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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겸 Jul 06. 2016

Day 32

Mt Evans

오늘 탄 거리: 117km (Mt. Evans ~ Denver)

총 이동 거리: 2362km

Mt. Evans로 출발. John이 아침도 해주고 점심에 먹으라고 샌드위치도 싸줬다. 감동 ㅠㅠ 그렇게 John의 차에 짐을 전부 싣고 집을 떴다.

Mt Evans 가는 중.
도착. 미국에서 가장 높은 차도.

Mt. Evans는 해발고도 4300m로 미국에서 포장도로가 깔린 가장 높은 산이다. 한 마디로 로드 바이크로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이라는 뜻. 참고로 4000m 대에서 산소량은 거의 반으로 줄어든다.

어제 조사를 하면서 겁을 많이 먹었는데 John은 할 수 있을 거라고 용기를 복돋아 준다. 자기는 맨날 여기를 오른다고(대단하다). 그렇게 산 입구까지 도착해 근처 상점에 짐을 맡기고 John과 George에게 작별인사. 이제 22.5km를 오르면 된다...

출발 전 John이 찍어준 사진. 공사판 가는 분위기다. 차들이 보고 알아서 피해가라고 구제샵에서 샀다.  (수염을 밀때가 된 것 같다...)
짐은 근처 식당에 맡겨 두었다.
입구 들어가는 중...


처음 5km 정도는 쉽게 주파. 짐을 한 가득 싣고 다니다가 자전거만 타고 올라가니 모래주머니를 푼 기분이었다.


아직은 할만 하다.

5km 지점을 지나자 나무가 거의 없어졌다. 너무 높고 추워서 나무가 못 자라나보다. 바람이 부니까 나도 추워서 죽는줄 알았다. 긴팔 긴 바지를 입었는데도 부들부들 떨면서 갔다.

슬슬 춥고 힘들어지기 시작...


한 10km 지점을 지나니 이제는 거의 숨을 헐떡이는 수준. 정확한 고도는 모르겠지만 여태 이 높이를 경험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는 건 확실하다. 머리가 텅 빈 느낌이 들면서 숨은 제대로 안 쉬어진다. 다 끝낼 수 있을까 싶었다.

길 상태도 말이 아니다.
옆은 절벽.
죽기 직전 카페인 폭풍 섭취.


마지막 5km는 스위치백의 연속. 가면 갈 수록 춥고 숨은 쉬기 힘들어지는데 오히려 페달질은 수월했다. 정상에 가까워질 수록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지 힘이 솟구치면서 극도로 뭔가 기뻐지는 느낌. Climber's high인가 보다(아니면 그냥 고산증일도).

공포의 스위치백(보기보다 훨씬 가파르다).
정상이 보인다...
해발 4000m에 사는 염소.
마지막 1마일. 이쯤되니 제정신이 아니다.

마지막 1km는 정말 눈물겨웠다. 내가 이걸 해냈다는게 믿겨지지 않았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남산도 힘겨워했는데 해발고도 4345m에 오르다니. 진짜로 기쁨의 눈물을 흘리면서 정상에 골인. 두 시간 넘게 걸렸지만 시간은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자전거를 타면서 경험한 가장 힘들고 어려운 코스를 완주했기 때문.


기쁨도 잠시 사진을 몇 장 찍고 바로 내려가야 했다. 오후만 되면 비에 천둥 번개까지 난리도 아니라고 한다. 길 상태가 영 안 좋아 내려가는데 애를 먹었지만 결국 살아서 시작점에 다시 도착.

내려가는 중.

카페에서 노가다 복장을 하고 커피를 홀짝이고 있으니 불쌍해 보였는지 아저씨가 말을 건다. 그리고는 고생했다고 파이를 사주신다. 맛있다. 또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내가 짐을 잃어버린 이야기를 하니 다른 한 명이 명함을 건네주며 잘곳이 없으면 전화하라고 한다. 여기 사람들 뭐지... 오늘은 Byers로 가야하기에(180km를 더 타야하기에...) 거절은 했지만 명함은 그대로 받았다.

John이 만들어준 샌드위치.
어떤 아저씨가 불쌍하다고 사준 파이.

다시 출발하려니 다리에 힘이 풀려서 자전거가 잘 안 나간다. 아마 산에 올라가는데 힘을 다 쓴듯 했다. 결국 또 다시 Byers에 절대로 못가는 페이스임을 직시하고 명함을 준 Paul에게 연락.

처음 덴버를 들어올 때 구경했던 맥주 공장 근처에 산다고 한다.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는 구나... 덴버에 아주 눌러 살 기세다.


Paul 한테 가는 중. 계속 내리막 길이다.
멀리서 보이는 로키 산맥. 이제는 진짜 마지막으로 보는 거다.
Golden이 보인다.
저 멀리 덴버는 비오는 중.


그렇게 집에 도착하니 바베큐를 하자고 한다. 여기 사람들은 바베큐를 참 좋아한다. 마침 Paul이 사이클팀 감독이기에 역풍 때 어떤 식으로 타야하는지 물어봤다. 답은 혼자면 답이 없다고... Paul은 자기게 생각하는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딱 세개라는데 바로 1. IT 강국 2. 미친 교육열 3. e스포츠라고 한다. 이렇게 정확하게 핵심만 찍을 수가.


한국에 관심을 많이 보이길래 열심히 홍보좀 해주다가 잘 시간이 되서 바베큐 해산. 내일은 진짜로 덴버를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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