼이서 사고 출발. 시작부터 Bearizona라는 표지판이 날 맞이해준다. 하필 야생 캠핑하는데 이런 표지판 나오다니… 근데 아리조나에 곰이 살기는 하려나 싶기도 하고 일단 불편하지만 직진.


불편한 표지판

어제 고속도로를 벗어나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는데 그랜드 캐년 가는 길은 고속도로보다 더 험난했다. 1~2차선 도로에서 갓길조차 거의 없는 상태. 거기다가 차는 고속도로보다 더 많은듯 하다. 그런데 이쪽 길밖에 없으니 일단 가야지.


보기엔 길이 좋아 보이지만 실제론 후졌다
가는 길에 보이길래 들린 비행기 박물관

오르막과 내리막이 번갈아가면서 밀당을 한다. 언덕 넘어서 보이는 실루엣이 그랜드 캐년인가 싶어서 열심히 달리면 또 다른 언덕 뒤에 또 비슷한 실루엣이 보인다.


계속되는 언덕에 지칠대로 지쳤는데 맥도날드 광고판이 보였다. 갑자기 맥도날드에서 파는 500원짜리 아이스크림 콘이 너무 먹고 싶더라. 덕분에 아이스크림 생각으로 맥도날드가 있는 Tusayan까지 쉬지 않고 달렸다.


Tusayan. 그랜드 캐년 앞에 있는 조그만한 마을이다.

Tusayan에 도착하니 그랜드 캐년 South Rim으로부터 10km밖에 안 남아서 더 갈까 했지만, 일단 아이스크림부터 먹어야겠다 싶어 맥도날드에 들어갔다. 근데 가격이… 난 신제품인줄 알았다. 69센트짜리 아이스크림 콘이 3달러인게 아닌가. 아무리 관광지여도 맥도날드가 이정도 바가지 씌울줄은 몰랐다.


그냥 옆에 편의점에서 물이나 한 통 사고 캠핑 장소를 물색하러 갔다. 고민을 하나 FR 302라는 흙길 옆에 있는 언덕을 골랐다. 사실 더 멀리가기 귀찮아서 그냥 바로 언덕에 올라가 텐트를 쳤다.


이런 길을 올라가서
캠핑 스팟 선정

이런 완전한 야생에서 보내는 첫 밤. 야생동물이 지나다니는 길만 아니기를 빈다. 음식도 일부러 몇 백 미터 떨어진 곳에서 먹고 옷도 갈아입었다. 거기다가 칼까지 들고 왔다. 이래도 동물이 접근하는 건 아니겠지… 무섭지만 일단 잠에 든다.

무서워서 칼을 머리 옆에 두고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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