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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겸 Jun 29. 2016

Day 20

나바호의 김구



오늘 탄 거리: 87km (Cortez ~ Durango)

총 이동 거리: 1572km


Cortez로부터 동쪽에 있는 Durango로 가는 날. 이틀 전 길가다가 나를 태워주겠다면서 차를 멈춘 Ryan네 집에서 자기로 했다. 길가다가 한 2~3분 대화한 사이지만 감사하게도 나를 기꺼이 자기 집으로 초대해 줬다.

출발.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사막에 있었는데 눈 덮인 산이 보인다.
Mesa Verde 국립공원 (으로 추정되는 돌)

가는 길은 역시나 산길. 본격적으로 로키 산맥이 시작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경사 수준이 다르다. 그리고 평지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될듯 싶다. 그래도 사막에서 완전히 벗어나 나무가 자란 것을 보면 어쨋튼 기분은 좋다.


이제 해발 2000m는 기본으로 넘는다.

그러나 몸은 내 기분을 따라주지 않는다. 내내 고산병인지 머리가 띵해서 언덕을 오르는데 거의 1km에 한 번씩 쉰 것 같다. 무려 5시간 정도 오르막길을 오르니 드디어 정상에 도달. 근처 주민이 여기서 부터 Durango까지 무려 16km 동안 내리막이라고 한다.

올라가다 힘들어서 커피 타임. 알고보니 몇 백 미터만 더 가면 정상이었다.
그리고 정상.
내리막길.

5% 정도의 경사를 거의 20분 넘게 내려간 것 같다. 말도 안 되는 수준의 내리막. 이맛에 여기까지 올라오는 구나 싶었다.

Durango 도착. 그나마 큰 마을이다.
Durango에서 흐르는 Animus 강. 래프팅을 많이 한다.

그렇게 Ryan과 Durango 근처에서 만나 씻고 밥을 먹으러 갔다. 주유소나 패스트 푸드점이 아닌 아닌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먹게 되다니ㅠㅠ


Ryan네 아파트.
연어 스테이크 샐러드.

Ryan은 Dakota와 Navjo 원주민 간의 혼혈인데 말(horse)로 마약중독자들의 재활치료를 돕는 일을 한다고 한다(미국에 마약문제가 워낙 심하다 보니 별 게 다있다). 동물은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기에 말과 교감을 나누면서 환자가 결핍을 느끼지 않게 해준다고 한다.

거기다가 인종차별 근절 운동을 하기도 한다고. 처음 이사왔을 때 경찰한테 일주일 사이 30번이나 검문 당한 적도 있었는데 화가나서 시청 앞에 앉아  인종차별을 경험한 2500명의 서명을 받고 시에 항의를 했다고 한다.

엊그제 만난 원주민 애들이 신세한탄한 것도 얘기하니 원주민들이 왜 그런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는지, 어떻게 정책을 펼쳐야 하는지 주절주절 설명했다. 나중에 자기 부족 자치구의 대통령으로 나서고 싶다고 한다. 어쩌면 나바호의 김구가 될지도.

Ryan.

아직 3주밖에 안 되었지만 정말 수도 없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 같다. 같은 나라 안에서 이렇게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신기하고 때로는 생활 수준의 너무나 극명한 차이에 안타깝기도 하다(나바호 중 상당수는 물과 전기도 없이 산다고. 미국에서 물 전기가 안 나온다는 게 안 믿겨지지만 진짜다.). 남의 나라 걱정할게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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