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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겸 Jul 02. 2016

Day 25

Great Sand Dunes


오늘 탄 거리: 52km (Saguache ~ Poncha Springs)

총 이동 거리: 1893km

밤새 강풍에 텐트를 뽑아 흔들어 지칠대로 지친 상태. 거기다가 모기들은 여전히 나를 가만히 두지를 않는다. 때문에 기분이 매우 안 좋아 그냥 돌아가고 싶지만 여기까지 온 것이 아까워 Great Sand Dunes에서 오전만 보내다 가기로 했다.

여기 오면 꼭 한 번 타보고 싶었던 샌드보드를 빌리고 Great Sand Dunes로 향했다.

멀리서 봤을 때는 몰랐는데 가까이서 보니 엄청나게 크다. 좀 무섭게 느껴질 정도. 특히 굉장히 가파른 부분이 많아 굴러 떨어지는 사람도 몇 명 봤다. 물론 모래라 죽지는 않지만 무지 아파 보인다.

고소공포증이 있기에 무섭지만 일단은 올라가보자 해서 열심히 등산을 시작했다. 모래에서 움직이니 두 배로 힘든듯 했다. 거기다가 11시쯤 되자 모래가 너무 뜨거워서 양말을 신고 다녀야 했다. 한 시간 정도 걸려서 꼭대기에 도착했다.


꼭대기에 올라오니 확실히 더 무섭다. 바람도 거세게 불고 모래를 계속 보다보니 공간감각이 사라졌다. 앉아서 경치를 즐기고 있는데 Alex와 Matt을 만났다.


콜로라도 대학을 다니고 있는 대학생인데 둘이 주말에 드라이브 나왔다고 한다(집에서 세시간만 가면 이런 곳이 나오고... 여기에서 살고 싶다). 서로 개고생해서 꼭대기까지 올라왔기에 내려가기 싫어했고 그렇게 거기서 한 시간 넘도록 수다를 떨었다.


주된 주제는 여자랑 스포츠. 역시 세계 어딜가나 남자들의 대화는 똑같은 것 같다.

한 12시 좀 넘으니 모래가 너무 뜨거워 내려가기로 했다. Alex와 Matt는 나한테 자기들 트럭에 타고 같이 밥 먹으러 가자고 제안했다. 일단 생각해보겠다고 하고 번호 교환.

샌드보드를 타고 내려가다(사실상 대부분 굴렀지만) 보니 한 시간 동안 올라온 거리를 거의 20초만에 내려와버렸다. 허무... 그래도 20초 동안은 행복했다. 1초에 1달러짜리 초호화 스포츠.

위에는 더워서 벌레가 없었는데 아래에 다시 오니까 모기떼가 나를 또 물어뜯기 시작했다. 거기다가 바람은 내가 갈 방향의 역풍. 바로 Alex에게 차를 타겠다고 말했다.

마지막 히치하이킹(진짜로...).
Great Sand Dunes 안녕~

치팅을 하고 싶진 않지만 모기떼를 보면 아마 내 심정을 이해할 것 같다. 원래부터 콜로라도 남부쪽에 모기가 많기로 유명한데 거기다가 알을 까는 시즌이라 지금은 몇 배로 더 많다고 한다. 한 번에 열 마리씩 달라붙은 체 몇 시간 동안 자전거를 타는 게 그리 즐겁지만은 않다.

그렇게 Alex와 Matt랑 근처 음식점에 가기로 했다. 워낙 외딴곳에 있다보니 가장 가까운 음식점이  50km 넘는 거리에 있다. Saguache라는 마을에서 햄버거를 먹었는데 모기떼에서 벗어나고 배도 채우니 급행복해졌다.

Alex(우)와 Matt

Alex와 Matt이 살고 있는 Boulder에서 다시 한 번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아마 그쪽을 들릴 예정이라 다시 만날 것 같다. 그때는 보은을 해야지.

다시 자전거에 올라 북쪽으로 가기 시작. 이제 다음 목적지는 로키산맥 국립공원이다. 로키산맥의 중심부를 따라 올라가는 길이기에 엄청나게 가파른 언덕들이 예상된다.

가는 길에 있던 유령도시 Villa Grove.


일단 오늘은 낮에 모래에서 뒹구느라 힘빠져서 조금 가다가 길가에 텐트를 쳤다. 곰이 안 나오길 바라며 드러눕는다.


오늘도 길바닥에서 밥을 먹는다.
머리맡에 칼 두는 건 이제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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