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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겸 Jul 05. 2016

Day 29

Denver

덴버 시내를 구경하러 가는 날. 어렸을 때부터 덴버에 한 번 와보고 싶었는데(여기에 있는 하키팀을 좋아한다) 사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와서 어딜 가야할지 잘 모르겠다. 일단 에어비엔비 호스트에게 물어보니 대충 16번가를 가면 된다고 한다.

시내로 가기 전 동네 공원에서 아침을 먹었다.
먹을 걸 줄줄 알고 다가온 구스.

시내로 향하기 전 여기서 거주하시는 고등학교 선배분이 밥을 사주셨다. 무려 한 달만에 먹는 한국 음식… 지금 쓰면서도 생각난다. 또 먹고 싶다.

집에선 잘 안 먹는데 여기오니 된장찌개가 그렇게 먹고 싶더라.

학연이란 게 참 신기한 것 같다. 20기수 차이에 서로 지구 반대편에 살고 있지만, 내가 출발하기 전 동문회 페이지에 한 번 글을 써놓은 걸로 이렇게 한 달 뒤 만나서 밥을 먹게 되다니.

놀랍게도 선배분이 내 글을 전부 다 읽고 계셨다. 엄마 아빠 빼고도 내 일기에 그렇게 관심을 주시는 분이 계신다는 점에서 놀랐다. 지금 이 글도 읽고 계실 걸 알기에… 더 이상 쓰기 부끄럽다.

어쨋튼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시고 물건을 잃어버려서 한 풀 꺾여있던 사기를 복 돋아주셨다. 선배님 감사합니다ㅠㅠ

그렇게 배를 채운뒤 전철에 타고 시내로 출발. 개찰구 없이 순수 양심제도로 운영되는 듯 하다.

개찰구 없이 그냥 바로 플랫폼이다.

원래는 종점에서 내려야 하지만 화장실을 가야해 중간에서 내렸다. 그렇게 들린 곳 White Whale Room. 알고보니 동네 사람들 사이에 유명한 바/카페다. 그래서 일단 한 잔 하고 가기로.


인테리어를 보니 왠지 모르게 <시계태엽 오렌지>가 생각난다.
블랙 러시안 같은 거 만들어 달라고 하니 갖다준 에스프레소 마티니

다운타운까지 그리 멀지 않기에 그냥 걸어가기로 했다. 뉴욕 구경을 할 때 몇 십 블럭씩 걸어다녔기에 이정도는 양반. 가는 길에 구제샵이 있길래 15달러에 필요한 옷을 전부 다 샀다.

구제샵.
이런거 보면 뽐뿌 온다.

다운타운 덴버에는 사실 랜드마크라 할 게 없는 것 같다. 그렇지만 동네 분위기가 무척이나 힙스터 취향에 적합해 개인적으로는 맘에 들었다. 게다가 본인은 만화 사우스파크 팬인데, 최근 방영한 에피소드 중 다운타운 덴버에서 일어나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을 풍자한 것이 있었다. 그 에피소드의 영감을 직접 보는 재미도 쏠쏠.

.
주도청(?) 정확히 기억이 안난다.
쿠어스 필드
최근 일어난 총기 살인 사건을 추모하는 시민들.
Union Station.
16번가 광장. 옛날 건물들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돌아다니다가 덴버에서 전설적이라는 재즈 바에 갔다. 엄청 허름한데 원래 이런 곳이 더 명물인 법. 1933년에 사용한 인테리어를 대부분 유지했다고 한다.

덴버 최고의 재즈바라는 El Chapultepec
음식이 그리 대단하진 않지만 싸고 먹을만 하다.
화장실 변기칸에 문이 없는 걸 보니 1933년도 인테리어가 맞는듯 하다.


8시까지만 해도 텅 비었는데 공연 시작시간이 되니 어느새 발 디딜 틈도 없이 꽉찼다. 한 두 시간 듣다가 막차타고 귀가. 음악 얘기를 하고 싶지만 재즈에 문외한이라 그저 좋다고만 말할 수밖에.

집가는 길에 구경한 플라스틱 통으로 드럼치는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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