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한 달 살기 Day 13
어느새 이곳 마이쩌우에도 겨울이 다시 찾아왔다.
첫 며칠만 해도 초여름 날씨 같아 반팔에 반바지만 입고 돌아다녔는데 지금은 코트를 입고 있어도 추울 정도다.
일어나서 마당으로 나오니 곳곳에 마른 장작불이 피워져 있다. 장작불 주변에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다.
여기 날씨도 참 변덕스럽다.
오늘 오후면 마이쩌우를 떠나 다시 하노이로 돌아간다.
6일이 아니라 이번 여행의 반을 이곳에서 보낼걸 그랬나, 하는 후회도 생긴다.
베트남 엄마는 우리가 내일이면 돌아간다고 얼굴이 안 좋으시다. 손짓으로 눈물 흘리는 시늉을 하시며 슬플 거라고 하신다. 작년에도 우리가 떠나는 날에 엄청 우셨다.
6일 동안 친할머니 집에서처럼 포근한 시간을 보냈다.
참 많이 먹었다.
참 많이 생각했다.
참 잘 잤다.
참 행복했다.
마이쩌우의 바람을 느끼고 싶어 코트의 단추를 여미고, 이곳에서의 시간을 떠올리며 오전 내내 마당에 있었다.
먼저 집 앞 풍경을 눈에 담았다. 일어서서도 보고, 앉아서도 보고, 해먹에 누워서도 보고 또 보았다.
베트남 엄마의 주방을 기웃거렸다.
그리고 동네 사람 한 명 한 명씩을 응시하였다.
한국에 돌아가서 쉼이 필요할 때 눈을 감고 이 추억을 떠올릴 수 있도록.
마지막 식사 시간이다.
주인 엄마와 아빠, 누나, 형, 동생 등 그동안 정들었던 사람들과 점심을 함께 먹는다.
마지막 만찬은 갓 잡은 닭으로 요리한 찜과 구이 요리이다.
베트남 아빠가 직접 담그신 라이스 와인을 꺼낸다. 잔을 따라 우리에게 건넨다.
"요! (건배!)"
한잔, 두 잔, 세잔... 계속해서 잔을 주고받는다.
평소에 술을 하시지 않는 엄마도 우리를 떠나보내는 날이라고 술잔을 채우신다.
"요!"
아빠의 라이스 와인이 떨어갈 때쯤 꿘 형이 또 다른 술을 가지고 온다.
아티초크로 직접 담근 술이다. 탐스러운 빨간색을 띠고 있다.
다시 한번 요!
점심을 먹으면서 10잔도 넘게 마신듯하다. 기분이 좋아지는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온다.
"'쭉 숙 쾌(건강을 위해!)"
두 번째 술도 끝날 즈음에 아빠가 술을 더 가져오신다.
시계를 보니 떠나기 20분 전이다.
다 함께 사진도 찍고 현지 친구에게 번역을 부탁한 편지도 건네고 덕담을 주고받는다.
엄마가 다급하게 물어본다.
"밀크 커피, 블랙커피?"
이제 시간이 얼마 없으니 마지막으로 커피를 타 주시겠다고.
내가 먹은 베트남 커피 중 제일 맛있는 커피다. 매일 3잔씩 마셨던 것 같다.
이제는 진짜 갈 시간이다.
"요!"
남은 라이스 와인을 서로의 잔에 따라 붓고 마지막으로 외친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 여행만큼 이 말을 통감하게 되는 순간은 별로 많지 않은 것 같다.
헤어짐이 있기에 서로에게 더욱 정성을 다하게 되고, 헤어짐이 있기에 마이쩌우에서 보낸 시간이 영원히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는다.
어쨌든, 슬퍼하며 헤어지는 것보다 건배를 외치며 왁자지껄하게 헤어지는 것이 나는 더 좋다.
우리의 아름다운 헤어짐을 위해 "요!"