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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영 Dec 27. 2021

무용한 시간

1.

새벽의 시간이 참 좋다

물론 오늘은 과제를 끝내지 못해 빈둥거리다 찾아온 시간이지만ㅋ

사실 그래서 내가 쉽게 잠들지 않는 건가 싶다

사람들 모두 깨어있는 시간엔 효율적으로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지만

새벽엔 무용한 일을 해도 시간 낭비하는 기분이 안 든다

이 책을 집었다가 다른 책을 집어 중간부터 넘겨도 

내 기분을 우선순위에 놓게 되는 시간


동시에 산만한 정신세계가 그대로 표출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오늘은 ADD 약도 자정에 먹었는데 산만한 정신이 가라앉질 않는다

그래도 널부러진 책 사진을 찍어놓고 보니 괜히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느낌,,,^^


ADHD/ADD의 장점 - 다양한 일을 한다

ADHD/ADD의 단점 - 다양한 일을 (동시에) 하려 한다



2. 

요즘은 함부로 인스타나 블로그 같은 공개된 공간에

감정을 쏟아놓지 않게 된다

이번 학기에 배운 것 중 하나가

나만 이렇게 치열하게 살지 않는다는 점

편집하면서, 또는 좋은 학점을 받으려고

몇날 며칠 밤을 새고 하루에 몰아 잠을 자는 게 자연스러워진 동기들을 보며

자극을 많이 받았다

그러면서 SNS에 항상 힘들다고 찡찡대던 내 모습을 반성하게 되기도 하고

내가 남들보다 열심히 살고 있지 못했다는 생각을 처음 했다

(그만큼 내가 오만했다는 걸 방증해주는 걸지도?)

그래서 이제 SNS 같은 공간에 부정적인 얘기는 최대한 안하려고 한다!

감정도 전염된다고 내가 올린 부정적인 내용의 글을 보며

친한 지인들이 잠시나마 기분 안 좋아지는 걸 보는 것도 싫고,

내가 과거에 쓴 그런 글들을 보며 스스로를 안타까워하는 것도 싫고.

암튼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을 보는 사람들 모두 찰나지만 기분 좋아졌으면 하는 바람에

예쁜 꽃 사진 놓고 가요


3. 

아까 읽던 책에 여러 시가 인용되어 있었다

불안함으로 시작된 새벽 시간이었지만

시를 읽으니까 무용한 시간은 그 자체로도 괜찮다고 위로받는 느낌

이 영양가 없는 블로그 글을 읽어준 분들

드릴 건 없지만 여러분도 잠시나마 시를 읽고 기분 전환했으면 하는 바람에

시 하나 살짝쿵 놓고 갑니다

무용한 시간을 온전히, 마음 편히 누릴 수 있을 때까지

다들 잘 견뎌냅시다 파이팅 (۶•̀ᴗ•́)۶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초생달과 바구지 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랑시스 쨈'과 '도연명'과

'라이넬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 백석, <흰 바람벽이 있어> 中 -


P.S

네이버 블로그에만 글을 올리기 아쉬워

약간만 수정해서 쓴 게 본문인데

확실히 매체별로 글 성격이 다르다는 걸 느꼈다

진짜 종강하면 브런치에 어울리는 글도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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