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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겸 Jul 05. 2016

Day 28

덴버 입성기


오늘 탄 거리: 96km (Georgetown ~ Denver)
총 이동 거리: 2180km


드디어 덴버로 떠나는 날. 설렌다. 얼마만에 도시인지.

어제 늦게 자버리는 바람에 아침 9시나 되서야 기상. 이제 오르막길은 사실상 없으니 여유롭게 갈 수 있다.

근처 맛집을 검색해봤다. 여태 너무 부리또만 먹고 다니니 여행이 너무 피폐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찾은 곳, Whistle Stop Cafe. 동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집이라고 한다.

아침에도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는 나라.


가보니 딱 내가 원하던 분위기. 주인과 손님이 모두 다 동네 사람이라 서로를 다 아는듯 싶다. 스테이크와 계란 후라이를 주문. 엄청 맛있다... 아니 여태 여행에서 먹은 음식 중 제일 맛있다. 일년에 여기를 지나갈 한국 사람이 몇 명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부디 Georgetown을 방문 한다면 Whistle Stop Cafe에서 밥을 한 번 먹기를. 어쨋튼 그렇게 기분 좋게 배를 채우고 출발했다.

이제 덴버까지 쭉 내리막 길이라 편하게 갈 수 있다. 거기다가 다른 주와는 다르게 자전거 전용 도로가 완전히 분리되어 있기에 차들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Clear Creek. 이 길을 따르면 덴버가 나온다고 한다.
갑자기 비포장 도로로 변했다...
다행히 언덕 하나 넘으니 여기로 나왔다.


그렇게 음악을 들으면서 가다가 잠깐 마을에 들어 갔는데, 갑자기 뒤에서 경찰 사이렌 소리가 났다. 나보고 멈추라고 한다. 알고보니 스탑 사인을 무시하고 갔다는 것. 일단 몰랐다고 빌었다. 가방도 털렸는데 벌금까지 물면 답도 없다. 다행히 그냥 경고만 주고 사라져 버렸다.


추방 당할뻔.
경찰이 세운 김에 바나나 시식.


살았다는 안도감과 함께 Clear Creek Canyon Park에 들어섰다. 여기만 지나면 덴버가 나온다. 설레는 마음에 냅다 달렸다.

Clear  Creek Canyon Park. 처음에는 갓길이 넓었는데...


그런데 계속 자전거 주행 금지 표지판이 보인다. 분명 이 도로 옆에 있는 자전거 도로는 공사 중이라 못 타는데... 다른 마땅한 대안이 없기에 일단 탔다. 덴버까지만 가면 되니까.


점점 좁아지는 갓길.

하지말라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는 거다. 갓길이 점점 좁아지더니 사실상 없는 수준으로 변했다. 거기다가 터널도 계속 나오고, 대형 트럭은 왜 이렇게 또 많은지. 트럭이 지나갈 때마다 내 목숨이 오락가락 하는게 느껴진다. 트럭 운전수들은 나를 비켜갈 생각을 안하고 그냥 알아서 직진하면 내가 쫄아서 피할 것이라고 믿는다. 덕분에 몇 번씩이나 갓길로 급하게 피해야했다.

조금 더 가니 아예 없는 없는 수준

중간에 비까지 왔지만 다행히 살아서 덴버 인근 도시인 Golden에 도착. 그냥 지나치려 했는데 쿠어스 맥주공장이 눈에 띄었다. 맥주 공장이 있는데 그냥 지나칠 수는 없으니 바로 공장 투어를 기다리는 줄에 섰다.

살았다.
Golden 도착.
오자마자 맥주공장 투어.


공짜 투어에다 맥주도 세 잔씩이나 준다. 알고보니 세계에서 제일 큰 맥주 공장이라고 한다. 사실 투어는 잘 기억 안 나고 마지막에 테이스팅 하는 것만 생각난다. 공장에서 마시는 거라 그런지 무척이나 싱싱하게 느껴졌다(아마 플라시보 일듯).

고소한 냄새가 난다.
맥주 연구소.
포장되서 나가는 맥주들.
Coors Banquet.
공장 외부.


오늘 경찰한테 경고장도 받았는데 음주운전까지 걸리면 감옥행일테니 술먹으면서 물을 한 2리터 넘게 마신듯 하다. 대충 한 시간 정도 기다린 다음 다시 출발.

한 삼십 분쯤 가니 덴버가 드디어 보인다. 군대에서 휴가 나올때 기차타고 서울 들어오는 기분. 5층 이상 되는 건물을 봤을 때 그 감동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이제 좀 사람 사는 곳에 왔구나 싶었다.

덴버 시내가 보인다...
감동ㅠㅠㅠ


아쉽게도 덴버 구경할 시간은 부족해 내일 하기로 하고 바로 도난당한 물건들을 다시 사러 아웃도어 전문 매장으로 갔다. 콜로라도라 그런지 매장 규모가 엄청났다. 웬만한 백화점 한 층보다 더 큰듯 싶다. 그리고 진열된 걸 보니 뽐뿌가... 캠핑 용품을 미친듯이 사는 아저씨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웃도어 전문 매장 REI.
뽐뿌가 온다.
짐을 잃어버려서 새로 사러 왔다고 하자 직원이 불쌍하다고 커피랑 같이 사줬다.

정신 차리고 필요한 패니어(짐가방) 침낭 등을 사고 나왔다. 나와보니 벌써 어두워지는 중. 후레시도 도난 당했기에 해가 완전히 지기전에 빨리 가야한다.

그렇게 미친듯이 밟는데 생각보다 멀다. 한 9시쯤 되니 완전히 어두워졌다. 후레시도 없이 가니 완전 차들한테 '날 치고 가주세요'하는 셈. 게다가 갑자기 우박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천둥 번개도 친다. 앞이 하나도 안 보인다. 이제 진짜 '날 죽여주세요' 하는 셈.

(진짜 죽을 거 같아서 사진도 안 찍었다.)


결국 다리 밑에서 에어비엔비 호스트한테 전화를 했다. 그런데 안 받는다... 다섯번을 했는데도 안 받는다. 결국 찾아가는 수밖에 없어서 다시 직진.

정말 어떻게 그 상태에서 30블록을 타고 왔는지 모르겠지만 결국 주소지로 도착. 그런데 문을 두드리니 다른 사람이 나왔다. 잘못 찾아온 것 같다고한다. 후... 계속 전화해도 안 받는다. 열 받을대로 받은 상태. 그러다가 갑자기 에어비엔비로 메시지가 온다.

(여긴 화나서 사진을 안 찍었다.)


자기가 번호를 잘못 등록했다는 것. 아니 이제서야 말하면 어쩌라고... 결국 만나서 한 소리 하고 들어갔다. 모텔만 있어도 거기로 갔을텐데. 그래도 일단 살았으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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