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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겸 Jul 18. 2016

Day 41

When the shit hits the fan

오늘 탄 거리: 48km (Wahoo ~ Omaha)

총 이동 거리: 3369km

화장실에서 한 세 시간 정도 숨어있다가 나오니 천둥번개가 저 멀리로 물러났다. 그 화장실이 습하고 따뜻해서 그런지 온갖 공충들이 드글 거렸다. 완전 벅스라이프 보는 줄. 그 중 곱등이도 있었다ㅠㅠ

화장실에 숨어있으니 어렸을 적 수영 강습을 받을 때 물이 무서워서 화장실에 숨었던 것이 생각난다. 강습 끝날 시간에 몰래 나와서 엄마한테 수영하고 온 척 했던 걸로 기억난다. 물론 지금도 벼락 맞을까봐 무서워 숨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많이 큰 것 같다.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다한다)



화장실에서 나와 텐트로 가보니 폴이 부러지고 물에 잠기고 난리였다. 안에 있던 물건들까지 다 젖어 버렸다. 후... 그래도 침낭은 덜 젖었으니 일단 물을 완전히 뺀다음 안에 들어가 자려고 했으나 다시 물이 차버려 얼어 죽을뻔. 그냥 텐트를 걷고 빨리 근처에 있는 가장 큰 도시인 Omaha에 가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오랜만에 야간 라이딩을 하게 되었다. 전조등이 없어 핸드폰 불빛을 썼는데, 다행히 차가 거의 없어 큰 문제는 없었다. 이렇게 밤에 타면 뭔가  꿈 속을 헤엄치는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묘하다. 아침 해가 뜨면서 자연이 '깨어나는' 광경을 보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 밤새 화장실에 숨어있었지만 해돋이의 아름다움을 부정하긴 힘들다.

굿 모닝.


그렇게 Omaha에 있는 월마트에서 똑같은 텐트를 산 뒤 숙소로 직행. 잠깐 눈을 붙인 뒤 건너편에 영화관이 있길래 내가 여행내내 보려고 했던 <도리를 찾아서>을 보러갔다.

똑같은 텐트 구매.
Omaha에 있던 주유소 화장실. 여기서 손 씻으면 더 더러워질듯...
미국이 선진국인 이유.


사실 너무 졸려서 첫부분에선 자고 본격적으로 무언가를 찾아 떠나는 부분부터 정신차리고 봤다. 영화의 1/4을 졸았기에 제대로 평가하긴 힘들지만 픽사팬으로서 그리 좋은 작품이라곤 못 느꼈다. 픽사 영화에서 찾는 참신함이라곤 보기 힘든 작품. 말이 되련지 모르겠지만 픽사의 <7번 방의 선물>같은 영화다.(아직 잠이 덜 깬듯)


번개맞을까 무서워 화장실에 숨어있는 걸로 하루를 시작해하고 오랜만에 문화생활을 하고 카레를 먹는 걸로 끝나다니 인생자사 새옹지마다. 이제 다 썼으니 잠이나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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