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23

산넘어 산

by 김동겸


오늘 탄 거리: 77km ( Pagosa Springs ~ South Fork)

총 이동 거리: 1733km


오늘은 로키 산맥의 건너편으로 넘어가는 날. 콜로라도에서 가장 힘든 부분이라고 Ryan이 알려주었다. '힘들면 얼마나 힘들겠어'하면서 10시에 출발.

출발

콜로라도는 어딜가나 국립공원 같다. 오늘도 가는 길 자체가 경관이다. 가는 도중 폭포도 있길래 쉴 겸 한 번 산책로를 올라가봤다.

요런 길을 올라가니...
Treasure Falls가 나온다.

폭포에서 좀 더 지나니 정상까지 8마일이 남았다는 표지판이 나왔다. 얼마 안 되지 싶어 기분 좋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점점 경사가 가파라지더니 결국 나중에는 한 번 페달 밟는데 온 몸의 무게를 실어야 할 수준에 도달. 여태 만난 산들은 언덕 수준이었음을 깨달았다.

사진으론 완만해 보이는데 엄청난 오르막이다...
한 2km 왔을 때 찍은 사진
공포의 스위치백

가다가 너무 힘들어서 처음으로 도로변에서 요리를 해먹기도. 먹고 다시 타는데 고산병 때문인지 어지러워 몇 백 미터 마다 쉬었다 가야 했다.

길가에서 요리헤 먹은 매쉬드 포테이토. 맛없다.
또 다시 올라간다...

그렇게 사지를 헤메며 3시간 동안 10km 정도의 거리를 갔는데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비가 아프다... 자세히 보니 우박이었다. 천둥 번개까지 치고 경사는 가늠이 안 되는 수준. 쉴 곳도 없다. 혼자 온갖 욕을 다하면서 마지막 몇 km을 완주했다.


비 + 우박. 날 죽이려나보다.

정상에 오르니 해발 3000m가 넘는다는 표지판이 보인다. 여기는 눈도 아직 덜 녹았다. 한여름에 눈에서 기념 촬영하고 돌아오니 백발의 할머니 한 명이 내가 온 길을 여유롭게 올라오고 있는게 아닌가.

로키 산맥의 반대편으로 넘어가는 지점
정상 풍경.
눈 보고 신나서 만지러 갔다.

이야기를 해보니 이 할머니는 심지어 멕시코 국경에서 밴프(캐나다)까지 로키 산맥을 따라 올라가고 있다고 한다(반성해야겠다). 그러더니 사진 한 장 찍고 바로 사라졌다.


Shelly 할머니.
내리막길 시작.

나도 이미 언덕 오르는데 너무 오래걸려 늦었기에 빨리 따라 내려갔다. 비오는데 로키 산맥을 배경으로 꼬불꼬불한 길을 쏘아대니 3시간 동안 고생해서 오른 보람이 있더라. 그렇게 한 20분 내려갔을 때쯤 사고가 터졌다.


스포크가 끊어졌는데 하필 또 카세트 쪽. 스포크 교체조차 한 적이 없는데 카세트 쪽에서 끊어지니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테이프로 부러진 스포크를 고정하는 것 밖에 없었다. 그렇게 응급처치를 하고 불안한 마음에 살살 탔다.

테이프로 응급처치. 열 받는다.

그래도 무사히 오늘 밤을 보내기로 한 South Fork 부근에 있는 유기농 농장에 도착. 농장 주인인 Wes가 나한테 농장 투어를 시켜주기도 했다.

South Fork 도착. 아무것도 없다.
오늘 자게 될 소파.
돼지도 키운다.
돼지를 안아보고 싶었는데 자꾸 도망간다.

그리고 대망의 김치 시식. 물김치를 피클통에서 꺼내서 줬는데 생각보다 한국에서 먹는 김치랑 비슷해서 감동 받았다. Wes는 건강을 엄청 챙기는데, 김치가 가장 건강한 음식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한국인이 이곳을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메인디시로는(김치는 애피타이저) 본인이 수확한 채소로 샐러드랑 카레를 요리해줬다. 오랜만에 건강식을 먹은 느낌. 덕분에 눕자마자 골아떨어졌다.


김치 담그는 남자 W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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