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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겸 Jun 22. 2016

Day 17

사막 횡단 3(제발 그만...)

오늘 탄 거리: 137km (Cameron ~ Tsegi)

총 이동 거리: 1273km

오늘 내일 이틀간 사막횡단을 (진짜) 마지막으로 하게 되었다. 모하비도 건넜겠다 이제 사막에 대한 두려움이 이전 보단 훨씬 더 줄은 상태. (그래도 사막이 싫긴 마찬가지다.) 여유롭게 새벽 3시에 일어나 텐트를 걷고 30분쯤에 출발했다.

잘 재워준 주유소 앞에서 한 컷

오늘은 약 40km 지점에 마을이 하나 있고 그곳을 기준으로 80km 뒤에 주유소가 하나 있는 구간이다. 조슈아 트리에서 Amboy 사이와 비슷한 거리다.


그렇게 암흑 속에서 출발
가는 길에 해가 떴다

일단 40km는 가뿐히 통과했다. 생각보다 오르막이 많아 시간이 약간 지체되었지만 6시쯤 도착해 아침을 먹으니 6:30쯤 되었다. 12시를 기점으로 36도가 될 예정이니 탈 수 있는 시간이 약 다섯 시간 정도 남았다. 미리 수첩에 고도 상승표를 적어 놓은 것을 보니 200m의 오르막밖에 없다. 거기다 순풍이 불 예정이니 다섯 시간이면 충분. 이렇게 계산하면서 혼자 베어 그릴스 같다고 뿌듯해 했다.

길바닥에서 아침 먹는 중(부리또 ㅠㅠ)

그리고 드디어 출발. 80km 동안 혹시나 모를 사태를 대비해 라면 3봉지와 물 5리터를 챙겨갔다.  그런데 이상하게 오르막 길이 계속되었다. 200미터를 오르고도 남았을 거리인데 가는 내내 거의 오르막길… 이건 말도 안 된다. 상승고도 1200에서 앞에 ‘1’을 빼먹고 적은 게 분명하다.

Tuba City 떠나기 전 한 컷. 앞으로 80km간 문명이 없다.

그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한 두 시간 정도 탄 뒤. 30km도 못왔지만 벌써 더워지고 있었다. 인터넷도 안 터져서 앞에 길이 오르막인지 알 수도 없는 상황. 막막하지만 일단 최대한 빨리 가기로 결정했다.

사막 사진은 그동안 실컷 찍었기에 딱 한 장만 찍고 달렸다

진짜 80km를 거의 쉬지 않고 달린듯 하다. 나중엔 너무 오래 안장에 앉아 발가락이 저릴 정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오르막과 중간엔 역풍까지 부는 바람에 2시쯤 되서야 주유소에 도착했다. 마지막 한 시간은 어지럽고 죽기 직전이었지만 문명이 그 주유소밖에 없으니 그냥 살기위해 달렸다.


한줄기의 빛과 같았던 표지판...

주유소가 생각보다 허접...하다 못해 거의 폐허 수준이었지만 일단 그늘이 있기에 살 수는 있었다. 주인에게 날씨를 물어보니 아마 한 7시쯤이나 되서야 온도가 떨어질 것이라고 말해줬다.


거의 북한 수준

가장 가까운 모텔이 10km 떨어진 상황. 40도지만 빨리 씻고 눕고 싶어 주인에게 내리막 길이라는 말을 듣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그렇게 한 20분 정도 달리니(다행히 진짜 내리막길이었다.) 나온 곳.

사진이 없어서 구글에서 가져왔다

이런 쓰레기같은 모텔에 가격은 100달러다. 와이파이는 커녕 핸드폰도 안 된다. 그냥 사막 한 가운데에 지붕이랑 침대 갖다 놓은 듯 싶다. 만약 자동차였으면 다른 곳을 갔겠지만 이미 지칠대로 지친 자전거 여행객이기에 그냥 어쩔 수 없이 체크인을 했다. 그리고 라면 3개 가져온 것을 파킹장에서 끓여먹었다. (ㅠㅠ)

그와중에 개도 더워 보인다

밥을 먹고 모텔 주인 아주머니에게 길을 물으러 갔다. 본래는 Monument Valley라는 곳을 가려고 했는데, 아주머니가 전부 다 오르막 길이라고 하신다. 사실 오늘 80km동안 쉬지 않고 달리면서 사막에 완전 질려버려 가기 싫었는데 잘 되었다 싶어 다른 길을 안내 받았다. 근데 여기는 200km 동안 주유소 두 개 있다고 한다.(...) 모텔도 없다. 그래도 사막 탈출을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니 이쪽으로 가는 수밖에.


마지막으로... 200미터 고도 상승은 대체 어디서 나온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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