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버 탈출(도전)
오늘 탄 거리: 21km (Boulder ~ Superior)
총 이동 거리: 2245km
오늘은 덴버 동쪽으로 넘어가는 날이다. 이제 여기서 3일째니 아쉽지만 떠날 때가 됐다. 다음 목적지는 캔사스 시티. 오늘부터 주구 장창 밭만 볼 예정이다.
도시를 떠난다는 생각을 하니 발이 떼이질 않는다. 어제 Alex가 Boulder을 떠나기 전에 Pearl Street Mall을 들리라고 권해서 덴버로 향하기 전에 한 번 가봤다.
이곳은 길거리 예술가들의 성지 같은 곳이라고 한다. 세계 각지에서 온 길거리 예술가들의 공연을 볼 수 있다. 하도 이곳에서 공연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아 타임 테이블을 정할 정도.
그렇게 구경하다 보니 한시가 넘었다. 밥이라도 먹고 출발 해야겠다 싶어 버거킹에 들렸다. 밥을 먹다 보니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 더 떠나기 싫어진다.
비는 다행히 금방 그쳤지만 이젠 자전거가 말썽. 또 스포크가 부러졌다.
고치고 나니 이미 네 시. 덴버 동쪽으로 가려다가 덴버 한 가운데서 노숙할 판이다. 그래서 그냥 하루 더 근처에서 묵기로. Warmshowers.com에서 근처 호스트 몇 명을 연락했다.
그 중 유일하게 답변해준 John. 지금 오라고 한다. 살았다 싶어 바로 갔다. 거리도 10km 밖에 안 됐다.
가보니 집이 5성급 호텔 수준. 알고보니 John은 변호사라고 한다. 자기가 사이클 팀을 후원하기도 했다고 한다. 신기한 점은 아내가 한국계 미국인이라고.
밥을 먹고 나니 John의 아내인 Patricia와 그녀의 동생(Michelle), 아버지(Yoon 할아버지) 왔다. 남매는 한국말을 못했지만 Yoon 할아버지께서는 아직 한국말을 기억하시는 듯 했다.
Yoon 할아버지는 1955년에 오레곤 Eugene으로 유학을 오셨다가 정착했다고 하신다. 왜 하필 그 많고 많은 곳 중에 그런 곳을 가셨는지는 의문이지만 그 사이 한국을 딱 두 번만 가셨다고 한다. 그래도 조국이 그리우셨는지 내가 한국말로 말을 건네니 무척이나 반가워 하시면서 본인이 살던 안암동은 잘 있냐고 물으셨다.
한국 사람은 커녕 동양인 한 명 구경하기 힘든 동네에서 마침 내가 묵는 집에 한국계 미국인이 살고 있다니 참 신기하다. (지금 자다 일어나서 생각 난 건데 김치를 달라고 부탁 할걸...)
내일은 진짜로 덴버를 떠야 하는데 자기 직전 John이 솔깃한 제안을 했다. 꼭 가보고 싶었지만 짐을 잃는 바람에 못 갔던 Mt. Evans의 입구까지 아침에 차로 데려다 주겠다는 것. 그러면 내 목표지인 Byers까지 200km를 달려야하지만 전부다 내리막일테니 괜찮겠지... 라고 생각하면서 일단 알았다고 하고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