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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겸 Jun 04. 2016

Day 2

진짜 시작

오늘 탄 거리: 80km (LA ~ Anaheim)

총 누적 거리:96km


이래저래 피곤했던 어제를 뒤로하고 오늘은 본격적으로 횡단을 시작했다. 미국횡단을 할 때 처음과 끝에서 태평양/대서양에 바퀴를 한 번 씩 담그는 전통이 있다고 한다. 그래야 진짜 coast-to-coast라나... 어쨋튼 재밌다고 생각되어 나도 바퀴를 담그러 해변으로 나갔다.


파도가 너무 세서 소심하게 살짝만 적셨다

바퀴를  담그니 이제 진짜 시작하는 느낌이 들었다. 호빗에서 빌보가 처음 모험을 떠날 때의 기분이랄까. 들뜬 마음에 오늘의 목적지인 군대 동기가 사는 곳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태평양을 더 이상 못 본다는 생각에 한 컷 찍었다

해변을 따라 가는 길이었는데 날씨 좋고 도로 상태도 너무 좋아 신나게 달렸다. 그렇게 한 시간을 달렸는데, 분명 지도 상에는 산이 없었는데 30분째 오르막을 오르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이상하다 싶어 지도를 보니, 완전 잘못된 길로 가고 있었다. 평소같았으면 화냈겠지만 경치가 아름다워 오히려 잘 왔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렇게 힘들기 올라온 길을 다시 내려갔다.


나도 이런데서 살고싶다

내려가 다시 제대로 된 길로 진입했다. Pacific Coast Highway라는 길인데 이를 따라가면 시애틀에서 샌디에고까지 갈 수 있다고 잠시 동행한 아저씨(노숙자)가 말해주었다. 여담이지만 길 가면서 자전거 타고 다니는 노숙자들이랑 말을 정말 많이 했다. 무언가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는 사람들끼리 갖는 유대감이 형성되는 것 같다.


그냥 찍어봤다
Long Beach 시내

한 세시간 정도 달리니 친구 집에 도착했다. 일 년만에 보는데 마치 어제 본 것처럼 밥 한 끼 얻어 먹고 쿨하게 헤어졌다...  오늘 먹은 연어 스테이크가  아마 내가 횡단 중 먹은 가장 고급진 음식이 되지 않을까 싶다.


Camera shy


밥 먹고 좀 쉬다가 애너하임 쪽에 있는 숙소로 향했다. 돈을 아끼려면 노숙을 해야하는데 도시에서 노숙할만한 곳이 없기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57달러 짜리 호텔을 긁었다. 가보니 디즈니랜드 바로 길 건너였다. 어렸을 때 아빠랑 디즈니랜드를 갔던게 생각나더라. 그런데 이번 여행은 돈이 없어 못 가니 나중에 애 낳으면 같이 가야겠다.


그림의 떡

글을 쓰니 졸리다. 내일은 130km를 타야한다. 이제 다시 자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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