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nver
덴버 시내를 구경하러 가는 날. 어렸을 때부터 덴버에 한 번 와보고 싶었는데(여기에 있는 하키팀을 좋아한다) 사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와서 어딜 가야할지 잘 모르겠다. 일단 에어비엔비 호스트에게 물어보니 대충 16번가를 가면 된다고 한다.
시내로 향하기 전 여기서 거주하시는 고등학교 선배분이 밥을 사주셨다. 무려 한 달만에 먹는 한국 음식… 지금 쓰면서도 생각난다. 또 먹고 싶다.
학연이란 게 참 신기한 것 같다. 20기수 차이에 서로 지구 반대편에 살고 있지만, 내가 출발하기 전 동문회 페이지에 한 번 글을 써놓은 걸로 이렇게 한 달 뒤 만나서 밥을 먹게 되다니.
놀랍게도 선배분이 내 글을 전부 다 읽고 계셨다. 엄마 아빠 빼고도 내 일기에 그렇게 관심을 주시는 분이 계신다는 점에서 놀랐다. 지금 이 글도 읽고 계실 걸 알기에… 더 이상 쓰기 부끄럽다.
어쨋튼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시고 물건을 잃어버려서 한 풀 꺾여있던 사기를 복 돋아주셨다. 선배님 감사합니다ㅠㅠ
그렇게 배를 채운뒤 전철에 타고 시내로 출발. 개찰구 없이 순수 양심제도로 운영되는 듯 하다.
원래는 종점에서 내려야 하지만 화장실을 가야해 중간에서 내렸다. 그렇게 들린 곳 White Whale Room. 알고보니 동네 사람들 사이에 유명한 바/카페다. 그래서 일단 한 잔 하고 가기로.
다운타운까지 그리 멀지 않기에 그냥 걸어가기로 했다. 뉴욕 구경을 할 때 몇 십 블럭씩 걸어다녔기에 이정도는 양반. 가는 길에 구제샵이 있길래 15달러에 필요한 옷을 전부 다 샀다.
다운타운 덴버에는 사실 랜드마크라 할 게 없는 것 같다. 그렇지만 동네 분위기가 무척이나 힙스터 취향에 적합해 개인적으로는 맘에 들었다. 게다가 본인은 만화 사우스파크 팬인데, 최근 방영한 에피소드 중 다운타운 덴버에서 일어나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을 풍자한 것이 있었다. 그 에피소드의 영감을 직접 보는 재미도 쏠쏠.
돌아다니다가 덴버에서 전설적이라는 재즈 바에 갔다. 엄청 허름한데 원래 이런 곳이 더 명물인 법. 1933년에 사용한 인테리어를 대부분 유지했다고 한다.
8시까지만 해도 텅 비었는데 공연 시작시간이 되니 어느새 발 디딜 틈도 없이 꽉찼다. 한 두 시간 듣다가 막차타고 귀가. 음악 얘기를 하고 싶지만 재즈에 문외한이라 그저 좋다고만 말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