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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겸 Jun 24. 2016

Day 18

나바호

오늘 탄 거리: 140km (Tsegi ~ Teec Nos Pos)

총 이동 거리: 1413km


알람을 분명 3시로 맞췄는데 일어나 보니 6시다. 한 일 주일 동안 내리 캠핑하면서 피곤하긴 피곤했나 보다. 망한 것 같지만 80km동안 오르막은 400m 뿐이니 (이번엔 진짜다…) 일단 출발한다.



모텔에 다이너가 붙어 있지만 아직도 말도 안 되는 가격에 분이 안 풀려 10km 떨어진 Kayenta의 맥도날드로 왔다. 그랜드 캐년에서 얼마 안 되는 거리라 그런지 이쪽에서 자고 가는 관광객들이 많은가 보다. 나를 보고 그랜드 캐년에서 봤다는 사람들만 세 명. 그 중 한 명은 나랑 이야기도 나눴던 사람이다. 이렇게 큰 미국 땅에서 세상 참 좁다고 느껴진다.

그리고 8시쯤 되서 다시 출발. 좀 늦긴 했지만 오르막이 거의 없어서 그리 힘들진 않았다. 고도 6000피트(약 1800m)임을 표기하는 표지판도 있었다. 역시나 어제 200m 고도 상승을 표기한 것은 잘못 적은 게 분명하다.


로드킬 당하려고 작정한 양들
어제 OJ 심슨 다큐를 봤는데 그게 생각나서 찍었다
외롭다...

등 뒤 쪽으로 바람이 부는 덕분에 12시 좀 지나서 80km 지점의 주유소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점심을 때우고 지나가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니 한 시. 다음 주유소까지 40km가 떨어졌는데 이미 온도가 40도가 되었기에 그냥 기다리기로.

나보고 콜로라도에서 노가다 뛸 생각 없냐고 물어본 아저씨(진짜로)
부리또
저녁

그렇게 무려 6시까지 기다리니 이제 좀 탈 수 있는 날씨가 됐다. 조금 가다 보니 해가 지려고 한다. 이쪽에는 캠핑장이나 숙박시설이 없기에 주유소에 텐트 칠만한 곳이 없냐고 물었다. 아주머니가 그냥 주유소 뒤에다 치라고 한다. 그렇게 그 허름한 주유소 뒤에 텐트를 치게 되었다.

숨막히는 석양 (Red Mesa)

그러고 슬러시를 빨면서 앉아 있는데, Frank라는 사람이 말을 걸었다. 자기가 나바호 원주민인데 자기 집에서 밥 먹여주고 텐트 칠 장소를 알려주겠다고 한다.

밥 먹여주겠다는데 일단 따라갔다. 아내가 빵튀김(fried bread?)를 해줬다. 눈물 나게 맛있다ㅠㅠ 그리고는 자기 가족을 소개하겠다며 차를 끌고 동생들을 데릴러 갔다.

그렇게 해서 만난 Brent와 Donovan. 고등학생이랑 대학생이다. 원주민 자치구를 지나가면서 그쪽 사람들에 대해 궁금증이 많았는데 이들이 친절히 다 설명해줬다.

Brent(좌), Donovan(중), Frank. 자치구에서 주류가 금지되었기에 들고 있는 이상한 술(김빠진 맥주 같은...)을 밀수해온다고.

알고보니 원주민들은 상당수가 아직도 백인에 대한 적대심이 남아있다고 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게 원래 살던 땅에서 몰아내고 이런 사막에 가둬놨으니.

그리고 신기하게도 이들은 아직도 민속신앙에 대한 믿음이 굉장히 투철한 편이. 미신과 의식이 한둘이 아니다. 거기다가 병원도 거의 없고 대부분 아프면 주술사를 찾아간다고.

그런데 안타깝게도 자신들의 전통을 투철하게 지켜내면서도 동시에 자신들의 상황을 너무나도 불행히 여기고 있었는데, 심지어 나한테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되냐고 물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미국으로 이민가고 싶어 난리인데 미국인이 한국 사람한테 어떻게 이런 여행을 할 돈이 있냐고 묻는다니. 참 웃긴 상황이다.


유흥시설이 하나도 없기에 이런데서 숨어서 술먹는다고 한다...

그렇게 안타깝고 슬픈 이야기를 하다가 텐트 칠 장소를 안내 받고 헤어젔다. 거의 한 시 가까이 되서 텐트를 쳤기에 눕자마자 잠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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