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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겸 Jun 05. 2016

Day 3

폭염주의보

오늘 탄 거리: 90km (Anaheim ~ Redlands)

총 누적 거리: 188km


Santa Ana River Trail

아침 8시쯤 숙소에서 나와 Santa Ana River Trail이라는 자전거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향했다. 목적지는 전날 구글 위성지도로 봐 놓은 Beaumont에 있는 녹지 공터였다. 노숙도 스마트하게 미리미리 구글 어스로 확인하는 센스^^. 그런데 탄지 한 두 시간 되서, 그렇게 믿고 따라갔던 구글 지도가 나를 배신했다.

자전거 도로에서 갑자기 대로로 빠지라고 알려주길래 이상하다 싶어 봤더니 대형 고속도로로 들어가는 길이었다. 나를 죽이려고 작정했나... 어쨋튼 그 후 구글 맵에서 알려주는 것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한 12시쯤 되자 어지러워질 정로 더워졌다. 온도계를 보니 38도 였다. 잭인어박스...는 돈 없어서 못 가고 거기 앞에 있는 그늘에서 미리 가져온 빵을 먹었다. 태양광 패널로 핸드폰 충전도 하고 심심해서 챙겨온 하모니카도 불러봤다. 결국 너무 콜라가 먹고 싶어 한 잔 사마셨다.


자연을 위해 양보
콜라 꿀맛

두 시쯤 나왔는데 아직도 미친듯이 더웠다. 아니 더 더워졌다. 40도 ... 나중에 찾아보니 하루에 가장 더운 시간은 오후 3시라고 한다. 땅이 가열되서 가장 더울 때라나.


덕분에 정신이 혼미한 체 몇 시간을 달렸다. 풍경도 계속 비슷해서 더더욱 혼란스러웠다. 거기다가 도로는 거의 20km 넘게 직선. 역시 대륙의 스케일은 다르구나 싶었다.


말 농장
직진 그리고 직진 그리고 직진...
풍경에서 사막의 기운이 느껴진다

중간중간 더워서 자전거샵이랑 교회에 피신하기도. 사람들이 짐을 한가득 실은 자전거를 보면 보통 어딜가냐고 묻는데, 뉴욕을 간다하면 백이면 백 다 미쳤다고 하는 것 같다. 근데 더워서 진짜 미쳐버릴 것 같았다.


한 6시쯤 되니 33도 정도로 내려가 겨우 정신좀 차렸다. 이미 목적지까지 가는 것은 포기한 상태. 약 40km 떨어진 캠핑장을 찍고 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 와중 구글 맵이 또 한 방 먹였다...


자전거 길이 있다길래 기껏 5km나 돌아가면서까지 갔더니 길이 폐쇄되어 있었다. 시간은 7시 넘었는데 돌아갈 힘도 없고 그저 눕고 싶었다. 바로 앞에 집 주변에 텐트를 칠만한 잔디가 있길래 급한 마음에 바로 문을 두들겼다.


자다 일어난 트래비스

워낙 앞마당이 더러워서 마약중독자가 살고 있지 않나 겁을 먹기도 했는데 다행히 집 주인은 트래비스라는 굉장히 chill한 지질과학자였다. 원래는 집 주변에다 텐트를 칠 것이니 경찰에 신고하지 말라달라고 부탁했는데 감사하게도 자기 집 마당에다 쳐도 좋다고 했다. 감격스러워서 계속 고맙다고 난 말했고 그는 오히려 자기가 4년 동안 그 집에서 살면서 자기를 찾아온 첫 손님이라며 즐거워했다(눈물이...).


덕분에 이렇게 비교적 안전하게(트래비스가 안전한 사람이라는 가정하에) 잘 수 있게 되었다. 낯선 사람에게 이런 도움의 손길을 받은 것에 대해 '세상은 아직 살만 하구나'하면수 잠에 든다.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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