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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J Jan 11. 2024

내가 자기계발서를 읽지 않는 이유

우리는 이미 성공하는 법을 알고 있다.

0. 반골기질

가끔 인스타를 보면 다른 플랫폼에 비해서 특히 성공이나 자기계발등의 피드나 영상이 자주 뜨는 거 같다. 죽기 전 꼭 읽어야 할, 인생을 바꿔줄 부자로 만들어줄 책이라는 이름으로 베스트셀러 자기계발서적이 줄줄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책을 많이 본 입장에서는 좋은 책을 추천해 주는가 아닌가 어느 정도 판단이 된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점은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말한 것처럼 어떤 특정한 조건을 걸어두고 영화의 순위나 1등을 가릴 수는 있지만 밑도 끝도 없이 "죽기 전에 봐야 할 단 한 가지 영화" 그런 것은 없다고 한다. 그런 영화를 보고, 그런 책을 읽고 인생이 바뀐다면 이는 영화나 책의 위대함이 아니라 그 사람이 채워진 것이 없어서 흔들리기 좋은,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나는 정말 어지간하면 다양한 분야의 주제를 가리지 않고 많은 책을 읽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철학, 역사, 심리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문학, 에세이, 시집등 얼핏 떠오른 것만 해도 광범위하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다독을 하였지만 유일하게 피하던 것이 있었는데 자기계발서이다. 내가 만나는 사람이 자신은 "시크릿" 같은 종류의 책을 읽고 감명받았다고 하면.... 뭐라 할 말이 없다.


내가 가진 약간의 편견을 보이자면 저자가 중국계이고 책 제목에 하버드가 들어있을때 좋은 책을 못봤다.


1.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

조금 거창하게 다른 이론을 끌고 와서 왜 자기계발서를 피하는가 설명하자면 '생존자 확증 편향 (Survivorship Bias)'을 예로 든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은 전투기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 연구를 하고 있었다. 비행기의 모든 부분에 단단한 철판장갑을 두른다면 좋겠지만 비행기의 특성상 무거울수록 연비효율이 떨어져 작전반경에 제한이 걸리고 중량이 늘어난 만큼 속도가 느려지면 적국전투기의 먹잇감이 되기 딱 좋다. 그래서 필요한 곳에만 방어력을 높이는 선택과 집중을 요구했다. 지금까지 수집한 파손되거나 크게 손상을 입은 전투기들을 모아보니 한 가지 공통적인 특징이 있었는데 날개와 꼬리날개 부분에 많은 피격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날개와 꼬리 부분을 보강하자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 졌을 때 한 연구원이 반대하였다. 이유인즉 상식적으로 총알에 눈이 달린 것도 아니고 적군이 의도적으로 날개와 꼬리 부분을 집중적으로 타격하려고 애쓰지 않았을 것이다. 비행기 모든 부분에 걸쳐서 다른 중요한 부분인 연료통, 콕핏에서도 마찬가지 비율로 피격되었을 것이다. 다만 우리가 수집한 표본에 콕핏과 엔진룸에 피격 흔적이 없는 것은 너무나도 치명적인 부분이라 피격되는 순간 잔해조차 수집할 수 없을 것이라 하였다. 이 말을 받아들여 콕핏과 엔진룸을 집중적으로 보강하였고 전투기의 생존율이 올라갔다고 한다. 또 다른 예시로 나치독일의 잔인한 홀로코스트의 대명사가 돼버린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있다. 하지만 수용소는 이 한 곳뿐 아니라 독일 전역에 걸쳐서 운영되었고 아우슈비츠 수용소보다도 잔인하고 끔찍한 일이 일어난 수용소는 훨씬 많았지만 우리에게는 아우슈비츠 수용소라는 곳만 남아 있다. 역설적이게도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덜 잔인했다는 점에 있다. 다른 수용소는 유대인의 말살이 목적이라 살아남은 생존자부터 거의 없었지만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목적은 사뭇 달랐기에 보다 많은 생존자가 나왔고 그 생존자들이 독일수용소의 실상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되면서 퍼져나가게 되었다. 빅터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처럼 누군가는 책까지 쓰게 되었지만 다른 곳은 그렇지 못하였다. 나치독일에 끔찍하고 잔인한 수용소는 많았지만 결국 아우슈비츠 수용소라는 곳만 남게 되었다는 것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그래서 누가되었든 성공한 케이스를 바로 받아들이지 말고 ‘왜 그럴까’에 대한 질문에 대한 고민을 해봐야 한다. 예들 들어 ‘스타트업은 무조건 스피드이다’ 라는 주장이 있다면, 왜 스피드가 중요한 것인지, 스피드가 왜 스타트업을 정의하는 잣대가 되어야 하는지, 스피드를 주장하다가 잘 안풀린 경우 (예: 테라노스), 회사를 천천히 쌓아올려 성공한 경우 (예: 서베이몽키) 등에 대한 고찰을 통하여 주어진 주장에 대해 개인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팩트체크의 습관화, 언론에서 ‘스토리텔링’의 용이함을 목적으로 일반화한 이야기들의 숨은 ‘뒷 이야기’ 파악 등 역시 편향적인 사고를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

다시 돌아와서 자기계발서를 피하는 이유에 왜 생존자 확증편향을 이야기하는가 하면 우리에게는 어쩌면 성공한 이야기보다 실패한 이야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실패한 이야기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성공한 이야기만 남게 되는데 이런 성공한 사례들을 우리에게 항상 옳은 교훈을 줄 수 있을지, 아니면 개인에게 해당하는 어느 특수한 상황을 두고 오해와 잘못된 방향으로 해석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실패한 사람이 쓰는 자기계발서는 없기 때문이다.


2.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성공했다는 사람의 많은 자기계발서에 나오는 이야기들도 뻔하다. 근면하고 성실하고 리더십을 가지고 인간관계가 탁월하며 긍정적으로 행동하고 도전하고 등등등, 어느 자기발서에도 게으르고, 화를 내고 비관적으로 행동해도 된다는 이야기는 없다. 결국에는 방법과 정도의 차이다. 하지만 그 방법이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성공을 보장한다는 이야기는 없다. 50년 전에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와 10년 전의 사람과 5년 전의 성공한 이야기 모두 다를 것이다. 그 시대와 운을 타고난 성공이, 성공의 일반론처럼 둔갑되는 것을 볼 수가 없다. 거기에 이런 사례들을 충분히 따라 한다고 해도 결국에는 결과에 달려있다. 결과가 좋다면 책을 잘 따라서 자신의 말을 잘 이해하고 실천한 덕이고, 실패한다면 자신의 말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고 실천하지 못해서라고 주장하는 일종의 가불기(반박이 불가능한 상태)에 걸리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자기계발서를 좋아하지 않는다. 차라리 아렐리우스의 명상록이나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 같은 고전이야말로 시중에 나온 대부분의 자기계발서보다 훨씬 낫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루하루를 헛되지 않고 매일 충실된 삶을 살고 싶다면 자기계발서의 성공론보다 실존주의와 니체가 낫겠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3. 참을 수 없는 것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지만 "너 T야?"라고 하면 T는 맞다. 하지만 아닌 거는 아닌 거다. 자기계발서나 성공론에 관한 책에서 좀 심하다 싶은 것을 보면 과학적인 사실을 완전히 곡해해서 멋대로 해석하거나 유사과학까지 끌어들이는 경우를 왕왕 볼 수 있다. 단순히 나의 의지를 입 밖으로 내고 반복적으로 소망을 적는 것을 두고 나의 마인드셋을 하는 것이라면 이해하고 넘어갈 수는 있겠지만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물은 답을 알고 있다"가 튀어나오면 곤란하다. 좋은 말을 해주는 양파는 잘 자란다부터 온갖 변형이 다 튀어나온다. 어떤 책인지는 이야기하지 않겠지만 에너지장 촬영장치와 키를리안 사진기, 염동력 실험을 끌고오며 심지어 양자역학의 이중슬릿 실험을 멋대로 비틀어서 해석을 하는 것도 보았다. 파동과 입자의 중첩상태를 보이는 이중슬릿 실험에서 저자가 주장하기를 미립자는 나의 생각을 읽을 수 있고 그 형태로 바뀌었다고 한다. 물론 여기서 내가 입자라고 믿는 것과는 단 하나도 관계가 없다. 과학적으로 정말 없다. 아무튼 미립자가 어쩌고 해서 우리의 생각만으로도 주위에 영향을 끼치게 되고 이는 어마어마한 힘이 된다고 한다. 정신이 아득해진다. 아무리 의도가 좋다한들 유사과학을 끌어들이며 원인과 결과를 곡해하는 자기계발서가 이 책만이 아니다.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것은 없다. 더 이상 읽을 가치도 없으며 단호하게 거절해야 할 것이다. 약간 과격하게 말하자면 이런류의 유사과학을 들먹이며 삶을 바꿀 수 있다고 하는 사람은 육각수를 팔며 전자파차단스티커를 붙이고 무안단물을 광고하는 사기꾼을 보는 것만 같다. (요즘은 스티커만 붙여도 연비가 좋아진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더라) 여기서 조금만 더 보태자면 인문학적 소양은 물론 중요하지만 기본적인 공학도의 소양을 가지고 있다면 좋을 것이다. 사기꾼이 헛소리하는 거 잡아내는데 높은 고급지식을 요구하지 않는다.


4. 일반론보다는 목적론

물론 절대로라는 무조건적인 것은 없다. 자기계발서라는 카테고리 안에 들어 있지만 재미있고 유용하게 읽은 책들은 많다. 나 역시도 한 가지 꼽자면 "열정은 쓰레기다" 책을 재미있게 읽었던 적이 있었다. 아무리 불꽃같은 열정이 있더라도 연료가 다하면 꺼지는 것처럼 열정보다도 중요한 것은 꾸준히 행할 시스템을 만들어라는 그런 내용의 책이다. 내가 제안하고 싶은 것은 일반적인 의미를 담는 성공론이나 자기계발론 대신 어떤 특정한 목적을 담는 책을 필요할 때 찾아보면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내가 계획을 잘 못 세우거나 시간관리에 빈번하게 실패를 한다면 시간관리, 계획을 세우는 책에 대해서 읽어보면 분명 실제로 적용할법한 좋은 조언을 많이 받을 수 있다. 공부방법이나 학습법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과학적으로 실험한 검증된 방법이 존재한다.


5. 한 권보다는 좀 더 많이

여기서 더 이야기하자면 한 권만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여러 권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단지 책 한 권을 본다면 이게 저자에게만 해당되는 시간관리방법인지 아니면 여러 사람에게 입증된 방법인지 잘 확인하지 못할 수가 있다. 그럴 때 비슷한 책을 여러 권 찾아보게 된다면 분명히 공통적으로 나오는 이야기가 있을 것이고 이는 나에게도 해당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시간관리, 계획으로 계속 예를 들어보자면 대부분의 책에서 "스몰 스텝" 전략은 거의 빠지지 않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거창하고 큰 계획을 세울수록 실패하기 쉬울 것이다. 그러니 어떤 목표를 두고 실행 가능한 계획을 세부적으로 쪼개서 실천하자는 것이다. 올해 계획은 책을 많이 읽는 것이라면 여기서 계속 자세하게 쪼개보자는 것이다. "한 달에 한 권은 읽기" 그리고 더 나아가 틈틈이 시간 나면 읽겠다 같은 추상적인 말보다도 "내가 어떤 공간에서 언제 적어도 몇 쪽은 읽겠다" 계속해서 계획을 "실현 가능한 수준"으로 구체화시킬 것을 요구한다. 여기서 또 좀 더 심리학이나 뇌과학까지 깊게 들어가면 재미있는 것이 나오는데 사람이라는 존재는 본래 변화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급격한 변화일수록 에너지 소모가 크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렇기 때문에 큰 변화를 주는 계획일수록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지니 "자신의 뇌를 속일 만큼" 작은 변화를 꾸준하게 주는 것으로 시작하자는 것이다.


한 번은 내가 효율적인 공부방법이 궁금하여 많이 찾아볼 때였다. 지금도 약간 황당해서 기억에 남는 책이 있었는데 저자는 소위 말하는 천재였고 자신은 계속해서 같은 공부를 하면 쉽게 지치고 집중력이 떨어지기에 30분마다 좌뇌와 우뇌가 쓰는 공부를 번갈아 가면서 한다고 했다. 하지만 다른 공부방법 또는 집중력, 몰입(flow)에 대한 책에서는 사람은 집중할 때 몰입 모드에 들어가는데도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며 전환이 잦을수록 몰입은 깨지며 집중력이 떨어지고 산만해진다고 하였다. 덧붙여서 멀티태스킹 따위는 없다고 한다. 우리 같이 평범한 사람에게 있어서는 어떤 조언을 선택할지는 자명하다.


다른 예로 내가 고등학생 때 어떻게 하면 잠을 효율적으로 최소한으로 잘 수 있을까 궁금해서 잠에 관한 책을 도서관에서 여러 권 빌려서 보았다. 어떤 책은 내가 지금 수면시간을 체크를 하고 목표하는 수면시간까지 조금씩 줄여 나가 봐라는 것이 있었다. 반면 다른 책들은 유전적인 쇼트슬리퍼가 있지만 본인이 해당하는지는 본인이 제일 잘 알 것이고 사람은 결국 못해도 7~8시간은 자야 다음날 온전하게 활동할 수 있다고 한다. 더불어서 사람은 수면하는 동안에 렘수면(Rapid eye movement sleep:얕은 잠)-비렘수면(깊은 잠) 패턴을 반복을 하게 되는데 <얕은 잠 - 깊은 잠 - 얕은 잠> 사이클로 돌아오는 시간이 대략 1시간 30분 주기를 가지게 된다. 깊은 잠에 빠진 상태에서 강제로 각성을 하려면 굉장히 힘이 들고 정신적으로 피곤한 상태가 된다. 그러니 얕은 잠일 때 깨는 것이 훨씬 수면건강과 컨디션 관리에 좋으며 멍한 상태 없이 빠르게 각성상태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수면을 최소한으로 가져가야 하는 상황이더라도 이 1시간 30분 배수로 수면을 취하라는 것이었다. 확실히 그저 수면시간을 조금씩 줄이라는 전자의 조언을 그대로 적용하였다면 나는 잠은 잠대로 못 자고 컨디션은 엉망이 될 것은 안 봐도 뻔하다. 그래서 다른 의미지만 아무튼 책을 한 권만 읽은 사람이 위험하다 하지 않겠는가? 자기계발서를 읽는 것에서도 크로스체크는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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